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인 내게 일상툰 작가는 맞춤옷!” <바퀴멘터리> 박바퀴 작가

2020-11-13|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작가의 일기와 같다는 일상툰 <바퀴멘터리>의 매력은 쉬운 접근성과 솔직함, 그리고 친근함이다. ‘멋있다’ 혹은 ‘예쁘다’라는 수식어보다 투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흑백의 단순한 그림체지만, 그 안에는 ‘박바퀴’라는 개인의 개성이 진하게 녹아있다. 나 혹은 내 친구의 이야기를 엿보는 듯한 재미를 지닌 <바퀴멘터리>는 지루한 출·퇴근길의 유용한 동무가 돼 주기도, 지친 순간 의외의 웃음을 깜짝 선물하기도 한다. 박 작가는 자신이 그린 웹툰이 예전 신문 한 편을 차지하던 4컷 만화나 껌 종이에 그려졌던 만화처럼 ‘스쳐 지나듯 쓱 보고 웃음 주기’를 희망한다. ‘사실은 관종’이라고 털어놓은 박 작가를 만나 나눈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처음 만나는데도 왠지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은 친밀감이 든다. 아마도 당신의 일상을 담은 <바퀴멘터리> 덕분인가 보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레진에서 일상툰 <바퀴멘터리>를 연재하고 있는 박바퀴입니다.” 각 잡고 해봤다. (웃음) 2017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연재하기 시작해 130화 정도 됐을 때 레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2018년 (아마도) 6월 4일부터 정식 연재를 시작했는데 사실 데뷔할 거라고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하게 됐다. 주 5회 연재하고 있고 현재 750화 정도까지 왔다.

레진 PD가 당신의 어떤 면을 높이 사 연재를 제안했다고 생각하나.
당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약 5만 명 정도라 대중적으로 매력이 있다고 파악한 것 같고 그보다 높게 평가한 것은 꾸준함이 아닌가 한다. 웹툰 PD가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데 있어 1순위로 보는 점이 마감 엄수라고 들었다. 레진 PD님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를 계속 지켜보니 펑크내지 않고 성실하게 올리니 한 번 연재를 맡겨봐도 좋겠다고 판단하신 거겠지.

매주 정해진 요일에 올리는 웹툰 플랫폼의 연재 특성상 성실함이 주요 평가 요소가 된 것 같다.
펑크내지 않는 것, 즉 연재를 이어가는 끈기와 성실함은 웹툰 작가에겐 필수다. 매주 일정량의 원고를 균일한 퀄리티로 내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힘든 일 이거든. 그림 실력을 쌓고 스토리를 재미있게 짜고 연출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연재력이 우선이다. 약속한 시간에 업로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가의 생명력을 길게 하고 인기를 높이는 가장 큰 힘이자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대하지 않던 상황에서 연락받아 더욱 기뻤겠다.
개인적인 만족감을 위해 인스타에 연재를 시작했고, 점점 팔로워가 늘어갔다. 그에 부응해 좀 더 재미있게 그리고 퀄리티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식 연재는 (솔직히) 퀄리티가 낮아 힘들 거로 생각했었다. (연재하지 않아도) 그냥 이대로 좋다고,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함께 공부했던 친구 몇몇이 작가로 활동하는 걸 보며 내심으로 부럽다고 생각할 즈음 레진에서 연락받았다. 처음에는 안 믿었고, 그다음에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더라. <바퀴멘터리>에 당시 심정이 잘 묘사돼 있는데, “혹시 사기 아닐까?”, “드디어 나의 천재성이 빛을 보나??” 뭐 이런 생각이 스쳤었다.

내가 본 화까지는 홍대에 거주했는데 얼마 전 영상 인터뷰를 보니 교외로 이사한 것 같더라. 그런데 매주 5회를 연재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 소재 발굴과 연재에 대한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상당할 것 같다.
홍대에서 5년 정도 살았다. 함께 자취하던 동생이 유학가면서 양평 부모님 댁으로 들어갔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힐링’이구나 싶었는데 벌써 2년이 넘으니 슬슬 지루하기도, 홍대가 그립기도 하다.(웃음) 연재 압박에 관해 질문받곤 하는데 이젠 생활처럼 돼서 자연스러운 일과와 같다. 처음에는 무슨 얘기를 할지 고민했지만, 지금은 일기 쓰듯이 하기에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보통 작가들이 위급 상황에 대비해 세이브 원고를 마련하곤 하는데 나는 대체로 그날그날 그리는 편이다. 월~금에 업로드를 하니 작업은 월~수, 토, 일 이렇게 하고 있다.

전업작가인데 수입은 정도인가. 정확한 금액은 당연히 밝히기 어려울 것이니 대략 알려주면 웹툰작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관련 커뮤니티가 많아서 대충 어떻다는 정보는 아마 많을 거다. 내가 다른 플랫폼은 경험하지 못해서 레진에 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네이버나 다음 웹툰처럼 원고료와 유료결제분에 대해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가 일반적인 경우로 알고 있다. 즉 원고료 플러스 수익셰어분으로 작가의 수입이 결정되는데, 레진은 비슷하면서 약간 다르다. 연봉제라고 할까. 최소한의 연봉을 개런티 해준다. 이후 유료결제액이 개런티 금액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에 한해 수익쉐어가 발생한다. 당연히 유료결제가 많을수록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내 경우 일상툰이라 유료결제 발생률이 낮아 수익쉐어는 (아직) 없지만, 어시스턴트를 고용하지 않고 혼자 작업할 경우 전업작가로 활동할 정도의 수준은 된다.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을 통한 외부 수입도 있어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 단, 글과 그림 등 팀으로 작업해 수익을 나누는 경우라면 작품 하나 연재로는 힘들 수 있다.

작가들이 선호하는 플랫폼이 있는지.
아직 신인 단계라 전체를 관망하기는 어렵지만 몇몇 지인 작가를 보자면 포털을 낀 대형 플랫폼은 대중적인 작품을 하고자 분이 선호하더라. 성인이나 BL 계열의 작품을 쓰는 작가는 레진을 비롯해 탑툰, 봄툰 등 성인물 중심 플랫폼을 선호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결제율이 높으니 그렇겠지.

직업으로서 웹툰 작가의 인기가 높아지는 요즘이다. 웹툰작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또 미술이나 애니메이션 등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게 필수일까.
아까 말했듯 ‘연재력’이다. 작가가 웹툰은 그리는 것은 혼자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니 그리고 싶을 때 혹은 임의로 그리는 것은 안 된다. 도약을 위한 휴식은 필요하겠지만, 일단 약속한 연재는 꼭 지켜야 한다. 애니메이션학과를 나온 입장, 다시 말해 관련 전공자로서 보자면 어떤 공부를 했느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만화애니메이션이나 미술을 전공했다면 그림과 색채와 관련해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필수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활동하는 작가님을 보자면 아주 다양한 전공이 있다. 중요한 건 개성이다.

개성이라…
지켜보니, 작가가 작품에 개성을 일부러 집어넣기보다 작가 자체가 개성 있는 인간이 돼야겠더라. 그러면 어떻게 그려도 그 개성이 작품에 드러나게 돼 있다. 즉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개성에 대해 실험하고 탐구하면서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 전공을 선택할 때도 그렇다.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오롯이 작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작품이 생산됐던 웹툰 초반기와 달리 최근에는 에이전시와 웹툰 PD들의 역할이 커지는 모양새다. 작품의 흥행과 작가의 성공에 있어 웹툰 PD의 영향력의 크기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현재 레진 PD님만을 겪었을 뿐 다른 경험이 없어서다. 다만 주워듣기로는 플랫폼별 또 PD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같더라. 나를 담당하는 PD님의 경우 간단한 피드백을 줄 뿐, 작품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바퀴멘터리>에 PD님과의 첫 만남을 소개한 일화가 있는데, 이것저것 제약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잔뜩 긴장하고 나갔었거든. No가 너무 없어서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웹툰 작가에게 필요한 제도적 지원이나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2019웹툰작가실태조사에 따르면 86.3%가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사실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4대 보험에 대해선 알아볼 생각도 안 해봤다. 프리랜서라 해당 사항이 없을 것이라 당연히 생각한 것 같다. 청년전세대출의 경우 프리랜서도 된다고 해서 알아보면서도 프리랜서니까 다 그렇지 하고 불이익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봐야겠다. (웃음) 그런데 나같이 플랫폼 한 곳과 계약한 작가가 아니라 동시에 연재하는 작가들은 한 곳에 묶이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는데, 연재하면서 느끼는 점은. 후배들에게 “이런 ***는 하지마”라고 조언한다면.
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정치색을 살짝 드러낸 적이 있다. 게시판이 나를 비난하는 댓글과 옹호하는 댓글로 난장판이 되더니 결국 잘잘못과 상관없이 싸움판이 돼 버리더라. 자기 생각을 소신 있게 밝히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논쟁거리가 될 만한 먹이를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한 번은 우울한 내용을 그린 적이 있는데, 독자가 생각보다 작가의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좋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한다. 특히 나같이 개그 일상툰을 연재하는 경우라면 우울한 감정보다는 웃음을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가 지망생은 참 힘들다. 몇 년에 걸쳐 준비했는데 공모전 등에서 떨어질 때, 또 개인적으로 연재를 이어 나가는 데도 피드백이 없을 때의 그 답답함이란. 하지만 놓지만 않으면 된다. 체력관리, 멘탈 관리하며 놓지만 않는다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인 것 같다.(웃음) <바퀴멘터리>의 에피소드가 대부분 실화(?)라던데. 또 전업 작가로 활동하니 어떤가.
<바퀴멘터리>는 내 일기와 같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있으면 이를 살려 웹툰을 만든다. 일상툰 작가에게 요즘 코로나 시국은 아무래도 더 힘든 게 있다. 강제적으로 집에 머물게 되니 말이다. 요즘엔 놀 기회가 생기면 소재거리가 생긴 것에 기뻐하며 즐겁게 논다. 사실 관종이라 나를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웃음)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그 반응을 즐긴다. 나 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에겐 일상툰 작가는 정말 적합한 직업이다. 내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돈도 받으니 행복하다.

흑백과 개성 강한 그림체에 묘하게 중독되는 느낌이다. <바퀴멘터리>의 매력을 꼽는다면.
음…<바퀴멘터리>는 한 화당 10컷 내외로 쓱 보고 지나가듯 보는 웹툰이다. 일부러 시간 내고 집중해 보는 만화가 아니다.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자 독자가 편하게 느끼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일단 접근성이 좋고, 보다 보면 자신의 삶(생활)과도 겹쳐 피식 한 번 웃고, 또 누군가의 삶을 염탐(?)하는 기분도 들고 말이지. 독자들의 댓글을 보니 지금 언급한 이야기들이 제일 많았다. 가끔 단행본을 원하는 팬도 있고, 출간 연락을 받은 적도 있는데 고사했던 이유가 <바퀴멘터리>는 예전 신문에 실렸던 4컷 만화 혹은 (풍선) 껌 종이에 그려졌던 만화 같이 남았으면 해서다. 책으로 나와 누군가 소장하는 건 너무 무겁다. 아, 사소한 생활 팁이나 정보를 얻었다는 분도 꽤 있다.

봤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보이후드>(2014)는 6세 소년이 대학생이 되기까지 12년의 세월을 담는데 실제 12년에 걸쳐 촬영해 완성한 영화다. 극 중 캐릭터와 배우의 시간이 동시에 흐른 거지. <바퀴멘터리>를 보면서 이 영화가 떠오르더라. 당신의 시간이 웹툰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 ‘박바퀴’의 결혼과 육아의 경험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 않나.(웃음)
처음 시작할 때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또 레진에서 시작했으니 레진에서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이 든다. 한 사람의 삶을 연속성 있게 보여주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 옆집 형의 근황을 들려주듯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연재하며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과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얼까.
연재하면서 ‘그림 못 그린다’ 등 작화 관련해서 부정적인 말을 할 법한 데 그런 얘기가 없었다. 아주 공들여 들인 날도 가끔 소홀하게 그린 날도 있는데 그 변화에 대해 반응이 없는 거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독자들은 그림이 아니라 내가 전하는 말에 집중한다는 것 같더라. 우울했는데 <바퀴멘터리>를 보고 크게 웃었다고, 고맙다는 댓글이나 DM을 받으면 만화를 그리기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 생각 안 하고 무심코 그린 웹툰에 생각보다 크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 아까도 말했지만 그래서 웬만하면 즐겁게, 웃기게 혹시 우울한 내용을 담더라도 결론은 긍정적으로 가려고 한다. 또 작은 규칙이라도 꼭 지키게 되고, 나쁜 인간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힘든 것은 무엇보다 만화가 재미있게 안 나올 때다. 일상툰이라 생활의 모든 일이 만화와 연결되는데 마땅히 재미있는 일도 없고, 쳐진 날에 만화를 그리면 바로 티가 난다. 그러면 독자들이 ‘무슨 일 있냐’면서 바로 피드백이 온다. <바퀴멘터리>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대번에 알아차린다. 그럼 나를 걱정하는 이들 때문에 또 슬퍼지는데… 결론은 슬럼프라는 건 왔다 갔다 하는 거라 힘든 시기를 몇 번 거치니 극복되더라.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은.
코로나 시국이라 자연스럽게 약속이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술을 멀리하게 됐다. 덕분에 15kg 정도 감량했다! 얼떨결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셈인데 얼마나 다행인지. 살 뺀 후 동영상 인터뷰, ‘만화·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이용 근절 캠페인’을 촬영했거든.


사진_박광희 실장(Ultra Studio)

2020-11-13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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