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손, 블록체인으로 영화 투자배급 생태계에 새 바람

2021-09-27|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 박꽃 기자]

영화계에 블록체인 바람이 분다. 블록체인이란 특정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개인이 디지털 공간(블록)에 저장된 데이터 꾸러미(체인)를 투명하게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기관이나 협회 등 특정 집단의 공인이 없어도 개인의 투자 지분, 소유권, 저작권 등 다방면의 권리를 이견 없이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정보 기록 생태계의 시작이다.

이 기술을 영화계 접목하면 영화의 최초 투자자, 저작권 현황, 해외 판매 이력 등 중요 정보가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투명한 형태로 관리될 수 있다. 지난 6월, 배급사 블루필름웍스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NFTING과 함께 윤여정이 주연한 김기영 감독의 1990년 미개봉작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 수익권 일부를 ‘판매’하는 사례를 선보였다. 수단은 일종의 암호화된 인증서 기능을 하는 NFT(Non Fungible Token)였다. NFT 구매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해당 정보를 토대로 구매자가 개봉 후 4년 동안 발생하는 수익을 50%까지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화제작사 ㈜바른손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보다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영화 플랫폼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E&A의 모회사이기도 한 바른손은 이미 NFT 마켓 ‘엔플라넷’, 영화 투자금을 관리하는 툴 ‘크레이드’, 완성된 작품을 배급하는 OTT 플랫폼 ‘로플러’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10월 중 서비스를 정식 런칭해 영화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반 새로운 투자관리툴 ‘크레이드’

크라우드 펀딩부터 NFT 투자금까지 투명하게 관리

대형 투자배급사 라인업 넘어선 실험적 작품 나올 것



바른손이 블록체인 기반 투자관리툴 크레이드를 기획한 배경엔 도발적인 한국 영화가 줄어든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동안 대형 투자배급사가 소위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작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내면서 한국 영화 시장 규모를 빠르게 키웠고 영화 품질을 세계적인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보다 실험적이고 다양한 작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이런 상황의 대안 중 하나였다. 영화 투자금을 투자배급사가 아닌 개인 투자자로부터 모으는 방식이다. <귀향>(2015) <노무현입니다>(2017) 등이 이렇게 투자금을 모았다. 2020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크라우드펀딩 발전방안 간담회’에 따르면 “2016년 1월 크라우드펀딩 제도의 시행 이후 지난 4년간 585개 기업이 총 1,128억 원을 조달”했다. 문제는 투자자가 일단 돈을 내고 나면 상품의 제작 과정을 관리, 감독할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도 당시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영화 펀딩 상황도 비슷해서, 소규모 투자자들이 각출한 영화 제작비가 적절한 항목에 사용됐는지 약속된 것보다 부족하게 사용되지는 않았는지 그 상세한 과정을 관리감독할 수단이 부족한 실정이다.


바른손의 투자관리툴 크레이드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플랫폼이다. 투자자는 바른손이 준비 중인 NFT 마켓 ‘엔플라넷’을 통해서 NFT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제작 대기 중인 영화의 투자금을 댈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를 확보한 제작사는 크레이드를 통해 프로덕션 단계별로 지출한 비용의 상세 영수증을 촬영해 업로드하게 된다. 해당 영수증은 자동으로 보고서로 생성돼 투자자에게 공유되고, 투자자는 지출 예정 내역을 확인하고 승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50% 이상의 투자자가 승인하면 보고서가 비로소 통과되는 시스템이다.

바른손 콘텐츠사업부 박재하 실장은 이 과정을 거쳐 “기존 크라우드 펀딩으로 인해 발생했던 투자 피해액이 최대 80%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 이후’까지 투명하게 관리하는 크레이드를 이용하면 제작자와 창작자가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로서는 완성된 작품 흥행 성적에 따라 수익금도 명료하게 분배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엔플라넷에서 구매한 NFT구매로 투자금을 제공한 내역이 블록 체인 기술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박재하 실장은 “크레이드는 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주고 제작자와 투자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플랫폼”이라면서 이를 통해 “도전 욕구 있는 신진 작가와 감독이 새롭게 발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손에 따르면 현재 크레이드 사용 의향을 밝힌 작품은 2022년 크랭크인 예정 중인 영화, 드라마 2편과 게임업계 프로젝트 5건이다. 이미 테스트버전이 완성돼 바른손이 제작 중인 VR영화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크레이드는 10월 중 정식 런칭한다. 내년까지 3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P2P 기반 OTT 배급플랫폼 ‘로플러’

크레이드로 완성된 다양성 영화 배급하는 통로 될 것

블록체인 기술로 투명한 보상 주어지는 시스템



바른손은 자체 개발 중인 P2P기반 OTT 배급플랫폼 ‘로플러’를 통해 완성된 작품을 배급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극장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유력 OTT 사업자와 스트리밍 계약을 맺지 못한 영화에게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제안하고, 소비자가 콘텐츠 제공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로플러의 핵심 역시 블록체인 기술이다. 가입자 결제 내역, 조회수 등 모든 수치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배급 당사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의 근거도 확실하다. 박재하 실장은 “제작자나 창작자가 직접 영화를 업로드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형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저 대 유저’를 의미하는 P2P(Person to Person) 기반 OTT 배급서비스의 특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바탕으로 “기존 OTT플랫폼은 해당 사업자가 선정한 상업성 있는 영화를 위주로 스트리밍했다면, 로플러에서는 그보다 더 다양성 있는 영화가 상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유저는 단순 소비자에서 직접 배급플랫폼에 참여하는 제공자가 돼 영화산업에 기여할 수 있고, 그 활동을 블록체인으로 명확하게 보상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로플러 이용자의 개인정보나 시청기록 등 민감정보는 해쉬값 형태로만 보관되며, 실제 데이터는 배급 당사자를 포함한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선정적이거나 품질 낮은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유저를 견제하기 위해 유튜브의 작동 원리와 흡사한 알고리즘도 마련한다. 박재하 실장은 “품질이 떨어지는 콘텐츠는 초기에는 내부에서 반려 처리하겠지만, 유저가 늘어나면 ‘신고’ 기능을 이용해 영상을 내리게 하고 신고자에게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유저가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 중”이라고 설명했다.

로플러는 크레이드와 마찬가지로10월 중 런칭한다. 올 해 안에 100편의 작품을 배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와 계약된 단편 영화 70여 편과 소규모 인디 영화 40여 편 정도가 로플러 상영 예비 목록에 올라 있다.

바른손은 영화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인 크레이드, 로플러의 개발 취지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21년 블록체인 특구연계 사업'에 선정됐다. 박재하 실장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이라는 ‘정해지지 않은 길’을 닦는 과정에서 제약사항도 많지만,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활용해 기존 영화산업을 보완하려는 우리의 에코 시스템 안에서 새롭게 성장할 감독, 작가, 제작자가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1-09-27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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