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힘” 오바마 부부와 넷플릭스의 동행

2020-05-21|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 박꽃 기자]

<아메리칸 팩토리>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 포스터, IMDB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2017년 8년간의 임기를 끝낸 뒤 2018년 아내 미셸 오바마와 함께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Higher ground production)을 차렸다. 이 제작사는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영상 콘텐츠를 만든다. 다큐멘터리, 극영화, 아동용 TV프로그램처럼 장르도 다양한데, 공통점은 하나.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는 점이다.


오바마 부부와 넷플릭스의 동행이 대중에게 잘 알려진 건 이들의 첫 작품 <아메리칸 팩토리>(2019)가 지난 1월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타면서부터다. 백악관을 떠난 뒤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대중에 각인한 오바마 부부는 지난 6일, <아메리칸 팩토리>를 공개한지 9개월 만에 두 번째 다큐멘터리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2020)을 내놨다.



과거의 고용-피고용 완전히 바뀐 미-중 관계 보여주는 <아메리칸 팩토리>
영부인임에도 ‘여성이기에’ 겪은 평가절하 말하는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의 첫 작품은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다.

중국의 자동차 유리 제조업체 푸야오 그룹이 한때 GM공장이 위치했던 ‘러스트 벨트’의 쇠락한 지역 오하이오에 진출해 2,000명의 미국인을 고용한 상황을 다룬다.

과거의 고용-피고용 관계가 완전히 전복된 상황이 빚어내는 흥미로운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아메리칸 팩토리>는 그 과정에서 새록새록 돋아나는 예상치 못한 인간적 교류도 섬세하게 잡아낸다.

그럼에도 사내 단체결혼식을 마다하지 않는 중국식 집단주의와 회사를 위한 헌신을 불필요하게 느끼는 미국식 개인주의는 자주 충돌하고, 노조를 원치 않는 푸야오 그룹과 노동권을 주장하는 미국 노동자 사이의 갈등은 점차 심화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2019년 8월 공개된 <아메리칸 팩토리>는 미국 공업지역의 새로운 현실을 드러내면서 아카데미시상식 장편다큐멘터리상을 거머쥐었다.

<아메리칸 팩토리>, IMDB


이들 제작사의 두 번째 작품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은 영부인을 지낸 미셸 오바마가 자서전 <비커밍> 북 투어를 위해 34개의 도시를 찾은 2018~2019년 현장 기록을 담았다.


“(진학상담사는) 프린스턴에 가겠다는 제 꿈을 마음대로 재단한 거죠. 무리한 목표고, 너무 큰 욕심이라고요”

친오빠와 마찬가지로 프린스턴 대학교에 진학하겠다는 포부를 지녔던 미셸 오바마는 여자라는 이유로 ‘작은 꿈’을 권유받았던 현실을 지적한다.

“화가 참 많은 것 같다”, “성난 여자 같다”

남편 버락 오바마의 대선 유세장에서 자기 경험을 토대로 지지 연설을 할 때마다 일부 언론이 자신을 ‘감정적인 여인’으로 평가절하하는 논평을 냈다는 사실도 되짚는다.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은 [청중의 함성] [재잘대는 소리] [‘퀸’의 노래를 부름] 처럼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해설도 수시로 등장시킨다.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중요시하는 넷플릭스와 제작사의 방향성이 잘 부합한 결과물이다.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 IMDB


정치 넘어 ‘스토리텔링’으로 사회적 메시지 전파

오바마 “그저 즐길 거리 아니라 교육, 연대 수단으로”

두 작품은 분명한 사회적 목소리를 담고 있다.

<아메리칸 팩토리>가 변화하는 미국의 입지를 인지하고 새로운 강국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도모할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면,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은 미국 사회에서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만큼 어려운 일이며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가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2019년 4월 버락 오바마는 넷플릭스에 초창기 작품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우리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활용하기 위해 프로덕션을 만들었다. 인종, 계급, 민주주의와 시민권과 그 이상의 것을 말하는 콘텐츠는 그저 즐길 거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교육하고, 연결하고,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여정을 끝낸 오바마 부부가 영상 콘텐츠로 일종의 사회적 지향점을 제시한다고 볼 만한 지점이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담당자 역시 “버락, 미셸 오바마 부부가 그들의 핵심 가치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제작사 이름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에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하이어 그라운드(Higher ground)는 미셸 오바마가 지난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경쟁하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를 위해 지지 연설하며 썼던 표현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와 의미가 겹친다.

전세계 190여개 국 1억 8,300만 개의 유료 계정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그들의 ‘품위’를 담보한 영상콘텐츠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도록 유도하는 더없이 효과적인 수단이다.

<아메리칸 팩토리> 연출한 스티븐 보그나, 줄리아 레이셔트 감독(왼쪽에서 첫 번째, 세 번째)과 오바마 부부, IMDB


트럼프 행정부 인사권 행사 과정도 영화로

아이들 위한 ‘음식 모험’ 등 다양한 신작 계획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은 2018년 5월 넷플릭스와 다년간의 콘텐츠 제작 계약을 맺고 다큐멘터리, 극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콘텐츠를 생산하기로 했다.

그 중에는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음식 모험’을 다루는 < Listen to your vegetables & Eat your parents >가 포함돼 있다.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미국의 인권운동가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전기 < Frederick Douglass: Prophet of Freedom >(2019)도 각색하기로 했다.

<머니볼> <빅 숏> 등 베스트셀러를 쓴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 < The Fifth Risk: Undoing Democracy >(2018)도 영상화할 계획인데, 무려 트럼프 행정부의 부적절한 인사 과정을 다룰 예정이다.

미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오바마 부부는 2018년 이미 각색을 위해 해당 저서의 저작권을 구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뉴욕 패션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종, 계급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 Bloom >, 신문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 Overlooked > 등도 제작 계획을 알렸다.

미셸 오바마는 제작사 초창기 라인업을 공개한 지난해 넷플릭스에 “엄마, 아빠, 호기심 많은 아이들 그리고 바쁜 하루를 마친 뒤에 볼만 한 희망적이고 매력적인 걸 찾는 이들 모두를 위한 콘텐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부부와 넷플릭스의 동행을 계속해서 지켜볼 만한 이유다.

2020-05-21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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