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영화인을 향한 지지와 격려..길게 이어갈 것, 전주국제영화제 이준동 위원장

2020-05-21|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영화제 기간 연장
온라인 유료 상영 후 오프라인 장기 상영으로 이어 가
퀘이 형제 특별 전시, 인더스트리 프로그램 그대로 유지
OTT 플랫폼 대세지만, 여전히 극장의 힘을 믿어
대규모 기금출연, 영진위 급여와 예산 부족분, 국고 지원해 주길
삶을 성찰, 개인적 잘못이 없음에도 어려움을 겪는 인물을 다룬 영화를 좋아해


코로나 여파로 개막을 한 달 연기했던 전주국제영화제가 무관객 영화제로 전환을 결정, 5월 28일 개막한다. 어떤 형식일지 세간에 주목 받고 있다.
처음엔 한 칸씩 좌석을 띄우는 것으로, 이 경우 원래 관객의 50%를 수용할 수 있다. 두 칸을 띄어 33% 수용 그것도 안 된다면 앞뒤로도 거리두기를 해 16.5%라도 관객을 맞고 싶었으나 방역 당국에서 위험 소지가 있다고 해 불허했다. 그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본다. 결국 나름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영화제의 큰 기능 중 하나인 영화에 대한 지지와 격려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민 결과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에 대해 최소한의 인원만이 참여해 평가하는 형식을 취하게 됐다. 즉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등 각 경쟁부문 심사위원과 초청작 감독 등 최소의 인원만 오프라인에 모여 심사할 것이다. 초청작들은 온라인 상영 후 오프라인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온라인 이후 오프라인으로 상영한다는 것은. 또 온라인 공개 형식과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5월 28일~6월 6일로 예정했던 영화제 기간을 9월 20일까지 연장했다. 영화제 원래 기간 동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상영에 동의한 작품을 유료 공개할 것이다. 현재 50% 정도는 거부 의사를, 10% 정도는 희망적인 답변을 나머지 40%는 조건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기대를 모았던 ‘퀘이 형제 전작전’의 경우 온라인 상영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24시간 오픈할지 정해진 시간만 열지 논의 중이다. 이후 6월 9일부터 9월 20일까지 오프라인에서 거리 두기 방식으로 한 작품씩 장기상영을 이어갈 것이다. 창작자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영화를 극장에서 많건 적건, 관객과 함께 즐기고 나누는 것. 공유하는 방식을 지켜낸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 주 인터뷰 이후 퀘이 형제 작품 25 편을 포함한 총 96편(한국영화 54편, 해외영화 42편) 이 웨이브를 통해 온라인 상영을 확정했다.)

'J'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영문 이니셜이자 영화제 창립 20주년을 성료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선 전주국제영화제가 선보이는 알파벳 캐릭터다. 복수의 영화 이미지를 배경으로 하는 'J' 글자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실험영화의 최전선을 소개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지원 프로그램과 특별 전시 등은.
특별 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는 5월 20일(수)부터 6월 21일(일)까지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린다.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인 전주프로젝트마켓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다만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해외 작품 선정을 위한 피칭 행사인 전주넥스트에디션은 해외 게스트 초청이 힘들어 온라인으로 피칭을 진행하고 심사하게 됐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20’ 선정작 이승원 감독의 <세 자매>, 박근영 감독의 <정말 먼 곳>, 다네 콤렌 감독의 <애프터워터>는 장기 상영을 통해 관객에 공개된다. 특히 지원 프로그램인 인더스트리 부문은 올해 예산을 늘려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코로나로 전 세계 영화 제작 환경이 악화됐기에 우리가 다른 부분을 빠듯하게 운영하더라도 지원을 늘리려 한다.

국내에 많은 팬을 보유한 다르덴 형제의 방문이 무산돼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그간 인터뷰한 경험에 의하면 좋아하는 영화나 추구하는 방향 등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다르덴 형제를 꼽는 감독이 꽤 있었다.
다르덴 형제의 방문이 처음이라 그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준비했었다. 올해 영화제의 비장의 카드로 말이지.(웃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닌 데다 형제의 영화는 우리 전주와 결이 아주 맞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내년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펜데믹 상황에서 만든 온라인 영화제 플랫폼을 이후 어떻게 더 정교하게 다듬을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무관객 영화제 전환에 대해 안타까움이 크게 느껴진다.
펜데믹 이후 개최되는 최초 영화제라 우리가 잘 치뤄낸다면 영화계와 문화계를 포함한 전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사태에서도 영화와 영화인, 작품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잘 담는다면 영화제 입장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이 정도의 기회가 없는 거지. 마스크를 쓰는데다 극장은 더구나 말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감염 위험이 높지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대비해야 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다. 각 지자체가 지역 축제를 모두 취소나 연기하는 상황에서 공적 영역인 영화제가 사람을 모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극장의 경우 여름 이후 판을 흔들 대작이 나오면 관객수가 회복할 거로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여름 개봉 확정한 <반도>나 <승리호> 등이 시장을 열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전주영화제의 중심축이었던 김영진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기존 핵심 인력이 공백인 상태에서 신임 집행위원장에 위촉됐다. 전후 사정을 알려줄 수 있나.
외부나 정치적 압박은 아니다. 타영화제와 달리 우린 재단법인으로 모든 결정권을 이사회가 가지고 있다. 이충직 전 위원장이 4년 임기 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차기 집행위원장을 모색하다 김영진 프로그래머가 후보로 거론됐었다. 그는 적은 예산으로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실험 영화의 최전선’이라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세우고 다져왔기에 가장 적임자라 할 수 있다. 다만 결정이 미뤄지며 그 과정에서 감정을 다쳤던 것 같다. 사의를 표했고 함께 했던 프로그래머 역시 뜻을 같이했다. 영화제로서는 베스트 카드를 놓친 것이고 큰 손실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적당히 액셀 밟으며 잘 가속돼 앞으로 나가는 상태에서 브레이크가 세게 밟힌 것과 같다. 누가 와도 김 프로그래머처럼 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사고가 터진 상황에서 내게 SOS가 왔다. 제작자라는 게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밀양>, <시>, <버닝>, <생일> 등을 제작한 ㈜파인하우스 필름 대표임) 인적, 물적, 자원 재배치 등 사고 수습에 적격이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언제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터질지 모를 돌발 변수가 너무 많고 이를 해결하다 보면 저절로 해결사가 되거든.

구원투수로 투입됐지만, 영화제를 맡으면서 세운 나름의 포부도 있었을 것이다. (웃음)
큰 방향성은 이미 잘 닦아 놔 내가 뭘, 어떻게 더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실례이고, 더할 수도 없다. 다만 상영 환경 자체가 급변하고 있으니 그에 대응하는 정도라 하겠다. 포부 같은 건 없었고 내가 위원장에 그리 적합한 인물도 아니다. (웃음)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그렇다고 시네필도 아니거든. 단지 좋아하는 영화는 있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
넓게는 삶을 성찰하는 것, 좁게는 자기 잘못이 아닌데 곤경에 빠지는 사람들을 그린 것들이다. 돌아보니 내가 제작했던 영화들이 유사한 맥과 결을 지닌 듯하다.

코로나가 무관객 영화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가져온 것은 물론 향후 미칠 영향이 더 커 보인다. 제작자 입장에서 전망은.
지금까지 OTT 플랫폼이 껄쩍이던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자리비켜’라 정도가 됐다. 영화제가 극장을 거치지 않는 OTT 용 영화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정리해야 할 문제다. 제작자로서도 고민이 크다. 일각에선 OTT가 미래의 먹거리이자 나아갈 방법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확신할 수 없다. 예전 <아바타>(2009)가 세계를 강타했을 당시 한 TV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3D가 영화 산업의 미래일 수는 있을지 모르나 영화의 미래인지는 모르겠다, 더 지켜봐야겠다가 내 입장이었다. 사실상 영화의 미래는커녕 영화 산업의 미래조차 못 되지 않았나.

물론 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긴 힘들다. 이번엔 확실히 다른 게 지금은 밀폐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공포다. 코로나가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OTT 플랫폼이 대세가 될 것은 맞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OTT 플랫폼을 두드릴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백신 개발 등으로 코로나가 극복돼 안전한 상황이 된다면, 난 여전히 극장의 힘을 믿는 쪽이다. 화면 사이즈, 사운드 우위뿐만 아니라 극장만이 지닌 미덕이 있다. 데이트, 쇼핑 등 좋은 영화를 누군가와 극장에 나란히 앉아 보는 것의 즐거움이 크지 않나.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이를 대체할 문화활동이 없다고 본다. 또 예전엔 주로 젊은 층이 극장 소비자였다면 점점 연령층이 높아져 지금은 70대까지 극장을 찾는다.

코로나로 극장을 비롯해 영화계 전반이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170억 원 상당의 지원을 발표했다. 어떻게 보나. 또 이후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참 부족하고, 영진위가 아니라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와 만나는 자리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요즘 정부의 코로나 대처에 솔직히 불만이 크다. 항공, 여행 등의 산업군만 거론하고 왜 영화업은 빼놓는지, 또 다른 산업은 추경을 통해 국고에서 지원하는데 왜 영화계만 영화발전기금(영발금)을 쓰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쓰면 내년엔 영발금이 바닥 날 것이다. 올해 영발금 부과를 90% 감면했기에 걷히는 것이 없는 데다 지원금을 집행해야 하니 당연한 결과다. 때문에 대규모로 국고가 영발금에 투입돼야 한다. 현재 영진위 1년 예산이 1,000억 원가량인데 그 중 600억은 매해 걷히는 영발금이고, 부족한 400억은 기존 적립금에서 충당하는 실정이다. 또 100여 억에 이르는 급여가 영진위 예산에 포함돼 영발금에서 나가고 있다. 이를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 기금을 조성한 공적 기관의 경우 기금으로 급여를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통상 기금운용을 관리하는 인력에 해당하는 경우다. 이렇게 기금으로 조직에 속한 모든 이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5,000억 원 정도 대규모로 기금출연해 줄 것, 100억 원에 달하는 급여는 국고에서 지불할 것, 영진위 예산과 매해 걷히는 영발금 사이 갭을 국고가 채워 줄 것 이렇게 3가지를 패키지로 요구한다. 문체부가 기획재정부(기재부)를 상대로 협의를 끌어내는 게 어렵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영화계와 함께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자 해도 협의 중이라고만 한다. 올해 6월 안에 내년 예산을 결정해야 하는데 벌써 5월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파인하우스 필름에서 준비 중인 작품은.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시기상조인데 영화와 드라마 모두 준비 중인 게 있다. OTT 플랫폼으로 갈지 TV로 갈지 고려 중이다. 제작자와 연출 스태프만 한국인인 미국 드라마 시리즈도 시도하려고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한 행복 거리가 있다면.
솔직히 그런 감정을 잘 모르겠다. 굳이 짚는다면 영화를 만들고, 저녁에 술 한잔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사진. 박광희(Ultra Studio)


2020-05-21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NO.1 영화포털 무비스트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

관련영화

관련영화인

관련뉴스

구독하기

이메일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