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발전기금은 관객 돈, 영진위는 정책으로 평가받을 것” 공정환경조성센터 김혜준 센터장

2020-04-22|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꽃 기자]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 김혜준 센터장



‘코로나19 TF’ 신설된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


제작 개봉 지원, 실업 영화인 직업훈련비 등 170억 규모 지원책 내놔

전체 예산 절반 넘는 90억은 관람 활성화 위한 ‘할인권’ 마련에

김혜준 센터장 “영화발전기금은 관객이 낸 돈, 관객에게 혜택 돌아가야”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후 영진위와 영화인 사이에 ‘신뢰 위기’ 왔지만…

영진위, 코로나19 정책으로 평소 실력 평가받게 될 것





지난 3월 26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 산하에 코로나19 TF가 신설됐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영화인을 상담하고 정부 지원 제도를 알리는 창구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지원책이 따르고 있지는 않다. 한국은 왜 프랑스, 독일, 캐나다처럼 지원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온다.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떠올려보면, 문화적 토양을 갖춘 나라의 정책이 그렇다고 해서 단숨에 그 눈높이에 맞춰 지원하는 건 한계가 있다. 이번 상황이 문화예술계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 인식을 좀 더 나아지게 할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기대해 볼 만한 지점이 있지 않은가 한다.


먹고 사는 게 먼저고, 문화예술은 그다음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한 것 같다.

정부도 그렇다. 외국과 어떤 협상을 할 때 문화예술계 정책은 다른 분야에서 뭔가를 얻어 오기 위한 일종의 희생 카드처럼 쓰는 경향이 있다. ‘스크린쿼터제 축소’가 그랬다. 그런 시절을 지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삶의 질을 살펴볼 때 자산, 소득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소셜 컨택’(Social Contact, 사회적 접촉)을 본다. 경제적인 안정성만큼이나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항목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화예술이 대표적으로 소셜 컨택을 늘려주는 매개다. 음악회, 독서클럽, 영화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판을 열어주고 지역 사회 활력까지 만들어낸다. 그런 일을 문화예술인이 하고 있다. 그러니 적정한 보상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인 삶의 질 고민이 본격화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들어 프랑스의 예술가 대상 고용보험 제도인 ‘앵테르미탕’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인 지형과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실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예술인권리보장법’(기자 주: *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발의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등 문화예술계를 개혁하는 입법이 필요하고, ‘예술인 기본소득제’ 관련 논의도 있어야 한다.


이야기를 영화계로 좁혀보자. 현장에서는 영진위의 코로나19에 대응이 뒤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러스 확산이 한창 진행된 지난 3월 24일 코로나19 TF를 신설했다.

(경북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2월 19일을 기점으로 코로나가 크게 확산했지만 당시 영진위는 상황이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갈 거라고 보지는 않았다. 코로나19 관련 예산 추가 편성 및 변경을 준비한 건 2월 초부터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현 상황에서 필요한 내용을 전달했고 우리가 건의한 꼭지는 다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준비한 내용이 지난 1일 발표된 ‘코로나19 관련 업종별 지원 방안’에 담긴 것이다. 사실상 예산 승인을 받은 건 (그보다 앞선) 3월 24~25일 사이다. 곧 170억 원 규모의 공식적인 지원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기자 주: 본 인터뷰를 진행한 뒤인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영화계가 정부에 바란다’ 기획 기사를 내보내면서 극장, 제작사, 수입배급사, 마케팅사, 현장영화인과 프리랜서를 차례로 취재했는데 공통적으로 영진위의 대처가 너무 느긋했다는 인상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대책영화인연대회의’가 그동안 두 번의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영진위로서는 기재부에 예산 관련 정식 승인을 받기 전에는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때는 서로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발표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영진위가 그동안 일을 엉망으로 했는지, 아니면 영화계가 원하는 내용은 거의 실현해 뒀지만 미리 공개를 못 했을 뿐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보기 -> '영화계가 정부에 바란다'




영화계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부 입장에서도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여행, 관광숙박, 관광운송, 공연업계는 과거 (메르스 등을 겪으며) 피해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미리 신청을 해둔 상황이었다. 그래서 빠르게 지정된 것이다. 영진위가 코로나19 피해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 보냈으니 그들이 영화계를 특별고용업종으로 지정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용노동부와 확인할 것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봤다는 업계가 너무 많기 때문에 지정 여부는 알 수 없다.


금융권과 협의해 융자를 지원하는 등 ‘버틸 자금’ 마련에 힘써 달라는 의견도 많았다. 임대료 등 매달 고정비 지출이 막대한 극장과 그들로부터 상영 부금을 정산받기 어렵게 된 수입배급사 등이 연쇄적인 현금 부족을 호소하는데.

CJ CGV 등 메이저 영화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해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의사전달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동안 벌었던 걸 약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고, 앞으로 5년 정도 사업을 유지하면 비로소 적자를 메꿀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영진위 차원에서 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은 별로 없다. 예컨대 건설업계의 건설공제조합처럼 미리 마련해둔 예비자금이 있는 게 아니다.


일각에서는 그간 모은 영화발전기금을 지금처럼 위급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사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다.

영화발전기금은 굉장히 예민한 주제다. 일부 영화인들은 자기들이 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그건 관람객이 내는 돈이다. 2008년 헌법재판소가 영화발전기금 징수에 합헌 결정을 내릴 때, 영화발전기금은 관객이 내는 돈이며 그것이 다시 미래의 관객에게 혜택을 주는 구조로 운용된다는 문체부와 영진위의 주장을 용인했다. 반면 문예진흥기금은 폐지되지 않았나.

(기자 주: 과거 영화관람료 등에 포함됐던 문예진흥기금은 2003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 폐지 근거 중 하나는 * ”공연관람자가 예술감상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문화국가 원리에 따라 국가가 장려할 일이지 이것을 일정 집단에 의한 수익으로 인정해 그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 이념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문예진흥기금을 내는 사람은 관객인 반면 그들에게 어떤 수익(이익)이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영화발전기금은 문예진흥기금과 달리 합헌 결정을 얻어내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당시 * “영화관 관람객은 영화라는 단일 장르 예술의 향유자로 집단적 동질성이 있고 영화발전기금의 집행을 통한 영화의 장기적 발전이익은 결국 관람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합헌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발전기금을 내는 당사자는 관객이고 그들이 낸 돈이 관객의 영화관람 편의를 증진하는 데 다시 쓰일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라는 게 영진위 설명이다.)


일부 극장, 제작사는 자신들이 얻어가야 할 수익을 1.5%씩 양보해서 기금으로 모은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라. 명백하게 틀린 말이다. 영화발전기금을 쓰려면 그 돈을 낸 관객에게 혜택이 돌아가게끔 설계돼야 한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영화관이 정상화되는 시점에서 관객에게 할인권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기자 주: 지난 21일 문체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관람객에게 6,000원 할인권 130만 장을 지원한다. 총 90억 원 규모로 지원책 전체 예산 170억 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영화발전기금을 내는 관객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속상하지 않게끔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다.


취재 결과 현재 영화발전기금은 2,600억 원 정도가 남아있다고.

지난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용으로 보면 연간 540억 원의 영화발전기금을 걷는다고 한다. 영진위는 올해 예산으로 약 1천 억 원을 쓰기로 돼 있다. 모자란 부분은 남아있는 기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2006년 한미 FTA 당시)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하는 대가로 정부가 영화계에 출연해준 돈을 쓰는 것이다. (기자 주: 당시 정부는 2,000억 원을 출연했다.) 영화발전기금이 매년 모이기는 해도 전체 기금은 점차 소진되는 구조라는 뜻이다. 그러니 2~3천 억 원을 쌓아만 놓고 쓰지 않는다고 한다면 잘못된 표현이다.

(기자 주: 22일 영진위의 부연설명에 따르면 지금의 영화발전기금 2,600억 원 중 약 1,000억이 이미 2020년 예산으로 편성됐다. 올해 영화발전기금을 90% 면제하기로 한 만큼 내년도에는 남아있는 약 1,600억 원에서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진위와 현장 영화인의 소통이 더 원활해져야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후 (영화인과 영진위 사이에) 치명적인 신뢰 위기가 생겼다. 정권이 바뀌었고 지금의 영진위는 블랙리스트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말하지만, 영화인으로서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 존재한다는 걸 바닥에 깔고 코로나19 관련 사안을 이해해야 한다. 17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은 현재 예산 구조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다. 여러 소위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했고 그 총화가 정책으로 반영됐다. 영진위는 그 결과물로 실력을 평가받을 것이다.





[기사 보강 2020년 4월 23일 오후 6시 10분]
 
변호사의 감수를 받아 기사에 쓰인 '합헌 결정'이라는 표현을 '기각결정, 합헌 상태'로 바로잡습니다.

2008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5조의2 등 위헌확인' 당시 재판관 9인 중 4인이 기각의견을, 5인이 위헌의견을 냈습니다.

기각의견보다 위헌의견이 많았지만, 위헌결정 정족수 6인에 미달되어 최종적으로 '기각결정'되었으며 현재는 '합헌 상태'입니다.




* 참고 기사:

- “발묶인 예술인권리보장법, 끝까지 노력할 것” (미디어오늘)

- 헌재, 공연관람자에게 문예진흥기금 부과는 위헌 (뉴시스)

- 헌재 “영화관 입장료 영화발전기금 포함… 합헌” (연합뉴스)


- <영화발전기금도 위헌 시비 휩싸이나> (연합뉴스)

2020-04-22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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