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수다회] 시원, 깔끔, 만족 그 자체! <콰이어트 플레이스2>

2021-06-30|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 박꽃 기자]

[목요수다회]는 무비스트 기자들이 같은 영화를 보고 한 자리에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관람 후 나눈 대화인 만큼 스포일러가 잔뜩 포함돼 있으니 관람 전 독자는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콰이어트 플레이스2>


1편 봐야 ‘더’ 재밌다

박꽃 : 시작하기 전에, 혹시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 안 보신 분?

이금용 : 저요!

박꽃 : 잘됐네요. 은영 선배와 저는 1편을 본지라, 안 본 사람 입장에서 2편이 어땠을지 궁금했어요.

이금용 : 워낙 잘 알려진 영화라 설정은 알고 있었어요. 소리를 내면 죽이는 괴물이 등장했다는 거요. 1편을 안 봤지만 영화 앞부분에 간단하게 이야기가 나오니까 전사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없었어요.

박꽃 : 그렇죠. 이해하는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전 1편을 봐야 훨씬 더 잘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멧’(킬리언 머피)이 영화 초반 주인공 가족과 야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괴생물체가 등장하고 모두가 도망치기 시작하잖아요. 그때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이 급박하게 차를 후진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보면 3년 전 개봉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시작이 사실은 이랬던 거구나 하면서 기억의 조각이 맞춰져요. 1편을 본 사람이 전작 상황을 떠올리면서 관람할 수 있는 소스를 주더라고요.

 '에블린'
'에블린'


박은영 : 저도 1편을 본 사람이 더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선 내용을 모른다고 해서 이해를 못 하지는 않고, 또 그렇게 제작하지도 않겠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라는 시리즈는 1편과 2편을 이어주는 디테일이 살아 있어요. 예를 들면 1편에서는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이 아빠 ‘리’(존 크래신스키)와 좀 서먹해요. 그러다가 셋째 동생이 죽고 아빠까지 잃게 되면서 2편에서는 딸이 굉장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겁 많고 유약했던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도 새로 태어난 동생을 필사적으로 지켜내려고 해요. 주인공 아이들의 성장이 2편의 굉장히 큰 관람 포인트가 되는 거죠.

박꽃 : 그런데, 잠시 정리해보면 이 부부는 결론적으로 아이를 네 명이나 낳은 거죠? 큰딸, 둘째 아들, 잃은 셋째 아들, 새로 낳은 넷째까지. 정말 대단해…!(웃음)

박은영 : 그 엄혹한 와중에도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죠.(웃음)

박꽃 : 아마 이런 맥락을 모르고 관람하면 아이들이 괴생물체를 제거하기 위해 왜 저렇게까지 비장하게 나서나? 살짝 의아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앞선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은 그 아이들이 이미 가족을 비참하게 잃었다는 걸 알잖아요. 그런 맥락을 두고 이어지는 감정선이 아주 잘 살아 있다고 느꼈어요. 기찻길 중간에 마련된 십자가 장소 기억하시죠? 그게 1편에서 잃은 셋째를 기리기 위해 부부가 만든 일종의 추모 공간인데, ‘에블린’이 남편을 잃은 뒤 그곳을 다시 찾아가 자신들의 결혼반지를 빼서 얹어두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아는 관객만이 더 잘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더라고요.

 '레건'과 '리'
'레건'과 '리'


박은영 : 이 시리즈의 또다른 특징은 1편과 2편이 정말 곧장 이어진다는 거예요. 보통 후속편이 나올 때까지 물리적인 제작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극 중 상황도 시간이 약간 흐른 상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콰이어트 플레이스2>는 정말 ‘리’가 죽고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개되거든요. 마치 지난 3년의 제작 기간이 없었던 것처럼 시간적으로도 1편과 너무나 잘 이어지는 거죠.

박꽃 : 제작진이 1편의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고 2편으로 긴밀하게 연결한 덕분이라고 봐요. 정말 ‘시리즈물’로서 손색없는 지점이죠.


연출의 고수, 존 크래신스키!

박꽃 : ‘레건’과 ‘에멧’이 섬에 도착했을 때 기억 나세요? 전 사실 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좀비화가 돼서 두 사람을 괴롭힐 줄 알았는데, 웬걸. 그 섬은 정말 너무 평온한 거예요.(웃음) 저에게는 일종의 반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잠시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레건'과 '에멧'
'레건'과 '에멧'


박은영 : 1편이 집이라는 실내 공간을 위주로 온 가족이 뭉쳐 행동했다면 2편에서는 공간도 보다 확장되고 딸, 엄마, 아들이 각개전투를 펼치잖아요.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워낙 긴박감을 잘 조성하기는 하지만, 변화한 구성 때문에 시선이 조금 분산된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그런데 섬 장면까지 시작되니 저는 약간 루즈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뭐야,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 거야? 싶었던 거죠.

이금용 : 설마요!(웃음) 영화가 계속해서 ‘강강강강’으로 갈 순 없잖아요. 그러면 자극이 점점 커지기만 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니까요. 이 영화가 좋았던 건 긴박감을 조금 눌러주는 대신 불안감을 주고, 그 과정에서 관객이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을 거쳐 ‘레건’이 괴생물체를 대상으로 결정적인 활약을 하는데, 너무나 결연한 표정을 지을 때 갑자기 감동이 몰려오더라구요.

박꽃 : 재난을 뚫고 나와 성장하는 캐릭터가 줄 수 있는 바로 그 감동이죠.

 '레건'
'레건'


박은영 : 그러면서도 주제에 충실하게 달려가는 지점이 좋았어요. 왜 ‘레건’과 ‘에멧’이 배를 타려고 하는데 생존자 무리에게 붙잡히잖아요.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또 생존자끼리 싸우는 거 아냐?’(웃음)

박꽃 : 꼭 그런 거 있죠.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괜히 어설퍼지는 거. 저는 <#살아있다>를 볼 때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생존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던 두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아저씨로부터 위협을 당하잖아요. 그런데 재난물 안에서 인간 사이의 갈등은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다른 작품을 흉내만 내고 마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콰이어트 플레이스2>에는 그런 지점이 없어서 좋았어요.

박은영 : 이 영화는 괴생물체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사람과 사람끼리 치고받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 주요한 테마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좋았어요. 인간 본연의 욕망이나 추악함은 이미 다른 비슷한 영화에서도 비슷한 지점에 집어 넣어둔 요소거든요.

 존 크래신스키 감독
존 크래신스키 감독



이금용 : 디스토피아 영화를 보면 꼭 인간사 갈등이 나오죠.

박꽃 : <반도>도 그랬죠. 자기들끼리 모여 있다가 흑화한 군상이 등장하죠.

박은영 : <콰이어트 플레이스2>는 그런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을 질질 끌지 않아요. 여기서는 그냥 배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로 살짝 맛배기만 보여주고, 주인공의 손을 쓰지 않은 채 괴생명체의 힘을 빌려(웃음) 상황을 처리하죠.

박꽃 : 누구에게 복수를 한다든가 내가 제일 힘 센 자가 되려고 한다든가,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주제로 직진해요. 그 일관적인 흐름이 무척 좋았어요. 관객 입장에서도 어떤 즐거움을 기대하고 관람해야 하는지 아주 명확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을 기대하는 분은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영화가 너무나 시원해요.


스핀오프 제작 확정, 어떤 내용?

박은영 : 존 크래신스키는 배우였잖아요. 감독 경력이 그리 길지 않아요. 그런데 자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영화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규모 있는 세계관의 장르물을 잘 연출할까요. 드라마까지 설득력 있게 구성해 놓으니 정말 고급스러운 장르물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스핀오프까지 제작 확정이니, 역시 재능 있는 사람은 뭐든 잘한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콰이어트 플레이스2> 촬영장의 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
<콰이어트 플레이스2> 촬영장의 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


이금용 :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아미 오브 데드>를 보고 느낀 게 뭐냐면 ‘아 미국도 신파구나.’(웃음) <아마겟돈> 같은 작품을 떠올려보면 미국 사람들도 신파 요소를 오랫동안 좋아해온 셈이긴 하죠. <콰이어트 플레이스2>도 가족 드라마를 다루기 때문에 조금만 삐끗하면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을 주지 않더라고요.

박꽃 : 우리만 호평하는 게 아닌가봐요. 흥행 기세를 이어 바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핀오프 제작을 확정 지었어요. IMDB 등재 정보를 살펴보면 2023년 3월 31일 개봉할 거라고 딱 못 박아뒀더라고요. 그런데 연출은 더 이상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맡지 않는다면서요.

이금용 : <테이크 쉘터>(2011) <러빙>(2016)을 연출한 제프 니콜스 감독이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는다고 해요. 영문 제목은 < A Quiet Place Part III >로 돼 있긴 하지만 보도를 살펴보면 후속작이 아니라 스핀오프가 맞아요.

박은영 : 그럼 소리에 민감한 괴생물체가 존재한다는 설정만 공유하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겠네요. 드라마가 강한 <러빙>을 연출한 제프 니콜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하니, 기존보다 서사가 더욱 강력해질 거라는 추정도 해볼 수 있겠어요.

 '에멧'
'에멧'


이금용 : 지금으로서는 제작을 확정했고, 감독을 정했고, 캐스팅 중이라는 정도만 공개돼 있어요.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알려진 게 하나도 없죠.

박은영 : 그런데 스핀오프와 별개로 그냥 <콰이어트 플레이스3>도 나올 것 같지 않아요? 이제 괴생물체를 물리쳐야죠. 그래야 완벽한 3부작으로 마무리될 것 같아요.

박꽃 : 당연하죠!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레건’은 괴생명체가 소리에 민감하다는 걸 알게 되죠. 그게 아빠 ‘리’가 물려준 유산이기도 하고요. <콰이어트 플레이스2>에서는 드디어 전방위적으로 퍼져 있는 괴생물체를 한꺼번에 해치울 수 있는 단서를 잡았어요. <콰이어트 플레이스3>은 그들이 어떻게 다시 안전을 되찾는지를 보여주지 않을까요. 현재로서 문제가 있다면… 주연 배우들이 한참 성장기라는 거예요. 특히 남배우들은 몰라보게 키가 크고 외모가 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마커스'
'마커스'


박은영 : 통상적으로 제작에 2~3년이 걸린다고 보면 배우 외모의 변화도 고려 요소가 될 수 있겠네요.

박꽃 : 극 중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았는데 ‘마커스’ 역이 갑자기 너무 덩치가 커져서 나타나면 안 되잖아요. 그렇다고 배우를 바꿀 수도 없는 거고. 아마 그래서 곧장 <콰이어트 플레이스3>을 찍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스핀오프부터 먼저 찍는 게 아닐까요? 이상 저의 ‘뇌피셜’이었습니다.(웃음)

2021-06-30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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