MB와 4대강을 향한 집념의 결과물 <삽질> 김병기 감독

2019-11-15|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꽃 기자]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낸 김병기 기자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서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이어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책을 12년 동안 취재했다. 당초 민간 기업 투자를 계획했던 대운하 사업이 국민 반대로 무마되자 MB정부는 국책 사업으로 4대강 정비를 다시 내세운다. 사업 내용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사업 이름과 성격을 바꿔 국민 세금을 쓸 명분을 세웠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고발하는 건, 이 지점부터다.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진두지휘로 현대, GS 등 대기업 건설사가 일렬종대로 모였다. 국민 세금으로 진행하는 전국 4대강의 보, 댐 준설 공사 입찰에 뛰어든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엇비슷한 고가로 사업을 따냈다. 실제 공사가 시작되자 각종 설비 계약서 부풀리기 문제가 불거졌다. 자연히 담합과 세금 탈루 의혹이 뒤따랐다. 수십 조에 달하는 세금은 어디로 향했는가. 이 흐름의 꼭대기에는 과연 누가 서 있는가.


김병기 기자는 종종 이 사건이 기자가 취재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불법, 탈루는 검찰 수사로 처벌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마이크를 들이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유력 정치인, 그들을 뒷받침한 관료, 학문적 주장으로 힘을 보탠 학자들에게 끈질기게 의견을 물었다. “여전히 4대강이 잘된 사업이라고 보는가” 누군가는 인터뷰를 거부했고, 누군가는 지레 도망쳤다. 그러는 동안 김종술 시민기자는 4대강으로 망가진 강을 누비며 괴생물체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는 상황을 기사로 전했다. 이 길고 지난한 취재 과정을 한 번쯤 매끄럽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때쯤, 영화화 작업이 시작됐다. 기록으로 남겨야 책임을 물을 수 있기에. 김병기 기자가 감독 역을 맡고, 영화를 취재해온 이선필 기자와 영상을 전문한 안정호 기자가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MB와 4대강을 향한, 이 모든 이들의 집념이 담긴 게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삽질>이다.

안정호, 김병기, 이선필 기자 (왼쪽부터)



영화의 시작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공약으로 내놓은 2006년부터다.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사업에 관한 국민적 반대가 커지자 정부는 이내 ‘4대강 정비 사업’을 내놓는다.


김병기 기자(이하 ‘김’): 대운하는 민간의 투자로 이루어질 사업이었다. 그래서 (대기업 건설사 위주의) ‘컨소시엄’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다르다. (세금을 쓰는 국책 사업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든 경쟁입찰에 참여해야 하며, 최저가를 쓴 쪽이 사업을 낙찰받는다. 문제는 현대건설에 몸담았던 한 사람이 당시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대운하 시절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을 그대로 ‘4대강 정비 사업’에 참여시키라는 지시였다. 22조 원의 세금이 투입된 판에 누가 그 기업을 참여시켰고, 무언가를 나눠주기 위해 힘썼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 흐름의 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연관돼 있다고 보는가. 영화에서는 고 정두언 의원이 인터뷰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암시했는데.

김: 관련한 제보자가 있었다. 과거에 몇백억의 현찰을 돈다발로 묶어서 현대 건설 측에 가져다줬다고 했다. 어떻게 전해줬는지 그 방법까지 명확했다. <삽질>을 만들면서도 관련 취재의 소위 ‘멱줄’을 잡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제보자를 설득하는 게 어렵더라. 과거에 한차례 고발을 해봤더니 제보자였던 자신의 신분이 (어느새) 피의자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때의 검찰이 지금도 바뀌지 않았는데 어떻게 다시 제보하냐는 거다. 떠올리면 가슴 아픈 사람이다.


정작 이런 내용은 영화에서 빠진 것 같다. <삽질>에 다큐멘터리상을 안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버전보다 러닝타임이 십여 분 짧아진 영향이 있었을까.

이선필 기자(이하 ‘이’): 러닝타임을 줄여서 90분 대로 개봉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잔소리를 많이 했다.

안정호 기자(이하 ‘안’): 각자 생각이 달랐다. 김병기 선배는 (취재 당사자이기 때문에) 모든 게 다 중요했다. 구성을 맡아준 정재홍 작가(기자 주: 권력의 개입으로 누더기 편집된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2010)편의 대본을 썼다.)는 담합이면 담합, 비자금이면 비자금처럼 사건의 포인트를 잘 짚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선필 선배나 나는 4대강 부분을 제일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명박하면 대부분은 4대강을 떠올리지 않나. 그런 과정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 부분이 많이 축소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에서 총 14분을 줄였다.


김병기 기자


관객과 잘 호흡하기 위한 방법을 고려한 건 좋은 접근이었다고 본다.

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기는 했지만 관객 피드백 중에서는 아픈 말도 많았다. <김복동>(2019)을 먼저 만든 뉴스타파 팀도 우리 영화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더라. 내용도 좋고 열정도 잘 알겠지만 영상 언어에 좀 더 신경 쓰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었다. 문서를 너무 많이 보여준다는 거다. (기자 주: 극 중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당시 청와대의 비밀 문건 등이 여러 차례 공개된다.) 저널리즘 영화의 선구자가 해주는 이야기인 만큼 메모하면서 들었다.(웃음) 그 후로 영화를 한 번 더 가다듬은 뒤 개봉했다.


김병기 기자 입장에선 아까웠겠다. 12년간의 ‘피, 땀, 눈물’이 녹아든 취재 아닌가.(웃음)

김:버린 필름도 많다. 워낙 긴 기간이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모든 게 아까웠다.(웃음) 그래도 (편집에 관해서는) 알아서들 하라고 했다. 개인적인 취재와 다르게 영화는 여럿이 함께하는 작업이더라. 주관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관객의 온도를 느껴가면서 무언가는 덜어내고, 양보해야 했다.

안: 그런 과정에서 음악도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음악이 그렇게 중요할 줄 몰랐다. 양정원 음악 감독님께 그저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부탁드렸다. (기자 주: 양정원 음악감독은 권경원 감독의 <1991, 봄>(2017) 음악을 맡았다.) 그런데 영화제 관객에게서 음악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왔다. 명백한 내 실수였다. 구체적인 음악 스타일을 정해 분위기를 잘 살려서 다시 만들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이: 이런 장르에서는 대게 오케스트라를 이용한 웅장한 현악기 연주가 등장하게 마련인데, <삽질>에서는 블루스 록이 나온다. 담합과 검은돈의 실체를 표현할 때 비 오는 영국 런던의 음울한 거리를 걷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안정호 기자


내레이션은 김병기 기자가 맡았다. 자칫 복잡할 수 있는 사건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이: 원래는 배우를 섭외하려고 했다. 그게 요즘 유행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많은 제안을 전부 거부당했다.

김: 야, 배우들이 거부해서 결국 내가 내레이터가 됐다는 거야? 그렇게 얘기하면 안되지!(웃음) 나는 박혜진 아나운서가 녹음해준 원래 버전을 계속 듣고 다니면서 연습했는데, 이선필이 굳이 녹음실까지 쫓아와서 “선배, 이건 이렇게 발음해야 돼요!” 하더라. 그럼 네가 한번 해 봐라!(웃음)

안: 녹음실에서 내레이션 작업으로는 최장 시간이라고 했다. 이렇게 오래, 많이 반복하는 건 처음이라고.(웃음)

이: 거의 제작비 절반을 썼다.(웃음)


배우들이 내레이션을 거부했다는 건, 정치적인 소재를 다루기 때문인가.

이: 그렇다. 온라인 홍보 채널도 다 막힌 상태다. 거절 이유는 똑같다. 정치적인 영화라서 부담스럽다는 거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자체가 정치적이다. 영화는 그걸 보여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우리 안의 검열이 심각하다고 느낀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잡음 없이 적당히 사는 게 무난한 거라는 식의 주의가 팽배하다. 그럴 때마다 절망을 느낀다.

김: 정’책’적이라고 하자.(웃음) <삽질>은 정치인을 다룰 뿐 정치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담담한 톤으로 밝혀 나간다. 썩어가는 강의 모습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나.

이: 언론의 무관심도 문제다. <삽질> 언론, 배급 시사 때도 취재를 거의 오지 않았다.

김: 대부분의 언론은 4대강 정비 사업에 부역했다. 많은 광고비, 홍보비를 받아 갔다. 그중 일부 보수언론은 지금도 4대강 사업이 잘한 일이라고 외친다. 자유한국당 주장을 앵무새처럼 받아 적는 것이다. 10년 전에도 MB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검증 없이 받아 적지 않았나. 걱정이다.


영화에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등장한다. 4대강 정비 사업 당시 충청지역 일간지가 광고비 명목으로 수백억을 지급받았다는 거다.

김: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역 언론사에 광고비를 줬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청와대가 기업 등을 떠민 거다. 너희들 돈으로 지역 언론사에 배분해주라고 시킨 셈이다. 당시 그런 방식으로 수천억의 광고비가 언론사에 뿌려졌다. 아마 사상 최대일 것이다.



당신이 몸담은 오마이뉴스에도 그런 제안이 들어왔나.


김: 오마이뉴스는 4대강뿐 아니라 MB정권의 잘못된 점을 줄기차게 말했기 때문에 공기업, 정부 광고는 제로였다. 내가 편집국장이던 시절에는 사기업 광고까지 덩달아 위축됐다. 어느 날 정부에서 3천 만 원짜리 광고를 주겠다고 회사 쪽으로 전화가 왔다고 들었다. 명백한 거짓말이 쓰여있는 4대강 정비 사업 광고를 어떻게 받을 수 있겠나. 물론 편집권과 광고는 별개이긴 하지만…


취재상의 어려움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이재오, 이동관 등 수많은 관련자는 대부분 당신들을 무시하더라. 기자에게 “어느 대학 나왔냐”고 묻는 정호열 전 공정위원장의 발언은 관객에게 모욕감을 줄 법한 대목이라고 본다.

김: 영화에는 잠깐씩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1년 동안 추적한 사람도 있었다. 마이크를 들이대고 거절당하기를 반복했다. 정호열 공정위원장의 발언은 소위 기득권층의 정신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거로 생각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학벌, 지연 같은 것으로 연결돼있다. 그런 게 4대강 사업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 모든 게 얼기설기 모여 탐욕의 거대한 톱니바퀴를 돌렸다. 다만 카메라에 잡힌 그들의 모습이 영화를 블랙코미디로 만들어 관객을 웃게 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웃음)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큰빗이끼벌레를 최초 발견한 김종술 시민기자의 증언이다. 그는 취재를 위해 큰빗이끼벌레를 입에 넣고 삼켰다.

김: 그걸 왜 먹었냐는 질문이 많이 나온다. 큰빗이끼벌레는 시궁창 냄새가 엄청나다. 그 안에 실지렁이와 깔따구까지 들어있다. 김종술 시민기자는 그걸 처음으로 발견했다. 새로운 뭔가가 나타났으니 기자로서는 특종이다. 기사를 써야 하는데 사진을 받아본 환경전문가와 환경 단체가 답이 없더란다.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문질러봤고, 세 시간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먹었다. 자기 몸에 해롭다면 강의 생태계에도 해로울 거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정말 온몸을 던져서, 끈질기게 취재했다.

김: 끈질긴 건 저네들이다. 끈질기게 사람들을 속이고 궤변을 늘어놨다. 나나 김종술 시민기자는 도둑질하는 사람을 보면서 “도둑이야!”하고 외치고 다녔을 뿐이다.

이선필 기자


많은 품을 들인 취재를 영화로 내보인다. 관객이 어떤 생각으로 극장을 찾기를 바라는가.


이: 관객에게 마냥 봐달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건 안다. 다만 영화적 재미와 완결성이 있는 작품이라는 건 말해주고 싶다. 카메라 구도와 컷을 세밀하게 잡아냈고 음악도 좋다. 국내 저널리즘 다큐멘터리가 얼마만큼 발전했는지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외면한다면 과연 앞으로 누가 이런 작업을 다시 하려고 할까?

김: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그 돈을 빼먹은 일부 기업에 대해서 검찰은 솜방망이 처벌만 내렸다. 불법사찰까지 동원해 4대강을 밀어붙인 당시 정치인은 물론 관료, 학자에 관한 처벌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객이 많이 보고 입소문을 내줘야 한다. 그러면 검찰이 의지를 갖고 움직이게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뿌듯하거나,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이: 취재기자 생활 10년을 하고 나니 다음 단계가 뭘까 고민되더라. 그런 차에 영화 작업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됐다. 소수이지만 나를 아껴주고 지지하고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럴 때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를 느낀다. 물론 예매율이 안 나와서 힘들지만!(웃음)

안: 포털에 <삽질>을 검색하면 영화 정보가 뜬다. 비로소 하나의 작업을 마쳤구나 하는 생각이다.

김: 그동안 도움받은 사람이 많다. 명진 스님은 네다섯 시간이나 차를 몰고 와 우리의 탐사보도를 격려해주셨다. 이외수 작가는 전국민이 봐야 할 영화라고 말해 주셨다. 백기완 선생은 지금은 병상에 누워 계시지만 취재 잘하라며 커피값도 쥐어 주셨다. 정연주 선배 (기자 주: 전 KBS 사장)는 영화화 작업이 힘들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언해주셨다. 그런 분들 이 영화를 좋게 평가할 때, 그럴 때 너무 좋다.



사진_ 이종훈 실장(스튜디오 레일라)






2019-11-15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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