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모으듯 팀 빌딩! 영화 드라마 숏폼까지..레진스튜디오 변승민 대표

2020-05-28|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 <초미의 관심사>, 드라마 <방법>, 공개 예정인 숏폼 <아만자>까지
드라마, 영화, 숏폼 등 다양한 형식에 도전, 조직의 경험과 체력 키워
스튜디오드래곤, 카카오엠, 넷플릭스 등 업계 강자와 파트너십
드라마 <방법>은 영화로 제작 이어가, 단순한 OSMU가 아닌 주기적, 전략적 접근 시도
연상호, 박훈정 감독은 매우 성실한 콘텐츠 노동자
안정적이고 꾸준한 양질의 콘텐츠 공급자가 될 것
시간이 흘러도 재미있는 콘텐츠 만들고 싶어, ‘클래식’!
아침을 여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에너지와 활기 얻어


작년 4월 레진엔터테인먼트가 레진스튜디오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레진스튜디오가 본격적으로 시동 걸었는데 지난 1년여 동안의 활동은.
창립한 지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내부적인 팀 빌딩과 동시에 영화, 드라마, 숏폼까지 유형별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이미 프로덕션을 마쳐 방영했거나 릴리즈를 준비 중이다.

영화, 드라마, 숏폼까지 콘텐츠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좀 더 자세한 소개를 부탁한다.
첫 작품인 영화 <초미의 관심사>가 27일(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했고 반응이 좋았다. 두 번째 작품은 레진코믹스에 연재된 김보통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카카오엠에서 투자 받아 제작한 <아만자>다. 지금 후반 작업 중으로 총 10화, 각 15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이다. 암에 걸린 청년이 투병하면서 현실에서는 가족과 친구들을 돌아보는 이야기이고, 고통 속 즉 무의식에 빠졌을 때는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여정을 판타지처럼 그린다. 실사는 김동하 감독이, 애니메이션은 한지원 감독이 연출했다. 음악은 가수 선우정아가 맡았다. 지수와 이설, 중견연기자로 오현경, 유승목 배우가 합류했다. 원작의 세계관 자체가 확장되는 부분이 있어 과감하게 애니메이션 등을 결합해 재미있는 형식을 시도했다. 올해 하반기에 공개 예정으로 카카오엠이 새로 오픈하는 채널(기자 주: 채널 명칭은 미확정이나 숏폼 전문 채널을 지향. 카카오톡내 제공 예정)의 첫 론칭작이 될 것 같다. 이후 연상호 감독이 대본을 쓴 드라마 <방법>을 제작했고 (알다시피) tvN을 통해 지난 2월 방영했다. 또 연상호 감독과 <지옥> , 김보통 작가의 <디피>를 준비 중이다. <차이나타운>(2014), <뺑반>(2018)의 한준희 감독이 연출할 예정이다.

카카오엠, tvN 등 업계 강자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웃음) 투자 유치 과정과 제작비 규모가 궁금하다.
투자 유치의 경우 주로 나와 김태원 이사가 뛰고 있다. 그는 NEW해외 비즈니스 파트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고, 콘텐츠판다의 주요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나 역시 투자 쪽에 오래 있던 입장이라 투자 유치를 좀 더 밀도 있게 할 수 있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직접 투자했고, 드라마 <방법>은tvN과 스튜디오드래곤이 함께했다. <아만자>는 카카오엠이 투자했는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유통사이자 투자사라고 생각한다. <아만자>는 보통 웹드라마 예산의 3~4배를 들여 숏폼 자체의 퀄리티를 높였다. <방법>은 정확한 금액은 밝히기 힘들지만, 스튜디오드래곤이 작가와 프로덕션에 대해 높은 신뢰를 갖고 작품을 구현할 수준으로 투자해 줬다.

릴리즈 된 순서로 보자면, 레진스튜디오 첫 작품은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쓰고, 김용완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무속을 소재로 해 비주얼적인 강렬함을 담보한 면이 인상 깊었다. 또 12부작인 것도 특징적이다.
장르성이 강해서 TV드라마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전반적인 평가나 시청자 반응도 횟수가 지날수록 더 높아졌다. 드라마로 다 풀어내지 못한 수위나 지점, 혹은 형태는 영화를 통해 해소하려고 한다. 드라마를 통해 캐릭터를 빌딩하고, 빌딩 된 캐릭터를 중심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식이다. 세계관을 이어가고 확장해 나가 드라마와 영화를 계속 오갈 수 있는, IP확장이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요 포인트는 주요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같이 간다는 것이다.

보통 2차 저작물로 갈 때 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배우가 하차하거나 연출자가 교체되는 등의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마련이다. <방법>은 영화화를 사전부터 목표로 했기에 배우들의 스케줄 조정과 연출자와 작가와의 사전 협의가 끝난 상태였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감독은 일주일 정도 짧게 쉬고 바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들어갔다. 가령 마블(우리와 비교하긴 그렇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중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지속성과 주기성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간에 너무 텀이 벌어진다면 파급효과가 분산될 수 있어, 밀집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 했다.

<방법>을 영화로 만날 수 있다니! 흥미롭다. 어떤 이야기일지 살짝 공개한다면.
작가와 감독, 정지소와 엄지원 배우가 그대로 이어간다. 다만, <방법>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저주를 거는 능력을 지닌 소녀 방법사와 시체를 조정하는 능력을 지닌 주술사의 대결구도를 그릴 예정이다. 드라마나 영화 등 영역에 따라 세계관은 통일하되 이야기는 달리 가는 전략이다. 감독이 동일 작품을 드라마와 영화로 모두 경험하니 서로의 장점을 합친 형태로 프로덕션이 진행될 것이다. 매우 고무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 방법>


연상호 감독과 다시 <지옥>(원작 최규석, 연상호) 제작에 들어간다. 이번엔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넷플릭스에서 투자했다. 레진스튜디오+넷플릭스+연상호, (과장 좀 보태자면) 최근 업계에서 가장 핫한 조합이 아닌가 한다. (웃음)
NEW 투자팀에서 일할 당시 <사이비>(2013) 등 애니메이션으로 맺은 인연이 <방법>과 <지옥>으로 연결됐다. 넷플릭스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통할 만한 콘텐츠를 찾고 있다는 것은 업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세계에서 찾을 말한 콘텐츠와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창작자를 찾아보니 바로 연상호 감독이었다. 연 감독님이 웹툰 <지옥>을 연재하며 어떤 형식과 어떤 유통을 통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최종적으로 넷플릭스가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면서 잘 성사됐다.

넷플릭스는 창작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신비주의 콘셉트 인지(웃음), 그 외 정보 접근 문턱이 높아 보인다. 어떤 과정을 거쳐 투자 제안(유치)을 하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투자나 제작 결정은 넷플릭스 한국지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사실 업계 자체가 넓지 않아서 그곳에서 뛰는 플레이어와 대부분 아는 사이다. 그들도 대체로 투자· 배급사 출신이 많은 편이거든. 나 역시 국내는 물론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라는 해외 투자배급사에서 일하면서 양쪽 시스템을 경험했다 보니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기업을 이해하는 게 아무래도 좀 수월했다. 체계도 복잡하고 대외적으로 정보를 흘리는 부분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편이라, 이에 조심스러운 게 꽤 있다.

넷플릭스가 과감한 투자로 유명한데 <지옥> 제작 규모는.
<지옥>은 6부작으로 갈 예정으로 연재된 웹툰 원작에 가장 부합하는 구조라 정한 것이다. 예산은 최종 조율 중이다. 넷플릭스라고 해서 제작비를 후하게 책정한다거나 창작자에게 자유를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적합한 기준을 찾으려 하고 사전 약속에 철저한, 합리적인 집단이라는 생각이다. 비유하자면, 수영장을 만드는데 모양과 크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되면 그 안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놀 수 있다. 접영을 하든, 물장구를 치든 말이지. 또 수영장이 답답하니 바다에 울타리를 쳐달라고 해 오케이 하면 바다에서 수영할 수도 있다. 한데 미리 약속 없이 바다수영하고 싶다고 나가 파도를 맞는다든가 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무책임한 행동일 뿐이다.

창작자로서 연상호 감독은 어떤가.
내가 아는 가장 부지런한 콘텐츠 노동자다. 좀 과한 비교일 수 있지만, 평소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자신만의 루틴을 가진 창작자를 존중하는데 연상호 감독이 딱 그렇다. 그가 보이는 끊임없는 창작의 원동력은 의지와 성실성이라고 본다. 재능 쪽으로는 앞으로의 확장성이 있어 현재 그 수준을 단정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 누구보다 성실한 창작자라는 것이다. 계속 집필하고 만들고 고민하고 심지어 나아가 플랫폼 형태에 따라 창작물의 변형까지 그 누구보다 빠르고 실행력 있다.

현재 스튜디오 인력 구성은.
나를 포함해 총 8인이다. 사실 제작기능을 갖춘 투자제작사가 이 정도 인력을 가진 곳이 많지 않다. 감독이나 작가 라인업도 중요하지만, 팀 빌딩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과제이자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었다. 그만큼 지금 세팅 한 팀은 정말 고급인력이고 만족도가 높다. 마치 드래곤볼을 한 개 한 개 모으는 기분으로 모셔온 분들이시다. (웃음)

인력구성은 투자 파트의 김태원 이사와 제작 파트의 임민섭 이사와 김동민 PD, 기획 PD 세 명, 재경 담당 한 명이다. 좀 더 자세히 소개하자면, 김태원 이사는 NEW와 콘텐츠판다를 거치며 해외 쪽 비즈니스, 해외 리메이크 작품, 넷플릭스 첫 딜을 성공적으로 이끄셨던 분으로 해외, 부가 영역에서 높은 업력을 자랑하신다. 임민섭 이사님은 프로덕션 현장 경험이 20년 이상인 베테랑으로 <태양은 없다>(1999)를 시작으로 <7번 방의 선물>(2012), <곡성>(2016), <이웃사촌>(2017) 등의 제작에 참여하셨다. 김동민 PD와 함께 제작 전반을 총괄하신다. 기획 파트는 NEW 투자팀 출신 이주현 PD, 마케팅과 투자 그리고 제작 경험까지 있는 이상미 PD, 워너에서 투자 파트에서 일했던 유주현 PD가 맡고 있다.

(말했듯) 이렇게 고급 인력을 상근으로 해 조직을 꾸린다는 게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거다.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그린 건가.(웃음)
그런 부분도 있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 모든 분야를 관장할 수 없으니 각 분야에서 뛰어난 분들을 한 자리에 모신 거다. 업계에서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해온 업력 높은 선배님들이 많으신데 그분들이 좀 더 편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인 거 같다. 이런 환경을 만든다면 좋은 모델, 즉 한 사람에 의존하는 회사가 아니라 조직력 있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거로 생각했다. 그래야 안정성 있고 꾸준하게 양질의 작품을 공급할 수 있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양질의 콘텐츠 공급자’가 우리 스튜디오의 지향점이거든. 투자 유치해 기획에 들어가면 일정 기간 작품 개발한 후 감독 섭외와 캐스팅을 거쳐 투자 매칭에 이른다. 이 단계까지 올라온 후 프로덕션 라인들이 붙어 제작에 들어가는 식인데, 좋은 의미의 팩토리 같은 느낌이다. 분업화하되 정보를 공유하는 이런 시스템을 지난 1년 반 동안 구축했다.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큰 시장에서 게임할 수 있는 주요 멤버들을 모아 시스템을 완성했다. 현재 많은 작품이 기획되고, 만들어지고, 완성되는 과정에 있다.

해보니 영화와 드라마, 숏폼 제작에 있어 차이점이 있나.
드라마, 영화, 숏폼을 모두 시도한 이유가 개인적인 업력을 쌓는 것 이상으로 회사 조직원들이 다양한 유형에 발맞춰서 쌓는 경험과 체력이 중요해서였다. 그 안에서 나오는 순발력이 스타트업 회사에서는 중요하거든.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촬영 조건이 영화와 차이가 크다. 영화에 비해 평균적으로 분량이 많은데도 촬영 횟차는 적다 보니 한 번에 많은 분량을 찍어야 한다. <방법>의 경우 영화 출신 연출자에 역시 영화를 베이스로 활동했던 작가라 처음에는 그 차이를 크게 느꼈다. 하지만 목표는 하나였다. 정해진 시간과 기간 안에 최고의 퀄리티를 뽑자는 것, 또 그게 창작자의 몫이라는 것이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래서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사전에 약속을 많이 하고 들어갔다.

드라마의 속도감과 프로덕션 과정 등은 장점이다. 영화를 제작할 때 활용할 부분이 많다. 요즘 영화 제작비가 나날이 상승해 얼마나 경제적으로 잘 찍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인건비와 촬영 횟수 조정이 중요한데, 인건비는 기본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니 줄일 수 없고, 줄여서도 안 된다. 결국 사전 계획을 철저히 하고 들어가 자원 낭비를 막아야 한다. 창작적인 면에서 볼 때도 강한 약속을 경험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단순히 오래, 많이 준비한다고 해서 사전준비가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전 준비 역시 강약의 조절이라고 본다. 영화의 모든 지점에 강하게 힘준다면 리듬상 관객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코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강약 중 ‘약’에 해당하는 부분을 얼마나 경제적으로 정리할 것인지 등 전략을 잘 짜야 한다.

NEW와 워너브라더스코리아㈜를 거치며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영화의 제작, 투자, 배급에 관여했다. 레진에 합류한 계기는.
영화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니즈가 있던 차에 연이 닿았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역시 드래곤볼 모으는 심정으로 당신을 영입한 것 같다! (웃음) 최근 넷플릭스 <인간수업>이 화제인데 영화나 드라마 등 이슈가 되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편인가.
넵! (웃음) 화제가 되는 프로젝트는 영화나 드라마, 숏폼 등 짧든 길든 찾아본다. 인기 유튜버 채널도 많이 구독하고 있다. 동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반응하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인간수업>도 봤는데 (끝까지 보진 못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다룰 수 없는 소재를, 새로운 얼굴들을 캐스팅해 구성했는데 이런 면에서 기획력 있고 적합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만드는 입장에서 목적성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더라.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재미있고 새로운 접근이라는 시선과 과연 엔터테이닝으로 접근하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시선이 양립하고 있다. 전편이 다 공개된 상황에서 극 안에서 제작진(연출, 작가 등)이 자신들의 의견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관객의 몫이겠지만, 최소한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문제를 간과하지 않고 굉장히 많은 고민을 거쳐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 지점에서 느꼈다. 예를 들면 영상을 만드는 입장에서 볼 때 훨씬 더 전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면에서도 굉장히 절제했더라.

그렇잖아도 <인간수업>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도 무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애기를 했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그렇게 느꼈다니, 연출자의 의도가 제대도 전달됐나 보다. (웃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창작의 자유와 소재의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만드는 사람은 (나중에 작품을) 보는 사람보다 몇십 배, 몇백 배의 검증과 고민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해온 작품이 대체로 여성 서사 중심이었다. 남성 감독 또는 여성 감독과 함께 하면서 작품적인 재미 외에 사회적 시선에 대해 혹시 간과한 것은 없는지 의견을 자주 구한다. 대사나 감정 등이 여성 시선에서 볼 때 쉽게 지나쳐 버렸거나 혹은 코멘트를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모니터링을 많이 한다.

또 ‘이 캐릭터가 꼭 남성이어야 하나, 이유는?’, ‘어떤 강박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닐까?’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있다면 그 묘사를 어떻게 해야 하지?’ 등의 질문도 자주 해본다. 개봉을 앞둔 영화 <초미의 관심사>에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연출과 제작의도가 다양한 인물을 이해하자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이었다. 장애가 있든 소수자이든 타인의 편견에 노출될 수 있는 캐릭터를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하고자 했는데 이 부분이 처음에는 낯설고 생경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를) 자주 접하다 보면 실제 사회에서 마주할 때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OTT 플랫폼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콘텐츠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IP 확보, 장르 특화 등등 레진만의 전략은.
IP 확보도 중요하지만, 오리지널 아이템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가 제작하려는 콘텐츠 중 웹툰 기반은 약 20% 정도다. 앞으로 더 높아지겠지만, 현재는 그렇다. 제작사(스튜디오)는 결국 작품으로 말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보면 어떤 생각과 의도로 만들었는지 다 보인다.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무기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체력과 맷집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콘텐츠 유형 선택에 고민이 크다. 하나를 고집하기보다 탄력적으로 진행하려 한다. 탄력적이라는 건 하나의 콘텐츠를 드라마, 영화, 숏폼 등으로 전략적인 주기를 가지고 하나의 IP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말했듯) 드라마로 출발한 <방법>을 영화로 이어가는 식이다. 또 영화에서 감춰진 이야기는 숏폼으로 만들어 외전 형식으로 전달할 수도 있을 거다. 단순히 한 IP를 여러 유형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아이템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접근해, 적절한 타이밍에 공급하는 전략이다. 또 프랜차이즈물을 해보고 싶다. 북미 등 박스오피스 순위권에 든 대부분이 시리즈물이다. 그만큼 잘 구축된 세계관은 대중과 오랫동안 소통할 수 있고, 이런 IP 확보는 회사의 안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프랜차이즈로 캐시카우를 확보한다면, 이후 천편일률에서 벗어나 실험적이고 선도적인 작품에 도전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직하고 필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유난히 시리즈화에 약한 모습이다. 참신한 소재와 아이디어가 한번 소비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컸었다.
그간 투자배급사에서 일한 경험으로 말하자면, 시리즈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전 단계에서 미리 기획하고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사전 기획 없이는 대부분 무산되고 만다. 배우 스케줄도 그렇고 창작자 입장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게 창작 욕구에 대한 해소가 안 될 수 있거든. 사전단계에서 시즌 2에 대한 일정도 대략적으로 논의하고, 창작자가 다음 시즌에 참여할 때는 프로듀서로 갈 것인지 작가로 참여할 것인지 등 비전 제시도 있어야 한다. 당연히 숫자에 대한 약속도 필요하다. 서로 너무 벗어나거나 감당을 못할 수준이 되면 제작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제대로 프랜차이즈화하려면 앞 단계에서 미리 계획하고, 지금보다 미래의 가치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2012) 이다. 후속편 혹은 프리퀄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기다리던 관객이 지금은 어느 정도 포기(?)한 모양새다. 당시 NEW에서 투자책임을 맡은 거로 알고 있다. 이후 박 감독과는 <브이아이피>(2017), <마녀>(2018) 등을 함께 했다. <마녀> 역시 후속편을 기다리는 팬이 많다. (웃음)
박훈정 감독과는 <신세계>로 인연이 닿아 계속 같이 작업해왔다. 연상호 감독과 마찬가지로 아주 성실한 분으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이 확실하시다. 원체 방대한 세계관을 구축해 놓아 영화에서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으로 수면 밑 이야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아, 그리고 <신세계> 시퀄 혹은 프리퀄은… 포기하지 말기를!

제작사는 결국 작품으로 말한다고 했는데, 레진이 추구하는 콘텐츠의 방향성은.
심플하게 말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아보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자녀가 있고 스스로도 성장하는 단계라 생각해서 10년 뒤, 20년 뒤에 봤을 때 동시대 작품들과 비교해도 여전히 재미있는 콘텐츠 말이지. 왜 TV 등에서 방영되는 특선 영화 중에서도 이미 봤는데도 또 집중해 보게 되는 영화 있지 않나. 그야말로 ‘클래식’이지. ‘나는 클래식을 만들 거야’ 이건 욕심이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것을 목표로 해 만들어야 비슷하게나마 갈 수 있지 않을까.

영화 포스터를 만들 때도 그렇다. 장르나 유형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미학적인 취향도 다른데, 내 개인적 기준은 사무실에 자랑스럽게 걸어 놓을 수 있을 이미지였으면 좋겠다는 거다. 아주 어려운 기준, 말 그대로 나 자신이 기준인 셈이다. 다른 사람은 모를 것이고 대세에 지장이 없으니 넘어가자고 해도 ‘나는 알아서’라는 입장인 거지. 스스로 기준을 높이고 정확히 해야 할 시기에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데, 내가 설득이 안 되는데, 누구에게 보여주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나. 최소한 나 자신이 설득되고, 내 기준치를 넘을 수 있는 작품이어야만 그나마 타인에게 대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한 행복이 있다면.
아침마다 집 앞에 있는 낮은 산에 간다. 가면서 젊은 사람, 노부부 등 여러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데 참 좋다. 그들이 아침을 여는 모습을 보며 생명력과 활기를 얻는다. 그게 소소하면서도 제일 큰 즐거움이다.


사진. 박광희(Ultra Studio)


2020-05-28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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