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 IFF] 무비스트 추천작 ④”나는 게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2021-04-30|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 전주=박꽃 기자]


“저는 비비안이구요, 저희 아들은 22살 동성애자입니다.”

“저희 애는 트렌스젠더입니다. (단어를 좀 생각하다가) MTF 트렌스젠더요. 지금은 여자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나비라고 합니다. 저의 하나뿐인 아이는… ‘바이 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이랍니다. 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아무튼…(웃음) 그렇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PFLAG)에서 활동하는 4~50대 여성들이 마이크를 들고 자기소개를 한다. 모두 성 소수자 자식을 둔 엄마들이다.

그저 평범한 아이를 키워온 줄로만 알았던 그들이 처음 딸, 아들의 커밍아웃과 마주했을 때 대부분은 현실을 회피했다.

시간이 차츰 지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고민을 말하지 못한 채 홀로 고통을 견뎠을 자식의 마음이 떠올라 몇 번이고 아픈 울음을 토해냈다.

변규리 감독은 그들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의 시작이다.


<마이 페어 웨딩>(2014) <위켄즈>(2016) <불온한 당신>(2017) 등 국내에서도 성 소수자를 소재로 한 여러 종류의 다큐멘터리가 여러 차례 개봉했지만, 성 소수자 당사자가 아닌 그들의 부모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처음이다.

30일(금)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무비스트와 만난 변규리 감독은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던 당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홍보 영상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 성 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의 위치에 대해 질문할 기회가 생겼다”고 작품의 시초를 전했다.

연분홍치마는 <3xFTM>(2008) <레즈비언 정치도전기>(2009) 등 성 소수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다수 기획, 제작한 영화 집단이다.

주인공은 게이 아들을 둔 승무원 엄마 비비안과 트렌스젠더 자식을 둔 소방관 엄마 나비로 낙점했다.

두 사람을 섭외한 변규리 감독은 “두 분 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데 그 방법이 굉장히 달라 흥미로웠다”고 이유를 들었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나비는 “이것도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의 일환인가보다 생각만 하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본의 아니게 많이 노출됐다. 이것저것 찍자고 하는 감독님을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았다”고 출연 당시를 회상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비비안, 나비 (왼쪽부터)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비비안, 나비 (왼쪽부터) by 박장군


성 소수자의 부모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밀착하는 <너에게 가는 길>은 자식의 강력한 지지자로 변모하는 부모의 변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나비는 트렌스젠더의 삶을 택한 자식의 법적 성별을 정정하기 위해 판사에게 직접 편지를 쓴다. 이혼 이후 다시는 찾을 일 없을 줄 알았던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 방문하게 되는 이유다.

나비는 "성별 정정이 되지 않으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라도 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주인공인 비비안은 게이 아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사에 참여한다.

“나는 나의 게이 아들을 사랑한다”는 피켓을 들고 걷는 그에게 뜨거운 환호가 쏟아진다.

비비안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걸(프라이드 행진) 보러 왔단 말이야? 혐오 세력이 단 한 명도 없단 말이야?”



녹록지 않은 여정을 함께 버티며 부모 자식 관계를 갈고 닦아 나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안기는 감동은 적지 않다.

승무원 생활과 동시에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비안은 “부모는 내 자식이 어떻든 사랑한다. 성 소수자가 사회에서 대우를 못 받으니 부모가 더 보호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나비 역시 같은 생각이다.

“성 소수자의 존재가 보이지 않도록 (사회가) 배제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그걸 거부한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이런 일도 있고, 이런 사람도 있고, 이런 활동을 할 거라고 하나하나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또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답했다.

<너에게 가는 길>은 29일(목)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할 수 있다.

변규리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면 울 수도 있고 마음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유쾌한 면도 있다. 큰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고 ‘이런 이야기들도 있다’는 생각으로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상영 정보: 05.01(토) 10:00 CGV 전주고사 7관 / 05.01(토) 10:00 CGV 전주고사 6관(GV) / 05.02(일) 12:30 CGV 전주고사 5관(GV) / 05.05(수) 11:30 CGV 전주고사 7관 / 05.05(수) 11:30 CGV 전주고사 6관

2021-04-30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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