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 IFF] 무비스트 추천작 ①장르영화로 수놓아진 불면의 밤

2021-04-29|이금용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29일(목) 개막하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독특한 장르영화를 찾는 관객을 위해 ‘불멸의 밤’ 섹션을 준비했다.

‘불멸의 밤’은 미국과 영국, 대만 출신의 젊은 감독들이 시대적,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참신한 장르영화 <배드 헤어>, <검열>, <크립토주>, <겟 더 헬 아웃>, <혈육>으로 구성됐다. 이들 영화를 연출한 저스트 시미엔 감독, 프라노 베일리본드 감독, 대시 쇼 감독, 왕이판 감독 그리고 조 마르칸토니오 감독이 직접 무비스트에게 전한 코멘트를 곁들여 각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배드 헤어>
감독: 저스트 시미엔
배우: 엘르 로레인, 바네사 윌리엄스
장르: 호러
시간: 105분
상영정보: 05. 02(일) 16:00 CGV전주고사 8관 / 05. 03(일) 14:00 CGV전주고사 2관


음악 전문 방송이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1989년, 음악 방송국에서 일하는 ‘애나’(엘르 로레인)는 능력도, 열정도 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친다. 자신의 곱슬곱슬한 헤어스타일이 원인이라고 짐작한 ‘애나’는 성공하기 위해 타인의 머리카락을 심는다. 하지만 그는 곧 새로 심은 머리카락에 피에 굶주린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애나’는 원치 않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저스트 시미엔 감독 코멘트
모발을 소재로 한 아시아 호러영화 중 원신연 감독이 연출한 <가발>과 하시모토 하지메 감독의 < 파트너 시리즈: X DAY >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국에서 자란 흑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미국 문화에 동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 중 여성들은 야망을 위해 정체성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은 정체성을 버리는 게 자신의 선택이라고들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머리를 펴는 것도 그렇다. 나는 사회에 의해 조작된, 따르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는 공포에 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흑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에는 인종주의, 외모 지상주의와 더불어 가부장적 억압도 있다. 영화 속의 흑인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성들에게 가부장적인 압박을 가한다. 하지만 이들도 어쩌면 시스템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배드 헤어>는 객관적이지 않다. 이는 문제적인 사회시스템을 두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풀어낸 증언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관람하길 바란다.


<검열>
감독: 프라노 베일리본드
배우: 니암 앨거, 니콜라스 번즈, 빈센트 프랭클린, 마이클 스마일리
장르: 호러, 스릴러
시간: 84분
상영정보: 05. 02(일) 16:00 CGV전주고사 8관 / 05. 03(일) 14:00 CGV전주고사 2관


수위 높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담긴 저예산 공포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던 1980년대 영국,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살인 사건들을 놓고 미디어가 공포영화에 탓을 돌린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던 영화 검열관 '이니드'(니암 앨거)는 이상하게 익숙한 저예산 공포영화를 보고 실종된 여동생과 관련된 과거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일에 착수한다.

프라노 베일리본드 감독 코멘트
1980년대 영국은 사회적 불안, 실업률과 범죄율의 증가 등으로 인한 도덕적 패닉을 겪고 있었다. 미디어와 정치인들은 정치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해머 호러(기자 주: 섹스, 폭력 등 자극적인 요소를 강조한 저예산 B급 장르 영화) 영화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검열관들은 비난받아 마땅한 영화를 색출해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껴야하는 존재였다. 주인공 ‘이니드’는 이를 구체화한 캐릭터다.

<검열>의 시작은 한 호러 잡지였다. 해머 호러 시대에 일하는 영화 검열관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 때 ‘만약 폭력적인 영화가 관객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면, 검열되기 전의 영화를 보는 검열관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를 통해 당시 영국을 통치했던 대처 총리의 보수적 정책과 검열 시스템을 비판하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1980년대의 공포영화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어 즐거운 작업이었다.


<크립토주>
감독: 대시 쇼
배우: 레이크 벨, 마이클 세라, 알렉스 카르포브스키, 조 카란, 루이자 크라우즈
장르: 애니메이션
시간: 91분
상영정보: 05. 01(토) 21:00 CGV전주고사 1관 / 05. 06(목) 18:30 CGV전주고사 1관


196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화 속에 등장하는 기묘한 동물을 모아놓은 공간 ‘크립토주’가 있다. 이곳의 사육사들은 꿈을 먹는 전설의 동물 ´바쿠´를 포획하려 하지만 ‘바쿠’를 노리는 건 사육사들뿐만이 아니다. 정부 역시 운동가들에게서 희망을 뺏기 위해 이들의 존재를 은폐하려 한다. 군의 개입으로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바쿠’를 전시해야 할지 혹은 숨겨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대시 쇼 감독 코멘트
크라켄, 인어, 반인반수… 이 상상의 동물들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나 사진이 아닌 내 머리와 손끝에서 탄생한 애니메이션뿐이라고 생각했고, 5년 동안 작업했다. <크립토주>는 수채화, 색연필, 에어 브러쉬 등 다양한 재료와 각종 미디어를 활용한 콜라주다.

영화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진짜다.”라는 피카소의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 비록 현실엔 없는 존재들을 다루지만 환상의 세계가 아닌, 우리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목표였다. 또 동시에 영화의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내 아내인 제인을 위해 즐거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제인이 즐겨하는 온라인 게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전 세계 유저들이 이용하는 만큼 다양한 인종과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변화무쌍한데, 이 같은 특성을 영화 속 여성캐릭터에게 반영하려 했다.


<겟 더 헬 아웃>
감독: 왕이판
배우: 히 하오첸, 라이야옌
장르: 액션, 코미디
시간: 101분
상영정보: 05. 02(일) 16:00 CGV전주고사 4관 / 05. 06(목) 17:00 CGV전주고사 2관


대만 국회 입법부에서 일하는 존재감 없는 경비원 ‘왕요웨이’(히 하오첸), 여기저기서 얻어터지고는 코피를 달고 다니는 탓에 ‘코피’라는 별명이 붙었다. 찌질하고 숫기 없는 ‘왕요웨이’가 남몰래 국회의원 ‘시옹잉잉’(라이야옌)을 향한 짝사랑을 키워가던 어느 날, 모종의 사건으로 ‘시옹잉잉’을 대신해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그런데 회의 도중 국회의사당 내부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고 사람들은 감염되어 좀비가 되고 만다. 단, ‘왕요웨이’를 제외하고.

왕이판 감독 코멘트
영화 속 정치인들은 과장되고 만화적인 묘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상상이 아니라 현재 대만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좀비와 다를 바 없이 달려드는 국회의원들의 과격한 몸싸움은 한치의 과장도 보태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기본적으로는 대만의 정치를 풍자하는 작품이지만 또다른 사회적인 이슈도 포함하고 있다. 제약회사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고향을 지키기 위해 여성 정치인이 된 ‘시옹잉잉’의 사연을 통해 여성, 빈곤층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메시지도 집어넣고 싶었다.

한국영화 <반도>와는 달리 <겟 더 헬 아웃>은 저예산 좀비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를 많이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배우가 여러 좀비 역할을 맡아 계속 등장하는데 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혈육>
감독: 조 마르칸토니오
배우: 클로에 피리, 잭 로덴, 피오나 쇼, 에드워드 호크로프트, 안톤 레져
장르: 호러, 스릴러
시간: 101분
상영정보: 05. 02(일) 20:00 전주시네마타운 8관 / 05. 06(목) 20:30 CGV전주고사 5관


젊은 임산부 ‘샬롯’(타마라 로렌스)은 남자친구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쓰러진다. 죽은 남자친구의 가족들은 ‘샬롯’이 출산할 때까지 그녀를 돌봐주기로 약속한다. 강렬한 슬픔으로 환영까지 보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제안을 수락하는 ‘샬롯’, 하지만 배가 불러올수록 그녀의 의심도 점차 부풀어만 간다. 자신의 재산을 빼앗아가려는 걸까? 아니면 아이? 이 이상한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도망칠 곳은 없어 보인다.

조 마르칸토니오 감독의 코멘트
<혈육>은 내 양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공동작가인 제이슨 맥콜건의 경험이 담긴 심리 스릴러다. 영화의 주요 테마는 가스라이팅에 의해 야기되는 고통과 혼란이다. 백인 가족은 인종적으로, 또 계급적으로 차별하며 끊임없이 의혹의 씨앗을 뿌린다. 그리고 젊은 흑인 여성은 그들의 목표대로 자신에 대해 의심하고 차츰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주목해야할 점은 영화의 미학적인 측면이다. ‘샬롯’이 남자친구의 집에 갇히기 전 바깥 세상은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해 현실성을 높이고, 반대로 감금당해 있는 시점에선 왜곡된 화면을 통해 기이한 분위기를 강조하고자 했다. 또한 배우들의 의상, 메이크업, 소품의 질감과 색감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의 이질성을 두드러져 보이게 하려 했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기대가 있었다면 <혈육>이 이를 뒤엎길 바란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9일(목)부터 5월 8일(토)까지 온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출품작 142편을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 극장과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관람할 수 있다.

2021-04-29 | 글 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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