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가 영화에? 기대한 걸 다 보여주는 안전한 모험 <초미의 관심사> 김은영

2020-05-28|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꽃 기자]



엄마와 언니의 돈을 들고 어디론가 튀어버린(?) 고등학생. 그를 찾아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공유하는 두 여자가 만났다. 지난 몇 년간 왕래조차 없던 엄마 ‘초미’(조민수)와 큰딸 ‘순덕’(김은영)이다. 이태원의 하루를 발칵 뒤집는 ‘쎈 여자들’의 추적기에서 불쑥 눈에 띄는 건 치타라는 이름으로 힙합계에 확실한 자기 위치를 세운 김은영의 얼굴이다. 그가 영화에, 그리고 연기를?


얼마만큼의 기대를 안고 있었든 <초미의 관심사> 속 ‘순덕’은 김은영에게 꽤 잘 맞는 옷으로 보인다. 노래와 랩을 잘하는 가수라는 직업, 구태여 성별 구분이 필요치 않은 말쑥한 옷차림, 멋있다는 말 외에 다른 표현이 필요치 않은 담배 태우는 모습마저도 대중이 이미 잘 알고 좋아하는 그의 이미지를 잘 재현한다. 대중에게는 안전하면서도 기분 좋은 모험이다.

이 캐스팅의 매력은 무엇보다, 영화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이태원 트랜스젠더, 드랙퀸, 어린 싱글맘과 외국인 노동자를 등장시키며 세상의 시선을 직설화법으로 짚어내는 <초미의 관심사>의 도드라진 색깔이,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세간의 고루한 눈빛을 겁내지 않은 김은영의 지난 활동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까닭이다. 치타가 영화에? 그리고 연기를? 보고 나면 끄덕이게 될 결과물이다.


치타라는 이름으로 힙합 씬에서 이름 알리고 자리 잡은 뒤에 영화계로 와서 첫 연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초미의 관심사> 제작사인 레진 스튜디오가 내 음악을 영화에 쓰면 좋겠다고 했다. 돈을 갖고 튄 막내딸을 찾는 모녀가 이태원을 하루 동안 샅샅이 뒤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영화와 마찬가지로) 내 음악도 ‘편견’에 대해 이야기해서 좋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치타 씨도 한 번 연기를 해보는 건 어떠냐는 말이 나왔다. 좀 위험하더라도 도전을 해보는 게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무대를 준비할 때도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것을 많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걸 하게끔 자신을 몰아넣는 편이다. 그 과정을 힘들어하면서도 좋아하는 양면적인 데가 있다.

<초미의 관심사>에 수록된 곡을 전부 직접 썼다고 들었다. 앨범명 ‘Jazzy Misfits’가 드러내듯 극 중 흘러나오는 재즈곡이 매력적이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였다. ‘랩 하는 치타’ 말고 ‘노래하는 은영이’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아서 좋다. 재즈는 즉흥 연주인 잼을 하는 데서 나온 장르라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녀의) 움직임을 담은 우리 영화와도 잘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 작업을 할 때도 주제 하나만 잡아놓고 즉흥적으로 멜로디와 가사를 썼다. 내 생일인 5월 25일에 <초미의 관심사> OST가 발매돼서 나 개인적으로도, 노래하는 나를 응원해줬던 지인도, 엄마 아버지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영화는 당신 말대로 ‘돈을 갖고 튄 막내딸을 찾는 모녀가 이태원을 하루 동안 샅샅이 뒤지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트랜스젠더, 드랙퀸, 어린 싱글맘,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여러 소수자가 등장해 사건에 개입하고 도움을 준다.

영화의 메시지는 편견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보통의 우리처럼 대하자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찍는 동안 과연 나는 그렇게 잘 해왔을까, 더 조심해야지, 더 공부하고 배워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되는 부분이 쌓이면 그걸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싶어질 것이다. 창작할 때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 우리 모두 언제 갈지 모르니까(웃음) 뭔가를 바쁘게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후회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실제 영화 촬영 현장을 경험해본 소감은 어떤가.

시작은 큰 걱정 없이 했는데 연기를 진짜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많이 불안했다. (전문가에게) 연기를 배울까도 해봤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남연우 감독님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도와달라고 했더니 (지금 단계에서는) 연기 연습보다 대본을 많이 읽고 ‘순덕’이가 하는 생각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 하셨다. 결과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조민수 선배님도 비슷한 맥락으로 응원해주셨다. “너는 너대로 하는 게 좋다”고 말이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워낙 낯선 환경이니 시행착오가 있었을 법하다. 힙합을 소화할 때는 얼굴 근육과 몸동작을 많이 쓰지만, 영화 속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냉소적이기는 해도 행동은 매우 단정(?)하다.
대본을 처음 읽고 이쯤에서 ‘순덕’이가 인상을 쓴다든지 (힙합스러운 동작을 취하며) 이런 제스처를 하지 않았을까요 했더니, 그렇게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웃음) 감독님은 몸이나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생각을 해서 말로 전달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냐고 했다. 그런 식의 접근은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었다. 항상 손과 얼굴 근육을 많이 써서 이야기하던 내가 이 방식으로 얼마만큼의 전달을 할 수 있을까 의심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기도 했다. 또 다른 언어를 배운 것 같은 기분이다.

결과물을 보니 어떤가. 당신이 상당히 ‘예쁘게’ 나왔다는 생각이다. 외모를 평가하는 언어로서 ‘예쁘다’가 아니라 영화의 개성과 색감에 딱 들어맞는 외적 매력이 잘 담겼다는 의미다.

당시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열심히만 했다. 정신이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야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알았다. 많은 스태프와 배우가 그런 나를 커버해서 (결과물을) 예쁘게 만들어주신 거더라.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고 고마웠다. 가수 활동을 할 때도 함께하는 스태프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에 비하면) 혼자 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영화는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들이 고생해서 장소 촬영 허락을 받고 장면까지 만들어낸다. 그 부분을 정말 많이 배웠다.

특히나 가파른 이태원 골목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장면은 어찌나 멋있던지....(웃음)

영화 보다가 담뱃불 피울 뻔했다는 사람도 있다.(웃음) 처음에는 와, 연기하면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구나 하면서 좋아했는데 막상 (촬영으로) 피워보니 힘들더라. NG가 있을 수도 있고, 옆에서 찍고 뒤에서 찍고 할 때마다 담배 길이가 맞아야 해서 이만큼 피고 버리고, 이만큼 피고 버리고… 쉴 때 피면 모르겠는데 일을 위한 담배가 되니까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웃음)

‘여자이기에’ 여전히 터부시되는 것에 주눅 들지 않고 거리낌 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면서 소녀와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일종의 롤모델처럼 자리 잡은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생각을 많이 하고, 책임감을 갖고, 어디서든 항상 말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나를 좋게 봐주고 롤모델로 삼아 주는 분들 덕분에 나를 더 발전시키고 싶고 성장시키고 싶다. 나에게도 (긍정적인) 압력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와 함께하는 모바일 기반 웹 예능 ‘쎈마이웨이’에서 피임 등 다양한 소재에 관해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최근의 관심사를 조금 더 들려준다면.

내가 결혼과 출산을 했을 때 아이에게 온전히 사랑과 집중과 관심을 줄 수 있을까, 그걸로 내 인생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하고 싶은 일도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은 것도 많은데… 지금껏 (사회가) 당연하다고 해왔던 것에 대해서 그게 과연 정말 당연한 건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비혼주의자 같은) 이름에 날 가두고 싶지는 않다. 비혼이라고 했다가 그 말을 번복하게 되면 그런 모습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입양에 관한 생각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있었다. 물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고 (입양에 적합한) 환경을 구축해야겠지만 말이다.

치타라는 ‘쎈 여자’의 이미지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좀 더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

치타의 이미지는 내가 (혼자)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중이 나에게서 보고 싶은 부분, 대중이 나에게 박수 쳐주는 부분을 알고 그 지점을 더 만족시켜주기 위해 활동한 결과다. 대중과 치타의 티키타카 덕에 만들어지고 부각된 이미지다. 많은 아티스트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아닌 그냥 나에게는 분명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내 안의 것을 꺼내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싶다.

영화 출연은 그 과정의 시작이겠다.
어릴 때 꿈이 ‘만능 엔터테이너’였다.(하하하) 그게 당시에 유행했던 말이다. 꿈이 구체화하면서 가수가 됐다. 이렇게 만능 엔터테이너로 가는가보다.(웃음)



사진 제공_트리플픽쳐스


2020-05-28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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