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의 한복판에서, ‘찾아오는 협회’로! 한국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회장

2020-09-15|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국내의 급성장은 물론 K-웹툰의 해외 시장 파급력에 놀라게 되는 요즘이다. 코로나 국면 비대면 콘텐츠의 수혜군으로 주목받은 웹툰 산업의 미래는 어떨까. 업계 유일한 산업체 구성체인 한국웹툰산업협회 3대 회장으로 취임한 서범강 회장을 만났다. ‘찾아오는 협회’를 모토로 웹툰 산업 자체의 발전을 목표로 매진 중인 서 회장에게서 웹툰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었다.

# 코로나

언택트 콘텐츠인 웹툰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로부터 타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상은 어떤가. 영화를 예로 들자면,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안방극장을 찾으면서 IPTV 등 VOD 매출이 상승했을 거로 막연하게 예상했으나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상반기 자료에 의하면 매출이 반 토막 난 실정이다.
혹자는 수혜 혹은 혜택을 입었다고 하는데,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게 조심스럽다. 회원유입과 조회수 등 (웹툰) 서비스 이용측면에서는 최소 10%에서 많게는 30% 상승효과를 봤다. 영화, 여행 등 전체적으로 극심하게 타격받은 산업군에 있기에 드러내 말하지는 않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등 정부 부처로부터 피해와 관련한 문의를 받으면 상승세 이면의 상황을 주목해 달라고 얘기하곤 한다. 즉 비대면 서비스이기에 이용률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와 계약의 드랍과 홀딩이 많이 발생했다.

상승세를 탔으나 그 자체가 핑크빛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고 읽힌다. 코로나 이후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바로 그거다. 현 상황의 특수성에 기대 그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을지 모르나 이에 안주하기보다 신규 유입된 회원의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로 유례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으나, 웹툰계는 이전부터 큰 변화의 흐름 한가운데 있었다. 코로나 전후 양상을 짚는다면.
짧은 시간 안에 웹툰에 대한 관심사가 크게 증가했다. 웹툰이 지닌 높은 효용성, 즉 웹툰을 통한 IP 구축과 타 장르로의 확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덕분일 거다. 지금까지 웹툰IP를 바탕으로 한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의 2차 콘텐츠 재생산이 주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영화, 드라마, 게임, 웹소설 등이 반대로 웹툰화 되고 있다. 즉 한 방향 흐름에서 양방 흐름으로 변모한 것인데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콘텐츠의 교류에 따라 각 장르에서 활약하는 플레이어들의 교류가 커질 것이고 이로부터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다. 또 요즘 무엇보다 주목하는 점은 공동기획을 시도하고 있다는 거다. 한 장르에서 성공 후 타 장르로의 재생산이 아닌 <승리호>처럼 영화, 드라마, 웹툰, 게임 등 동시에 기획하는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다. <승리호>가 동시 기획의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하고 또 국내에서 흔치 않은 SF 장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비슷한 의미로 <승리호>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담인데, 웹툰계에서도 SF는 드문 장르인가.(웃음)
그렇다. 하나의 IP를 콘텐츠화할 때 영화나 게임 등에 비해 웹툰의 제작비가 적은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SF 장르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다. 가령 일상물의 경우는 인물과 배경만 있으면 되지만 SF는 메카닉 즉 일상과는 다른 소품과 배경, 정교한 그림 등 제작 비용이 높아진다. 한편으로는 웹툰 작가나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후 2차 가공 시장인 영화나 드라마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아무래도 (그쪽에서)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다 보니 이래저래 SF를 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 이슈

올 11월 개정 시한을 앞둔 도서정가제와 관련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웹툰계 입장은 어떤가.
책을 사랑하고, 동네 작은 서점에서 만화책을 보며 꿈을 키웠던 개인으로서 출판업의 발전과 작은 서점의 활동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도서정가제가 출판업과 작은 서점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하고 싶지도, 개선이 필요한 정책이라고 선을 긋고 싶지도 않다. 다만,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으로서, 웹툰계와 회원사의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가 있기에 의견을 낼 뿐이다. 웹툰계의 기본 주장은 도서정가제를 부정하고 공격하지는 않으나 웹툰 콘텐츠가 지닌 특수한 결과 환경이 기존 출판시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핵심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디지털 콘텐츠와 온라인 서비스라는 웹툰·웹소설이 지닌 명확한 차이를 현실성 있게 반영한 효율성 있는 정책을 동반해 주길 바란다.

관련 인터뷰에서 온라인 서비스라는 유통의 특수성, 즉 유통경로가 단순해 도서정가제로 인해 보호해야 할 대상이 모호하고 또 할인율을 업계 자율로 풀더라도 피해를 보는 ‘소규모 출판사’나 ‘동네서점’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다무’(기다리면 무료)라는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겠다. 웹툰·웹소설이 온라인 서비스이기에 가능한 독특한 시스템으로 시장의 빠른 성장에 큰 몫을 해왔다. 만약 도서정가제라는 동일 잣대를 들이댄다면 자칫하면 시장의 주요 전략에 족쇄를 채우고 한계를 짓게 될지도 모른다.

이벤트와 할인율에 관련에 살펴보자면, 소위 잘나가는 웹툰 플랫폼이라고 해서 그 안의 모든 콘텐츠가 인기있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도서의 배치가 판매율에 영향을 미치듯 웹툰도 배치에 따라 독자의 선택 정도가 달라진다. 좁은 UI 구성 안에 모든 작품을 전면 배치할 수는 없다. 완성도 대비 구독률이 떨어지는 작품을 추천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가 이벤트와 프로모션이고, 이를 위해 할인은 필수다. 플랫폼이 작가와 당연히 상의와 협의 하에 할인율을 정한다. 때때로 플랫폼 마케팅의 일환으로 독자에게 무료나 큰 할인율로 제공하지만, 그 부담을 작가에게 전가하진 않는다. 작가 입장에선 정가대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경우도 있다.

문체부가 구성한 민관협의체에 참여했는데, 관련 주장을 펼쳐 보았나.(웃음)
바빠도 또 이미 스케줄이 있더라도 빠지지 않고 협의체 회의에 출석하려 했고, 그렇게 했다. 누군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웹툰계의 목소리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여러모로 배려한다고 했지만, 모인 10여 명이 모두 출판사와 소비자 쪽이었고, 웹툰과 관련한 참여인은 변호사 한 분 외에 나밖에 없었다. 도서정가제가 웹툰 산업 전반은 물론 나아가 결국엔 작가군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작가의 참여 등 웹툰 관련자 증원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모로 신경 써 준 문체부에 감사한 마음이다.

불법복제 문제는 어떤가. 콘진원 조사에 따르면 웹툰 사업 추진 시 겪는 어려움 중 ‘불법복제 사이트’를 최고 난제로 뽑았다.
사실 불법복제 문제는 예측해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닌, 일이 터지면 쫓아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복제방지 기술을 걸어 놔도 깨는 기술을 개발해 또 복제를 하니 복제를 당한 후에야 해결하는, 결과적으로 한발 늦은 대처가 되곤 한다. 때문에 캠페인을 통한 지속적인 인식의 개선이 중요하다. 콘텐츠에 정당한 비용이 지불되야 이후 더 좋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개념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콘텐츠 공급자는 소위 ‘돈값’하는, 즉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용지불과 퀄리티 상승이라는 선순환의 구조가 점차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한국웹툰산업협회

지난 1월 한국웹툰산업협회(이하 협회) 3대 회장에 선임됐다. 협회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업계에 종사하는 기업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와 환경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했고, 산업체 단위로 구성한 유일한 단체다. 기업이 모여 상부상조하며 기업체의 능력과 산업 환경을 키워나가는 것은 물론 작가 처우 개선 등 작가군을 포용할 그릇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우리의 포커싱은 기업을 넘어 웹툰 그 자체다. 웹툰 문화가 성장과 발전하는 데 있어 개개인이 하기 어려운 지점에 앞장서고자 한다. 또 해외 시장이 점차 중요해지는 요즘, 해외 진출에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국가별, 문화별 특성이 다르고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선차도 커 이를 개개인이 커버하는 게 쉽지 않다. 기업차원에서 나아가 산업단체 차원에서 조사하고 분석해 효과적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해외 활로 개척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 회원사의 우산 역할은 당연하다. 웹툰 발전에 필요한 방향이라면, 큰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단체로 자리매김하려 노력 중이다.

2015년 출범해 현재 웹툰 플랫폼, 제작사, 도서출판사 등 40여 이상의 업체가 회원사로 등록했다. 다만 네이버웹툰, 다음·카카오, 레진 등 굵직한 업체들은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처음 협회가 출발할 때 기본 취지가 업체들이 모여 도움을 주고받고 힘을 합쳐 하나의 목소리를 내 산업 환경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었다. 한편으론 이미 거대 공룡인 그들이 굳이 협회에 들어오겠냐는 생각도 있지만, 네이버웹툰이나 다음·카카오 등이 함께해준다면 아주 기쁘고 큰 힘이 될 것이다. (웃음) 어떤 도움을 받거나 이익을 취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을 우선하기보다 웹툰 환경과 문화 콘텐츠의 기반을 다지고 성장하는 데 의의를 둔다면, 그들도 함께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임기내 목표로 한 사업이 있다면.
기본 목표는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싶은 협회로 자리잡는 것이다. 산업 내 많은 업체가 우리와 함께해 주길 기대하나 그 수에 연연하거나 (찾아 가) 가입을 권유하려 하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찾아올 동인을 만들려고 한다.

현재 가장 활발히 운영 중인 사업은 ‘웹툰PD아카데미’다.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선 능력 있는 인재가 꾸준히 배출돼야 한다. 앞으로 좀 더 규모를 키워 꾸준한 사업으로 안착시키려 한다. 웹툰어워드도 있다. 영상매체에 백상시상식이 있듯 웹툰계에도 상징적인 시상식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전 국민이 인정하고 축하하는 진정한 어워드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올해를 원년으로 삼으려 했으나 코로나로 오프 행사가 취소돼 아쉬울 따름이지만, 내년까지 남은 시간 동안 내실을 확실하게 다지려 한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지도.(웃음) 또 하나는 다양성 장르 지원이다. 협회 차원에서 수익성과 상관없이 다양한 장르를 작업 중인 작가를 지원해 제작하고, 이를 협회 플랫폼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또 협회에 속한 회원사의 규모와 능력이 서로 다르고, 큰 가능성을 품고 있음에도 비용 측면의 어려움이 있어 그 뜻을 펼치지 못하는 회원사도 있기에 이들에게 활동자금이나 선제작비용 조달 등 펀딩을 조성해 자금 지원을 도우려고 한다.

방대한 자료가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웹툰의 아카이빙화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예를 들면, 영화는 타이틀만 쳐도 관련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데 만화를 포함한 웹툰은 그렇지 않다. 언론진흥재단에서 5년여의 시간을 들여 ‘카인즈’를 구축했듯 웹툰계 역시 메타플랫폼을 구축한다면 높은 효용성과 확장성이 기대된다.
음악, 영화, 음반 등 타 콘텐츠 영역 대비 웹툰이 가장 취약한 지점이다. 만화와 웹툰이 태생상 다소 폐쇄적이고 아직 밖으로의 관계나 확장에 대해 쑥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다. 또 오픈하고 내보여 여러 데이터가 비교 평가될 수 있음에 조심스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산업 내 업체들이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데 바빴고 한편으론 누군가 큰 그림을 펼쳐 보여준 적이 없어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점도 있다. 협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련 분야의 종사자들과 지속적인 정보 공유를 통해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 보도록 하겠다.



사진_박광희 실장(Ultra Studio)

2020-09-15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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