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얼굴 도전에 만족, 언젠가는 청순가련 신파를! <침입자> 송지효

2020-06-06|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꽃 기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오랜 시간 출연하면서 명랑하고 즐거운 얼굴로 친근함을 톡톡히 쌓은 송지효가 가족 스릴러 <침입자>로 모처럼 낯선 얼굴을 선보인다. 어린 시절 실종됐다가 다 큰 뒤에야 가족 앞에 나타난 딸 ‘유진’(송지효)은 검은 속내를 감춘 인물이다.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오빠 ‘서진’(김무열)의 경계를 부드럽지만 강하게 제압하고 가족 내 주도권을 완벽하게 틀어쥐는 이 음험한 인물에 그는 충분히 만족했다고 말한다.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청순가련한 얼굴로 신파 장르에 도전하겠다는 포부까지 전한 그와의 인터뷰를 공유한다.


지난달 27일(수) 언론시사회에서 <침입자>의 ‘유진’은 이전과는 다른 당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10년 가까이 밝고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다 보니 반대되는 이미지에 갈망이 있었다. 감독님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를 통해 받은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욕심이 많이 났다. 한동안 대중에 보여드리지 못했던 느낌이었고, 지금까지의 패턴과는 다른 도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는 ‘아쉽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 날이었는데, 내 연기에 대한 후회가 되더라. 왜 저기서 저렇게 했지? 하는 나에 대한 평가 잣대에 날이 서 있었던 것 같다. 반대로 (김)무열 씨가 연기를 워낙 잘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그가 초반부터 중심을 잡고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그 느낌이 유독 좋았다.

자극을 주는 연기 파트너를 만났다는 의미로 들린다.

상대 배우(역량)에 따라서 나도 많이 향상되는 편이다.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자극이 된다. 사실 (김)무열 씨는 영화 전, 후반에 거의 다 나오기 때문에 나보다도 고민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 넋두리를 많이 들어주고 조언도 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맙다. 그러면서 자기 연기까지 저렇게 잘했다는 걸 알고 나니 진짜 멋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시사회 날 그 마음이 툭 튀어나왔는데 (김)무열 씨가 그 말을 듣고 엄청나게 당황했다고. “누나는 진심이었어”라고 얘기해줬다.(웃음)

‘유진’은 검은 속내를 숨기고 ‘서진’의 가족 사이에 침투한다. 구성원을 살뜰히 돌보는 듯하던 그는 슬금슬금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면서 어느새 가족 내 주도권을 쥔다. 연출을 맡은 손원평 감독은 이 인물을 두고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여자”라고 설명했다.
일단 시나리오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유진’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은 이미 시나리오에 정해져 있었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는 게 내 몫이었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하고 무언가를 설계할 만큼 머리가 좋지도 않고.(웃음) 다만 나만의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면, 어느 지점에서 ‘유진’의 본 모습이 나와야 하는지 그 타이밍이었다. 그의 본 모습이 조금씩 비치는 부분에서 연기 농도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는지도 많이 고민됐다.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다음 신으로 이어진다는 등의 계산이 필요한 지점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항상 숙제처럼 마음에 남아 마음고생 아닌 마음고생을 했다.

신경증에 걸려 이 상황이 진짜 문제적인지 그저 자신의 착각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서진’에 비하면, ‘유진’의 감정은 상대적으로 일관적으로 진행되는데.

‘유진’도 가족에게 점점 동요되는 부분이 있었다. ‘가족이라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은 느낌 때문에 흔들리는 구간이었는데 영화에서는 편집됐다. 형사가 집을 찾아와서 왜 가족사진을 같이 찍지 않았냐고 묻는 신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이 있었다. 어쩌면 ‘유진’ 입장에서는 자신의 (굳건하던) 감정에 그 가족이 ‘침입’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그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건 ‘서진’에게 ‘이제 오빠는 집안일에 신경 끄라’는 대사였다고 본다. 본격적으로 ‘유진’의 냉담함이 드러날 거라는 신호를 주는 대목이었다.

본래는 그 신 전에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조카(극 중 ‘서진’의 딸)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는 신이었는데, 그런 식으로 너무 미리 (유진의 정체를) 드러내면 관객이 예상을 하면서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야기 시기상 좀 이른 때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결국 그 부분이 편집됐더라. 영화상으로는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결국 ‘유진’이 그 집안의 친딸인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주변에서도 그걸 궁금해하더라. 영화를 본 지인도 “그래서, 친딸이에요 아니에요?”부터 묻길래 나도 모른다고 했다.(웃음) 실제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그 부분은 나와 있지 않았다. 이후에도 감독님께 특별히 부탁을 했다. 친딸인지 아닌지 나에게는 알려주지 말라고. 결론을 알고 연기하면 거기에 치중할 것 같았다. 친딸이어도 마음이 아프고, 아니어도 마음이 아픈 것 아닌가. 그러니 모르고 연기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사람이 궁금하도록 일부러 더 애매하게 만든 것도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분들의 궁금증이 내가 궁금해했던 부분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웃음)

여러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도전에 만족스러운가.

나에 대한 도전을 했다는 만족감은 정말 좋다. 다른 것도 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새로운 걸 느끼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출연했던 <성난 황소>(2018) 제작사 대표님이 회사에 <침입자> 시나리오를 보내신 거더라. 나에게는 어떤 이야기도 없이 그저 정식 루트로 기회를 준 거다. 그걸 알고 나니 다시 한번 관계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게 됐다.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오랜 시간 출연하면서 쌓아온 밝고 선한 이미지와는 판이한 <침입자>를 선보이는데, 그 다음 번에 보여주고 싶은 역할이 또 있지 않을까 싶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2003)으로 데뷔한 이후) 장르적인 영화 제안이 굉장히 많았다. 명랑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런닝맨>이 그 시간을 좀 앞당겨준 것 같다. 다음번에는 청순가련한 인물로 신파 장르를 해보고 싶다.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한 번쯤은 해보면 좋지 않을까.(웃음) 늘, 항상, 중구난방이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도전, 발전도 해가며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느끼면서 살고 싶다.

사진 제공_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0-06-06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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