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신간] 아직 이야기되어야 할 기억은 더 많이 남아있다 <기억의 전쟁>

2021-03-08|박꽃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 박꽃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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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할아버진 나랑 이혼하려고 월남에 갔어. 장애아랑 딸만 낳은 나랑 이혼하려고. 이혼비 벌러.”

이길보라 감독은 궁금했다. ‘월남참전용사’라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다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암에 걸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지난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감독은 그 기억을 좇아 2015년 베트남을 찾았고, 한국군에 학살당한 베트남 민간인을 추모하는 ‘따이한 제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은 지난해 2월 극장 개봉했다. 영화에 따르면 1964년부터 1973년까지 4차례에 걸쳐 약 32만 5천 명의 한국군이 파병됐다. 약 80개 마을에서 한국인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가 세상에 공개된 지 1년 만인 지난달, 같은 제목의 책 <기억의 전쟁>이 출간됐다. 책은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은 할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당초 취재 계획을 좀 더 상세히 전한다. 자신과 이혼하기 위해 베트남전에 뛰어든 남편을 이야기하는 이 감독 할머니의 말이 상기시키는 건, 베트남 전쟁이 ‘국가의 역사’이자 ‘남자의 서사’인 동시에 1960~70년대를 살아낸 한 개인의 삶의 질곡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책은 이 감독의 할아버지, 할머니,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생존자, 심지어는 당시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까지 그 모든 이들의 ‘기억’의 조각을 맞춰보는 ‘전쟁’같은 과정을 정리한다.

집필은 이길보라 감독, 곽소진 촬영감독, 서새롬, 조소나 프로듀서가 나눠 담당했다. 영화의 최초 기획과 베트남 취재 과정, 편집에 편집을 거듭한 후반 작업의 경험을 상세히 서술한다. 모든 촬영이 끝난 줄로만 알았던 상황에서 팀에 새롭게 합류한 조소나 프로듀서는 네덜란드 출신 편집자와 협업을 제안하는데, 이 지점은 <기억의 전쟁> 프로젝트의 입체감을 크게 확장하는 대목이다. 사안에 깊이 몰입해 있던 이들과는 시선을 달리하는 인물이 등장함으로써 콘텐츠는 보다 큰 힘을 획득한다. 2018년, <기억의 전쟁> 팀은 서울에서 열린 시민평화법정에 베트남 생존자인 ‘탄 아주머니’가 참석하는 과정을 추가 촬영한다.

책에 담긴 인상적인 한가지 질문 한 가지를 공유한다. 베트남 전쟁을 겨냥한 전 세계적인 반전, 평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왜 한국에서는 반전 운동의 물결이 일지 않았는가? 왜 한국에서 베트남 전쟁은 여전히 ‘경제성장 서사’로 이해되는가? 객관적인 눈으로 <기억의 전쟁>을 처음 접한 외국인 편집자의 의문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국가에 헌신한 ‘월남참전용사’ 개인 그리고 그들을 베트남으로 이끈 권력에 대한 어떤 기억과 다시 맞물린다. 아직 이야기되어야 할 기억은 더 많이 남아있다. 그 길로 가는 지점에 <기억의 전쟁>이 있다.

책 정보: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곽소진, 서새롬, 조소나 지음, 북하우스 펴냄, 312쪽.


2021-03-08 | 글 박꽃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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