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박훈정표 감성 누아르, 넷플릭스 <낙원의 밤>

2021-04-09|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장르성을 한껏 끌어 올린 <신세계>(2012)와 <마녀>(2018)로 확실한 ‘재미’를 보장했던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이 극장을 패싱, 9일(금) 넷플릭스로 공개된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한국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계에서 나온 가장 뛰어난 갱스터 영화 중 하나”라는 평을 받은 영화를 들여다본다.


캐릭터

‘태구’(엄태구)는 라이벌 조직의 보스가 스카우트를 제안할 정도로 뛰어난 조폭.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신이 속한 조직과 ‘형님’(박호산)에게 충직하게 복무하는 인물이다. 의리+실력+인성까지 갖춘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다. 어떤 계기로 라이벌 조직의 보스를 제거한 후 쫓기는 신세가 된 그는 제주도로 피신한다. 잠시 머문 후 러시아로 뜰 계획이다.


태구를 노리는 이는 라이벌 조직의 이인자 ‘마 이사’(차승원)다. 회장님이 칼 빵을 맞았으니, 그리 내키지는 않지만 조직 차원에서 복수해야 할 판. 모종의 거래가 오간 후 ‘태구’ 한 명을 넘겨받기로 ‘형님’과 합의한다. 살벌한 대사와 표정으로 공포 분위기를 겁나게 조성하지만, 나름의 확실한 룰을 지닌 인물이다. 부하를 파는 형님을 ‘생 양아치’라고 경멸하며, 한 번 내뱉은 약속은 철저히 지키려 한다. 극 중 가장 의외성을 보이는 캐릭터로 영화에 흐르는 블랙유머는 대부분 그로부터 파생한다.

태구는 제주도에 도착해 러시아로 떠나기 전까지 예전 조직에 몸담았던 무기 밀매상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다. 외딴곳에 위치한 농장에서 조카 ‘재연’(전여빈)과 단둘이 사는 그는 어쩐 일인지 달러를 무리하게 긁어모으는 중이다. 그리고 ‘재연’, 그녀는 권총의 명사수다.


액션

박훈정 감독은 이번 <낙원의 밤>에서는 인물과 감정에 집중한다. 경찰대 조직의 대결 구도, 조직 간의 권력 다툼과 힘 겨루기 등을 중요 동력으로 삼는 누아르 고유의 색채는 다소 약해졌으나, 한층 성숙해진 인상으로 감성적으로 깊이 들어간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31분으로 꽤 긴 편이다. 액션의 비중은 분량으로 보자면 크지 않으나 임팩트 강렬한 액션이 중 후반, 그리고 결말에 배치돼 있다. 카 체이싱과 이후 이어지는 시퀀스는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액션과 견줄 만하다. 차 안에 있는 ‘태구’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조폭들이 떼로 몰려들고, 태구는 차 키, 칼 등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무기 삼아 치고받는다. 좁은 공간에 제한된 동작만으로도 훌륭하게 뽑아냈다.

다른 하나는 ‘재연’의 몫이다. 결말의 이 장면을 위해 영화가 오롯이 달려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개연성과 현실성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피범벅 난장과 후련한 총질 액션을 맛볼 수 있다. 이때, ‘마 이사’가 던지는 찰진 대사 한마디가 있으니 순간 빵 터진다.


제주도, 며칠

‘조직의 타깃이 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여자가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 <낙원의 밤>의 스토리라인은 단순하다. 다른 의미로 벼랑 끝에 몰린 남녀가 제주도에서 만나게 되고, 며칠을 함께 지낸다. 한눈에 반한다든지, 폭풍 같은 사랑에 빠진다든지 하는 현실감 떨어지는 상황으로 인물을 밀어 넣지 않는 점이 영화의 미덕. 닮은 꼴인 상대에 서서히 스며든 남녀는 예정된 최후를 맞는다. 낙원의 밤을 지나 아침을 맞지 못한 그들이 애달프다.

단출한 등장인물과 간결한 서사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제주도의 한적하고 한가로운 풍광과 이로부터 길어 올려지는 쓸쓸한 정서다. 해안도로 뒤로 보이는 바다와 파도, 머리카락을 날리는 바람, 그리고 입맛 당기는 먹음직스러운 물회 한 그릇까지 제주는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이다.


트리비아

<낙원의 밤>의 주인공 이름은 ‘태구’로 공교롭게도 배역을 맡은 엄태구와 같은 이름이다. 시나리오를 받고 ‘박훈정 감독이 나를 염두에 두고 쓴 걸까?’라는 의문에 잠시 설레었다는 엄태구는 바로 감독에게 확인했단다. 돌아온 단 한마디 ‘아니’.

극 중 차승원이 연기한 ‘마 이사’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 차승원 왈, 사실은 ‘마승원’ 이라고. (아재개그 -_-)

엄태구는 배역을 위해 8kg가량 증량했으나, 촬영하면서 다시 빠졌다고 한다. 증량한 것도 살이 빠진 것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차승원, 혹시 눈치 제로?


사진제공_넷플릭스 

2021-04-09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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