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낫씽에서 썸씽으로 이끌다 ‘<불가사리> 힙합 리부트’ 음악 감독 MC 메타

2019-06-11|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 영화 <불가사리>, 실험적이고 스펙타클하고 장엄하다고 느껴
- 자기 고백적인 힙합의 본질이 <불가사리> 속 민중과 닮아
- 예스러운 영화 분위기에 트랩 음악으로 힙합 느낌 살려
- 공대생 이재현, 우연히 접한 랩의 강렬함에 빠져들어
- 랩, 투명했던 자신을 채워주는 존재
- 또래 친구들과 사귀는 게 소소하지만 큰 행복


북한 영화, 괴수물 <불가사리>를 본 느낌은.

80년대 제작과 남북 합작 그리고 제목만 들어본 정도였다. 초반 연출을 맡은 신상옥 감독에 관해서도 아주 기본적인 정보만 알던 상태에서 영화를 봤는데 깜짝 놀랐다.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주 참신했다. 특히 초반 염소 뿔이 유난히 크게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의도한 것인지 실험성이 강해 보였다. 후반부 불가사리와 병사들이 싸우는 시퀀스는 CG 연출이 아닌 실제로 만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고 들었다. 스펙타클하고 장엄한 느낌이었다.

<불가사리>가 힙합 장르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면.

힙합은 동시대의, 시대정신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거창하고, 시대상을 반영한다. 힙합 음악과 문화가 미국 갱에서 유래했고 90년대가 황금기였다. 그 시기에 다양한 스타일과 랩 스타가 등장,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명한 ‘투팍’이 ‘나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리포터’라고 자신을 표현했었다. 요즘 시인들과 함께하는 작업이 있는데 그분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시인들이 못하는 것을 래퍼가 한다는 거다. TV 경연대회 ‘고등 래퍼’ 만 봐도 10대가 겪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기쁨을 랩을 통해 진솔하게 얘기하고 있다.

<불가사리>를 보면 왕이 백성의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전쟁에 몰두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사실 그런 모습은 역사 속에서 흔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신비의 생명체 불가사리가 백성들 편에 서서 권선징악을 실현한다. <불가사리> 속 불만을 토로하고 그릇된 것을 바로잡으려 왕을 타도하는 민중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현하는 힙합의 본질과 닮았다.

그야말로 힙.알.못(힙합을 알지 못하는)인데, 힙합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들으니 흥미롭다. 좀 더 들려달라.
힙합의 본질은 자기고백으로 가장하면 안 된다. 기분 나쁜데 기쁜 척한다면 그건 진정한 힙합이 아니다. 힙합컬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익스프레스 유어 셀프’(Express yourself)다. 단, 가장하지 말고. ‘스웩’(swag), ‘플레싱’ 등 허세 부리는데 혹자는 자기 고백이라면서 웬 허세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건 일종의 가면으로 자기 고백 도구로써의 ‘허세’라고 보면 된다. 그중 ‘머니 스웩’(Money Swag)이 대표적인데, 한마디로 돈 자랑인데..(웃음) 돈에 관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거다. 솔직히 현실에서 돈 많다고 대놓고 자랑하거나 속물로 보일까 봐 돈을 좋아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지 않나. 래퍼들의 ‘머니 스웩’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거지.

래퍼들이 싸우는 것도 자기 고백과 맞닿아 있는 거다. 자기 이익을 위해 일부러 감정을 숨기지 않고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혹은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수직이 아니라 수평 관계에서 서로 디스하고 리스펙트하는 거지. 그러니 오픈 마인드가 중요하다.

무주산골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중 MC 메타 음악 감독


개막작 ‘<불가사리> 힙합 리부트 (feat. MC 메타)’의 콘셉과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영화의 배경 음악을 힙합으로 변주했다. 그룹 ‘비스티 보이스’의 괴수 특촬 뮤직비디오인 ‘인터갤럭틱’을 평소에 아주 좋아해서 레퍼런스로 삼았다. 영화의 과거가 배경이니만큼 그 예스러운 모습에 트랩(trap) 음악을 중심에 놓으면 멋지고 힙합 느낌이 나겠더라. 그래서 트랩 중심으로 가되 장면 장면 록(Rock)답게, 또 다른 장면은 보컬 알앤비 트랩으로, 전투 장면은 래퍼가 두 그룹을 나뉘어 마치 배틀하듯이 표현했다.

개막작을 준비하며 가장 보람찬? 혹은 기뻤던 순간과 아, 정말 힘들다 싶은 순간을 꼽는다면.

전반적으로 다 좋았던 게 감독님께서 믿고 맡겨 주신 부분이 컸다. 최대한 자유를 주셔서 음악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또 공연 팀 구성할 때도 그 과정 자체를 즐겼다. 굳이 힘든 부분을 찾는다면.. 영화 쪽 작업이 처음이라 낯선 상황을 만난 것 정도? 영상과 사운드를 맞추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에러가 발생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영화 상영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좀 더 배워야겠더라.

공연 팀 소개를 부탁한다.

학교 제자들이고 커리어를 만드는 단계인데 워낙 에너지가 좋다. 메인 래퍼인 ‘루퍼스’는 스킬이 아주 좋고 리듬을 마치 롤러코스터 타듯이 자유자재로 다룬다. 듣다 보면 곡예를 하는 듯하고 발성을 비롯해 기본적인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화자’는 ‘지화자 좋다’에서 따온 이름인데, 여성 래퍼로서 성량과 톤이 파워풀하고 이름처럼 동양적인 느낌이 강하다. ‘레이븐’은 음색과 감정표현이 워낙 훌륭한 보컬이다. 래퍼만 있으면 너무 일방적인 느낌이 들 수 있어서 보컬을 투입해 다양함을 부여해 봤다. 또 ‘터틀 보이’는 아마 무대를 보면 알겠지만, 가장 에너지 넘치고 튀는 친구다.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외 op gang 크루가 상영 이후 공연에 함께한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인데, 래퍼로서 성공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리듬감과 음악적 능력 등 타고난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하 것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즉 애정이다. 랩은 뮤직테라피 성격이 강하다. 자신의 내면에 쌓아둔 감정을 발산하는 과정을 통해 심리치료가 되거든. 좀 전에 말했듯 미국 흑인 빈민가에서 시작한 게 랩인데 그들이 경험하는 빈곤과 차별, 울분을 랩을 통해 발산하면서 개인적으로 나아가 사회적으로 건강해졌다. 자살 직전까지 갔던 10대 청소년을 만나 4년간 랩을 가르친 경험도 있고 개인적으로 뮤직테라피에 관심이 많다.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전 풍경


작품 외적인 질문이다. 한국 힙합 1세대로 힙합의 산증인 혹은 전설로 불리는 당신이다. 공동 연출을 맡은 윤세영 감독은 영웅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힙합에 빠지게 된 계기 혹은 힙합의 매력은.

공대 출신에 공부를 더 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힙합에 빠진 케이스다. AFKN(주한미국 방송)을 통해 우연히 랩을 접했다. 학창시절 록 밴드활동을 했었고, 원래 록부심이 있었는데 랩에는 록에서 느끼지 못했던 강렬함이 있더라. 그들이 중얼거리는 내용이 궁금해서 당시 PC 통신을 통해서 정보를 찾다가 가사를 보고 놀랐다. 가사가 지닌 메시지도 그렇고 욕인 것도 그렇고 말이다. 그전까지는 가사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거든. 그때부터 힙합 마니아가 돼서 음반 수집에 열중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내가 직접 랩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동호회에 나가서 자연스럽게 가사 써보고 들려주니 회원들이 좋다는 거다. 이후 어깨뽕이 생겼지. (웃음)

그렇게 공대생 이재현(MC 메타 본명)이 ‘MC 메타’로 거듭난 건가. (웃음)

훗, MC 메타인 이유가 지금은 MC와 래퍼가 같은 의미로 통용되지만, 예전엔 MC는 라이브에서 관객을 좌지우지하는 즉 엠씽하는 사람, 래퍼는 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사람을 지칭했다. 나는 녹음보다 라이브 현장에서 관객과 주고받는 게 좋았거든.

친구들이 취업 준비할 때 행사 다니고 있으니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요즘이야 그렇지 않지만, 당시는 행사 나가 벌 수 있는 돈이 크지 않았거든. 하지만 난 래퍼가 되면서 내 색을 찾아간다고 느꼈다. 마치 투명인간이었던 내가 색이 칠해지는 것 같았다. 낫씽에서 썸씽이 된다고 할까.

향후 활동 계획은. 또 요즘 주 관심사는.

음악적 또는 음악 외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즐긴다. 시인과 협업하고 재즈 트리오에 들어가 포지션을 맡아 작업하고 국악과 록 밴드와 콜라보하곤 한다. 요즘엔 영상에 꽂혔다. 가령 같은 영화를 록 버전, 힙합 버전으로 재해석하는 작업 같은 거 말이다. 래퍼들이 주로 영상을 떠올리며 가사를 쓰기에 시네마테크적인 게 필요하다. 가리온 2집의 경우 영화 <박하사탕>을 역순으로 컨셉을 잡아 썼었다.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뒤늦게 힙합에 입문해서 내가 주로 형의 위치에 있었다. 힙합 장르 안에서 또래를 만나기 힘들었는데 이번 개막작 작업하면서 윤세영 감독과 호형호제가 되고 박관수 대표 같은 또래 친구를 사귀는 게 소소하지만 아주 큰 행복이다.


사진제공. 무주산골영화제


2019-06-11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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