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돌파구 필요해 ‘스테이지 무비’ 도전”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

2020-08-24|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꽃 기자]



우리나라 대표 공공극장 예술의 전당이 공연을 영상화한 콘텐츠 ‘스테이지 무비’를 선보인다. 지난 19일(수) 극장 개봉한 <늙은 부부이야기: 스테이지 무비>가 첫 번째 작품이다. 유인택 사장은 ‘적자의 악순환’을 타개해야 하는 공동의 숙제를 지닌 공연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스테이지 무비의 가능성과 한계를 제대로 논의해보기도 전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실행되면서 예술의 전당은 8월 말까지 모든 공연, 전시, 강좌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알려온 상황. “코로나19 확진자가 예술의 전당 극장 안에 함께 앉아있어도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던 인터뷰 당시(8/14) 유인택 사장의 고민이 재차 깊어지는 시점이다.


‘스테이지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극장에서 선보인다. <늙은 부부이야기>라는 대학로 공연을 영상으로 옮겨 담았다. 이 기획의 시작과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전임 고학찬 사장(기자 주: 재임 기간 2013~2019)이 2013년부터 공연 영상화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내가 몸담고 있던 대학로에서는 비판적 여론이 많았다. 공연을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하면 누가 무대 공연을 보러 오겠냐는 거였다.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 여행지에 가보고 싶지 않나. 영상을 보고 나면 무대 공연을 직접 보고 싶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앞서 영화 제작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에 극장 개봉 이후 VOD 등 (2차 시장에서) 부가 수익을 얻는 걸 지켜본 영향도 있다. 영화와 달리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은 수익 확장성 면에서 늘 답답한 지점이 있지 않나. 부가 수익의 장을 열지 않으면 계속해서 공공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적자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다. 게다가 공공 지원금을 제한 어느 정도의 자부담액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으면 작품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 세대를 위한 비전과 돌파구를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였다.

그 돌파구로 마련한 첫 번째 작품 <늙은 부부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는 배우 김명곤, 차유경이 선보이는 무대 연기에 영화에서 볼 법한 장면 연출과 음악을 덧댔다.

일단 공연 실황을 충분히 찍고 그다음에 들어내거나 덧붙일 부분을 고민했다. 재미가 덜하거나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영화처럼 편집 과정을 거친다. 공간적인 이동이 있을 때는 추가적인 촬영도 한다. 대사만 있어서 건조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음악을 넣기도 한다. 원작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실감 날 것이고 작품이 잘 되면 창작자들도 (다른 작품) 재생산이 가능한 경제적 소득이 생긴다. 지난달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늙은 부부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를 접한 사람은 ‘공연과 영화의 중간’이라고 표현하더라. 그렇게 보면 공연계와 영화계의 전문 인력이 만나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공연계는 수익을 다변화하고 영화계는 좋은 기술과 역량을 지닌 인력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 작품을 공개하기까지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현재로서는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는 점이다. 공연 총제작비가 1억 2천만 원이었는데 스테이지 무비 버전을 만드는 데 같은 돈이 들었다. 민간극장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규모다. 공공극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익성 낮은 산업 투자를 위해 조성한 펀드의 몇몇 투자자가 <늙은 부부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를 봤다고 하는데 그 투자 가치를 판단 받을 것이라고 본다. IPTV나 OTT 플랫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받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수요가 늘었지만 전체 상영시간 대비 실제 관람 시간은 초반 10~20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소비자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발전시키려는 흐름은 지속, 확장될 거라고 본다. 지방이나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스테이지 무비를 소개할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모든 활동이 공연계에 일종의 논란거리가 돼 그들의 관심을 좀 끌어왔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도 있다.(웃음)

다음 스테이지 무비로 만들 작품도 정해졌나.

창작 오페라 <춘향 2020>을 스테이지 무비로 만들 계획이다. 9월 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할 작품이다. 중국에서 ‘영화 황제’로 불린 배우 김염에 관한 뮤지컬도 스테이지 무비로 제작하려고 하는데, 영화사와 합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코로나19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듯 보이는 상황에서 예술의 전당의 운영 전략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텐데.

현재처럼 한 자리 띄어 앉기를 유지하면 유효 좌석은 50%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손잡이 안 잡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신천지 발 코로나19 위기가 한차례 나라를 휩쓸고 간 이후인) 지난 4월 예술의 전당 문을 빠르게 문을 열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우리는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걸 비대면으로만 할 수는 없지 않겠나. (과감하게 말하자면) 설령 코로나19 확진자가 예술의 전당 극장 안에 함께 앉아있어도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응급 병상에서 간호사가 입는 방호복의 원리에 따라 일반 관객이 눈, 코, 입을 가릴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전국 공공극장의 맏형 격으로서 방역 당국을 설득할 방법을 끊임없이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잠시 침묵 끝에) 요즘에는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 캠페인 덕에 행복하다. 코로나19로 무대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게 된 예술인이 많다. 예술의 전당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우리가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걸 알게 됐다. 기부금을 모아 (예술의 전당 야외 연못 근처에) 조그만 무대를 만들고 클래식 공연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행히 호응이 좋은 편이다.

사진_이종훈(스튜디오 레일라)

방호장비 착용 사진_박꽃 기자


2020-08-24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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