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으로 ‘뮤추얼베네핏’ 실현할 것, 강신범 바른손 대표

2021-08-06|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한 <기생충> 덕분에 ‘바른손’은 영화제작사로 명실상부하게 전 세계 영화인에 각인했다. 한국영화 100년의 쾌거인 <기생충>은 바른손에도 40년 역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때부터 바른손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넘치도록 받은 사랑을 어떻게 사회와 그리고 관객과 나눌 것인가. 이는 강신범 바른손 대표가 일찍이 품어온 두 가지 의문, 현재의 투명하지 못한 제작시스템과 젊은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평가라는 질문과 맞닿으며 뮤추얼 베네핏한 사업의 추구로 이어졌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차세대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은 탈중앙화와 투명성을 담보하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 대한 시대적 요구, 영화의 도시이자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부산, 영화계의 시스템을 꿰뚫고 있는 플레이어인 바른손이 만났기에 가능한 프로젝트다. 영화산업의 무브먼트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콘텐츠·테크놀러지 전문가 강신범 대표를 만났다.


바른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21년 블록체인 시범사업' 일환인 특구 연계사업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차세대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을 프렌즈게임즈와 협업해서 구축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핵심은 두 가지예요. 투자금과 자금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투자금 관리툴 구축이 그 하나이고요. 또 하나는 P2P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들의 참여정보에 블록체인을 적용하여 확장과 확산이 용이한 차세대 블록체인 기반 영화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죠.

투명성&공정성



사실 ‘바른손’ 하면 팬시·문구의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현재 바른손의 사업분야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그런 얘기를 여전히 지금도 듣고 있네요. 바른손은 40여년 가까이 되는 전통 있는 기업으로 현재는 영화제작, 문화콘텐츠의 투자와 배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작을 한 지 꽤 됐는데도 문구·팬시 브랜드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기생충>(2019)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죠.

게임, VR 등 관련 콘텐츠 제작도 활발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게임 제작, VR 콘텐츠 제작, 디지털 휴먼 등 첨단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에 연계할 수 있었어요.

이번 ‘블록체인을 활용한 차세대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이하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나 업계의 흐름을 짚는다면요.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재작년이네요. 한국영화의 빠른 성장에는 대형 자본의 투입이 분명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영화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현재 한국영화 산업을 살펴보자면, ‘천만 영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형국이죠. 흥행공식과 스타시스템에 따라 만들어지는 흥행작에 목매어 있는 구조예요.

그 때문에 다양한 영화와 소규모 영화 산업은 상대적으로 덜 발전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자본으로부터 독립이 쉽지 않은 제작구조를 비롯해 투자와 제작의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면이 크게 한몫 합니다. 수백억 원짜리 영화를 만드는데 그 과정이 거의 노출돼 있지 않아요. 다른 산업에서는 찾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이런 깜깜이식 구조를 앞으로도 계속 가져갈 것인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무엇인가요.
매해 젊고 실력 있는 신진 영화인 수천 명이 배출되는데요, 그 친구들이 과연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평가받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두 번째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뮤추얼베네핏(mutual benefit)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이 말씀하신 두 가지 의문을 해소할 거로 전망하시는 거죠? 그 이유는요.
블록체인의 가장 큰 의미와 가능성은 탈중앙화와 투명성에 있어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안에서는 영화를 제작하는 모든 과정이 굉장히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물론 권리가 있는 모든 이가 감사할 수 있는 투자 관리 시스템이 구축될 거예요. 앞서 언급한 투자금 관리툴이죠. 또 향후 어떤 서비스든 연계할 수 있어 확장성도 매우 큽니다. 사실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 대한 고민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했고요, 이번에 부산특구사업과 연계한다면 실현 가능하겠다 싶었죠.

오래전부터 고민하셨다고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바른손이 제작한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고요. 우리가 넘치는 사랑을 받았으니 이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내부적으로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그 결과 뮤추얼베네핏(mutual benefit)한 사업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어요.

‘뮤추얼베네핏’한 사업이라 하면요.
앞으로 제작할 영화의 판권은, 소수의 영화 투자펀드가 아니라 그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 작가 스태프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새로운 제작 구조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1차 극장 개봉 수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OTT와 VOD 등 2차와 3차 판권 시장까지 포함해서요.

굉장히 고무적인 비전인데요!
내가 사랑하는 감독이 만드는 영화에 만원이든 십만원이든 참여하고 지분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두는 구조로 갈 거예요. 나아가 바른손과 평생을 함께 갈 수도 있죠. 영화를 비롯한 문화 콘텐츠의 크라우드펀딩 전 단계에 우리가 만든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을 붙이면 가능합니다. 지금까지의 영화 지분 투자구조에 변화를 일으키는 거죠.

문화와 콘텐츠가 권리를 가지려면 다양성과 독창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영화는 다양성과 독창성이 고도로 집약된 콘텐츠예요. 컨텐츠 시장에서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죠. 지금까지 영화는 대형 자본에 독점되어 왔는데요. 이젠 그 수입도 영화를 실제로 사랑하고 즐기는 관객(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구조를 만들어보자 했고,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현실화할 수 있게 됐어요.


미래가치 투자



콘텐츠의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나요? NFT(대체불가토큰)가 활용되는건가요?
맞습니다. NFT를 이용해서, 영화 판권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권리를 영화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NFT가 코인과 다른 점은 NFT는 실제 자산과 페깅(pegging)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면, NFT 인증받은 그림이나 사진이 경매에서 얼마에 낙찰됐다는 등의 뉴스에서 알 수 있듯이 NFT는 해당 자산의 현재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NFT는 통상 그림이나 영상 등에 적합하다고 하는데요, 텍스트에 적용하는 건 어려울까요? 가령 작가들이 트리트먼트 정도 되는 짧은 분량의 창작물을 올리고, 이를 인증하는 방식이요.
이미 고려한 사항입니다. (웃음) 시놉시스나 트리트먼트 등 텍스트 콘텐츠까지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안에 들어가 있어요. 작가가 영화의 시나리오든 소설이든 그 일부를 공개해서 유저에게 평가받고 판매도 가능합니다. 투자자가 미래의 가치로 그 가격을 정하면 되는 거죠. NFT의 진짜 가치는 앞서 말한 현재의 경매 가격 등에 페깅된 가치가 아니에요.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할 때 절대 해당 기업의 현재가치를 바라보고 투자하지는 않아요. 그 기업의 미래가치, 즉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거죠. 한데, 문화콘텐츠는 왜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까요? 작가가 쓴 시놉시스나 트리트먼트도 완성된 영화와 같은 미래가치에 페깅된 자산으로 인정받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은 언제 만나볼 수 있나요?
9월에 데모판이 나옵니다. 과제니까 기한이 정해져 있어요. (웃음) 이때 투자 관리툴과 P2P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세상에 알려질 거고요. 사용자들에게는 12월에 과제가 종료된 후 내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예정돼 있습니다.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을 이용해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투자금 관리툴의 경우는 인터렉티브 VR 영화 <지평선>(가제)을 이 플랫폼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영국의 ‘레이트 쉬프트’로 유명한 인터렉티브 영화의 명가 웨일즈 인터렉티브와 협업으로 공동제작과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P2P 스트리밍은 상업영화부터 드라마나 다양성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서비스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VR 콘텐츠의 잠재력과 한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할말이 많지만 짧게 할게요. 지난 3년 넘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VR시네마 행사를 운영했고, 많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어요. 과거에 VR은 엔지니어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기술의 융합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작가나 감독들이 기술을 이해하고 VR문법에 맞는 새로운 창작시도가 일어나고 있죠.


문화콘텐츠 연금



과제 종료 후 바른손의 사업과 연계되는 지점이 있다면요.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은 바른손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에요. 여러 영화들이 이 플랫폼 위에서 제작될 겁니다. 또한 우리 플랫폼에서 제작된 새로운 결과물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제작자와 콘텐츠 소비자들이 상생 공영할 수 있도록 소비되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이 영화 산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올 것으로 보입니다. (웃음)
‘무브먼트’ 적인 느낌이 있죠. 사실 영화 <기생충>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시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영업 수익은 외부의 기대치보다 낮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죠. 전 세계에서 바른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크게 사랑을 받았고, 자부심을 느꼈어요. 어떻게 돌려줄지 고민한 결과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으로 이어졌네요.

그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독립영화를 제작 지원하는 플랫폼은 많았지만, 이들이 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은 아니거든요. 돈을 모아 불릴 수는 있지만, 바른손처럼 무브먼트적으로 역할하기는 어렵죠. 왜냐하면 영화 제작의 과정은 수많은 프로세스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구조거든요. 또 바른손은 이미 검증된 웰메이드 작품을 여러 편 제작한 노하우가 있고 함께하는 훌륭한 감독분들을 파트너로 모시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영화를 만들어 돈만 더 버는 것이 미션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바른손이 만들 좋은 작품에 한해 감독과 작가, 스태프들 그리고 관객들에게 권리를 쪼개서 나누려고 해요. 우리 회사와 함께하는 감독 작가 스태프들에게는 문화콘텐츠 연금을 지불하는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문화콘텐츠 연금’,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인데요. 현실화되면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인 많은 영화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의도에 동참할 영화인들도 많을 거 같은데 어떤가요.
사실 스타 배우나 감독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하지만 같은 작품의 많은 수고를 나눈 스태프들이나 또 그 결과물을 사랑해준 관객들은 그 베네핏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비전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감독과 작가, 스태프가 많이 있어요. 지금까지는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좋은 뜻을 가졌다고 해도 이를 실현할 방법을 찾기 힘들었거든요. 일일이 계약서를 나눠 쪼개 쓸 수도 없고 말이죠. 이들을 위한 플랫폼이 열린다고 봐야죠. ‘블록체인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이 오픈되면 NFT 판매를 통해 일정비율의 레비뉴(revenue)를 확보할 수도 있고, 혹은 100% 국민 참여형 영화도 가능할 수 있어요. 시놉시스를 공개하고 국민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인 대한민국 영화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신 말씀에서 바른손의 지향점이 충분히 읽히는데요, 기업을 이끌어 가는 데 있어 대표님의 향후 견해가 궁금합니다. (웃음)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 사태를 통해 기업의 대표로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다른 대표분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또 누군가는 새롭게 도래할 시대의 준비를 위해 고민했을 텐데요, 개인적으로 기업 존재의 목적이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식회사는 상법상 주주 이익 극대화가 목적인 집합체죠.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환경을 파괴하고 어린 노동자들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요. 과연 언제까지 이럴 건가요? 그들은 이미 돈이 많아요. (웃음) 앞으로 기업의 목적은 ‘공존 공생 공영’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같이 잘 살기 위해 뮤추얼베네핏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봐요. 공급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베네핏이 돌아가야 해요. 국내 대기업들이 저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저와 바른손도 앞으로 공생하고 공영하는 사업을 꾸준히 발굴해 나갈 겁니다.


사진제공_(주)바른손

2021-08-06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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