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자판기 아닌 살아있는 크리에이티브 <반도> CG의 모든 것!②

2020-07-10|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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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작 규모가 커지고 CG 비중이 높아진다고 해서 발맞춰 비용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커지는 CG 스케일에 맞춰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업계는 타개책으로 회사 간에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뉴미디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와 다양한 아트웍과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한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4th CREATIVE PARTY, 이하 포스)역시 마찬가지다. <대호>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포스는 이후 테마파크 영상 작업을 통해 대규모 환경 작업에 노하우를 축적했다. 사드로 막힌 중국 시장과 코로나 국면에는 드라마와 넷플릭스와의 협업하면서 활로를 개척하는 중이다.

영화의 80%를 풀 CG로 구현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반도>라는 완성물을 내놓은 포스의 최재천 부사장과 유태근 본부장이 전하는 목소리는 하나다. 영상 콘텐츠 제작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CG 업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다. 영화계 내부에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국가적으로 키운다면 파워풀한 경쟁력을 확보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성으로 인해 다른 산업군으로 경로를 트는 이들을 보면서, 적어도 열정을 지닌 아티스트가 업계를 이탈하지 않는 환경이 하루속히 마련되길 희망하며, CG 자판기가 아닌 살아있는 크리에이티브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업계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코로나 여파가 상당할 것 같다.

최재천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이 이어져 왔다. 우리만 해도 상근 직원이 270여 명 정도인 시기도 있었다. 작년 부산에서 다시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규모를 줄인 것도 있고 현재는 150명 정도 일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제작비 규모는 커지는 데 비해 CG와 VFX 등 후반 작업 비용이 꼭 정비례로 증가하지 않는다. 요즘은 커지는 CG 스케일에 맞춰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없어 여러 회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작업을 하는 추세다. 이번 <반도> 작업도 일부는 아웃소싱으로 이뤄졌다.

포스의 발자취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최재천 이전형 대표가 2009년 설립했다. 이 대표와는 1996년 EON을 만들 때부터 함께했으니 아주 오랜 인연이다. 국내외 많은 영상 작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가고 있다. 다양한 아트웍과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한 아티스트들이 매 순간 더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덕분에 <반도>라는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전형 대표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이 CG 관련해 전담으로 맡기는 업계 실력자시다. (웃음) <옥자>와 <박쥐> 등 작품을 하나하나 꼽기 힘들 정도이고, 박찬욱 감독의 신작에 참여할 예정이다.

유태근 이 대표님은 시각효과 쪽에서 대단한 업력 소유자로 아트웍적으로나 연출적으로 모두 뛰어난 분이시다. 직접 연출하는 프로젝트도 있고,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VFX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셨었다.

보통 영화를 볼 때 배우와 감독, 좀 더 디테일하게 접근한다면 작가까지 살펴보는데 아직 VFX나 CG 아티스트를 크게 주목하진 않는 게 현실이다. 그 결과물은 엄격히 보지만 말이다. 점차 해당 아티스트 역시 수면에 오르지 않을까 한다.

최재천 앞으로 CG 비중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대세이고, 이후 코로나가 크게 한몫할 게 확실하다. 앞으로 대규모 스태프들이 로케이션하러 다닐 수 있을까… 간단한 세트에서 배우 위주로 빨리 촬영하고 나머지는 CG로 채우는 작업 방식으로 점차 옮겨갈 것 같다. 실제 촬영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촬영 중 발생하는 돌발 변수도 제어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CG에 의존하는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을 거다.

과도한 CG 사용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소위 ‘CG 떡칠’ 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최재천 여러 시각과 취향이 있겠으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 촬영한 영화는 하나의 장르로 남을 거라는 거다. ‘실제로 찍은’ 장르가 되는 거지. 비슷한 경우가 내가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던 때만 해도 당연히 필름으로 촬영하던 시대였다. 필름 작업하다 디지털이 도입됐는데 당시 현장 어르신들이 영화가 아니다, 화질이 좋지 않다 등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됐나. 필름으로 찍은 영화가 하나의 장르가 되고 말았다.

<반도>의 경우 VFX와 CG에 책정된 예산이 어느 정도인가.

최재천 보통 이런 큰 영화의 경우 제작사에서 작업이 가능한 회사에 시나리오를 일단 보내 영화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견적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한다. 이번 <반도> 예산의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기 어려우나, 대략 전체 예산의 1/4 정도다. 업계 평균 수준보다 상당히 높게 책정됐다고 보면 된다. CG로 구현해 내는 만큼 비용 지급이 현실화되지 않은 게 업계 상황이다. 사실 수익적인 측면만 본다면 대작 한 편보다 작은 영화 여러 편이 더 유리한 면이 있으나, 회사가 성장하고 기술 발전과 인력 창출을 하려면 이런 대작을 해야 한다.

일전에 <알리타: 배틀엔젤>(2018)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세계적인 시각효과 스튜디오 웨타디지털 김기범 슈퍼바이저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신과 함께>가 크게 흥행했던 시기인데, 그 예산에 그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내기 위해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보인다고 하더라.

유태근 투입된 예산이 적다고,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라고 해서 퀄리티가 낮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관객의 눈높이는 이미 할리우드 수준에 맞춰져 있거든. 그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걸 맞는 비용이 따라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현업에서 어려운 점이다.

웨타디지털의 경우 ‘최대한 사실 같게’를 작업 목표로 한다는데, 포스의 모토는.

유태근 사실 ‘최대한 사실 같게’는 모든 VFX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방향 아닐까. 포스는 클라이언트의 지시에 맞춰 사실 같게만 표현해주는 ‘CG 자판기’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연출자가 미처 말이나 글로 설명하지 못하는 생각 깊숙한 의도를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으며 스위치 찾듯 함께 고민하고 수많은 레퍼런스와 콘셉트를 제시하려 한다. 그 결과 생각을 영상으로 만드는, 이름 그대로 살아있는 ‘크리에이티브’가 되고자 한다. 그게 포스의 모토다. 물론 웨타디지털은 최고의 스튜디오이고 아직까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는 것은 확실하다. (웃음)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유태근 본부장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최재천 부사장


<부산행>을 작업한 디지털아이디어, <신과함께>를 작업한 덱스터스튜디오, 그리고 포스가 업계 강자로 보인다. (웃음) 회사마다 강점이 있나.

최재천 과거 한 6~7년 전까지는 회사마다 잘하는 영역이 있었다. 예를 들면, 어디는 물 CG, 어디는 털을 잘 표현하는 등의 특색이 있었는데 기술이 발전하고 아티스트가 성장하다 보니 지금은 요소들로는 수준을 나누기 힘들 정도로 평준화됐다. 좀 전에 말했듯 <반도>는 일정 부분 아웃소싱 줬는데, 디지털아이디어와 덱스터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우리 3사가 함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유태근 음… 덱스터는 R&D에 강한 면이 있다. 상장사이고 자금적으로 여유가 있어서겠지만, 인하우스 툴 등 기술적인 부분에 투자를 많이 한다. 최근 영화 VFX의 흐름을 보자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크리쳐 영역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 크리쳐보다 공력이 더 많이 들어가고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 환경(배경) 영역인데 이는 대체로 풀 CG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 얼마나 효율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요즘 업계의 경쟁력이다. <반도> 작업 때 주로 사용한 클라리스가 우리만 쓰는 툴은 아니나 우리가 좀 더 잘 쓰는 것은 확실하다. 포스의 확실한 강점이다.

이전 작업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유태근 중국 테마파크에 들어가는 어트랙션(attraction, 놀이기구 관광지) 영상으로 환경 전체를 CG로 구현해야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마야라는 툴로 하려고 보니 데이터가 너무 무거워 처리할 수가 없었다. 서칭해 보니 클라리스가 유효하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 쭉 작업해 오고 있다.

최재천 드라마나 영화를 뺀 나머지 영상을 ‘뉴미디어’라고 한다. 테마파크 어트랙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회사가 영화 작업을 하며 CG 기술을 발전시켜 왔는데 그 기술을 이용해 뉴미디어, 애니메이션 등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테마파크 영상의 경우 영화보다 사이즈가 컸고, 이를 작업하면서 또 한 번 기술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보면 된다.

중국 판타지 무협의 CG를 대부분 한국 회사가 담당한다고 하던데…

최재천 한 5~6년 전 중국에서 판타지 영화의 붐이 일었다. 완다라는 대규모 체인이 극장을 깔면서 태울 콘텐츠가 없는 상황이었다. 기술 발전이 안 된 상태에서 영화 시장이 터져버린 거지. 촬영, 편집, 조명 등 모든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간 조악한 CG로 만든 드라마나 고전 등을 영화로 재생산하려니 CG 수요가 급증하게 됐다. 한국 CG 회사가 거의 다 중국 영화를 하게 된 거지. 중국 영화 관객이 상대적으로 CG에 너그러운 편이라 초기에는 만들어 내기만 하면 OK인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작품성과 퀄리티에 충실하자는 흐름이 생겼고, 이때 망하기도 흥행기도 하는 와중에 사드(THAAD), 중국 영화 산업 내 탈세 비리, 최근의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중국 영화 시장이 가라앉았다.

중국 영화 시장에서 받은 타격이 컸을 것인데 새 활로는.

최재천 타격이 컸다. (말했듯) 덩치가 커진 CG 회사가 한국 영화만으로는 더 이상 유지가 안 되는 상황에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성장하며 지탱해 왔었다. 중국 시장이 빠지면서 최근에 드라마와 넷플릭스 시장이 열려 그 자리를 채워줬다. 한국영화, 뉴미디어, 그리고 운 좋게도 한국 회사로는 유일하게 중국 영화 대작 <음양사>을 딸 수 있었다.

준비 중인 다음 작품은.

최재천 대규모 환경과 크리쳐 작업이 있는 규모가 큰 판타지 시대극인 <음양사>는 한창 작업 중이다. 메인 프로젝트로 게임 시네마틱 한 편을 제작 중이며,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는 마무리에 들어갔다.

그간 포스를 거쳐 간 작품 중 각별한 작품을 꼽는다면.

최재천 포스에 있어 <대호>(2015) 전과 후가 완전히 구분된다. (웃음) <대호>를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았고, 중국에 진출했고, 이후 폭발적으로 여러 작품을 할 수 있었다. <대호>는 예산을 포함해 여러 면에서 큰 도전이었다. 내부적 불안과 외부적 의심의 눈초리가 따랐고 말이지. 장르와 내용적인 면에서 취향을 탈 수 있어 상대적으로 크게 흥행하지 못했으나 CG 기술력만은 지금 봐도 굉장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라이프 오브 파이>(2012) 보다 호랑이를 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양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가 지닌 분위기와 느낌이 다르지만, 호랑이가 배우라고 한다면 대호가 뭔가 연기를 더 잘하는 인상이랄까.

오, 서양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 느낌이 확 온다.

유태근 <대호>가 호랑이라는 크리쳐를 디테일하게 구현해 전환점이 됐다면, 이번 <반도>는 대규모 환경과 큰 규모의 군중 시뮬레이션으로 새로운 장을 열 것 같다. 국내에서 이정도 규모의 풀 CG는 최초다. 시도하기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연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시다.

디지털 크리에이티브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어떤 준비(전공)가 필요한가.

최재천 과거 VFX 비중이 높지 않은, 몇 장면 정도만 사용하던 시기에는 미술 쪽 능력이 좀 더 필요했다. 당시는 대부분을 직접 촬영하고, 미진한 부분이나 좀 더 강조하고 싶은 지점을 CG로 덧대는 방식이라 미술 전공자가 많았다. 그러다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적인 면이 중요해졌다.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과 복잡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유태근 예전에는 아티스트 출신의 VFX 슈퍼바이저라고 하면 영화 전체를 총괄하면서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모두 결정하고 진행했었다. 현장에서 해당 샷을 어떻게 촬영할지도 직접 결정했는데, 그때만 해도 그림을 보는 아트웍적인 능력과 샷이 어떻게 CG로 만들어지는지 등의 기본적인 파이프라인 지식을 갖추면 됐었다. 하지만 최근엔 기술적인 영역이 매우 커지다 보니 VFX 슈퍼바이저 외에 CG 슈퍼바이저라는 기술적인 부분만 담당하는 책임자가 따로 있다. 한마디로 기술적인 영역과 (그림을 보는) 연출적인 영역이 구분되는 추세다.

최재천 이해를 돕자면, CG 작업을 흔히 자동차 제조와 비교한다. 팬벨트에 자동차가 얹어지면, 각 파트가 붙어 작업하는데 CG공정이 그와 똑같다. 그래서 자동차 제조에서 나온 파이프라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거다. 즉, 촬영본을 받으면 각 파트들이 중간중간 붙어 작업하고, 이때 아트웍이 필요한 부분과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 나뉜다.

국내 CG 태동기부터 시작해 외길 인생을 걸어왔는데(feat 달인), 그간의 시간에 대한 소회 한마디! (웃음)

최재천 23년 정도 됐는데 딴 거 할 게 없어서. (웃음) 꼭 이 일을 하겠다기보다 어릴 때 업계 파트너를 만나 함께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그동안 부침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온 것은 행운이었고, 앞으로 계속하고 싶다. 일단 재미있다.

유태근 하고 싶은 일이라 힘들지만 재미있고 보람도 느낀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가면서 어렵게 작업하는데 그에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행이나 예산과 규모 문제로 처우 개선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게임 등 다른 업계로 이탈하는 아티스트가 늘고 있다. 다들 영화 크레딧에 올라가는 것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며 일하는, 열정적인 친구들인데 업계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다른 길로 빠지는 거지. 좀 더 작업 환경이 개선된다면 퀄리티 역시 더욱 높아질 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최재천 단순히 영화 예산에서 CG 비중을 늘리기보다 좀 더 거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영상 콘텐츠 제작에 있어 CG를 사용하지 않는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다. 정부 차원에서 육성한다면 아주 파워풀 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일회성 정책으로 반짝 지원하고 마는 실정이다.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의 외국은 국가적으로 지원해 비약적으로 발전을 시켰다. 웨타디지털도 뉴질랜드에 있지 않나. 꾸준한 지원만 보장한다면, 적어도 업계 종사자들이 불안감에 떠나지 않을 정도의 환경만 마련해 준다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이 있다면.

유태근 음 좀 있으면 아빠가 된다는 것?

최재천 고민 많은 요즘이라 질문받은 순간 당황했다! 음… 아직도 일하고 있는 것, 여전히 꿈이 있는 것 정도.

사진. 박광희(Ultra Studio)

2020-07-10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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