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승리호>로 우주물이라는 장르에 앞장서다, 덱스터 스튜디오 진종현 실장, 하승우 VFX 프로듀서

2021-03-04|박꽃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꽃 기자]




하승우 VFX 프로듀서, 진종현 실장


한국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물 <승리호>는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코로나19라는 악재를 피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택한 영화는 전 세계 구독자에게 <스타워즈> <스타트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이어지는 극장 기반의 할리우드 우주물 계보를 탈피하는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승리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체 분량의 7~80%에 해당하는 컴퓨터그래픽(CG)과 특수효과(VFX)다. 우주 유영, 우주선 전투 등 실제 촬영이 불가능한 시퀀스를 구현하는 작업은 덱스터 스튜디오가 주력 전담했다. <미스터 고>를 시작으로 <신과 함께> <백두산> 등 현실감 있는 시각효과를 필수로 요구하는 작품을 책임져온 이들이다.

또 다른 우주 영화 <더 문> 작업을 앞둔 덱스터 스튜디오의 진종현 실장은 “장르에 앞장서는 게 우리의 큰 재산”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영화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아티스트’로 칭하는 핵심 인력을 압도적인 체급의 이종 업계에 빼앗기는 어려움 속에서도 부지런히 ‘살길’을 모색하는 이들의 비전을 들어본다.


넷플릭스로 공개된 <승리호>의 반응이 뜨거웠다. 국내 기술로 한국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작품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덱스터 스튜디오가 CG 부분을 주력 담당했다. 그 작업 공정이 궁금한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하승우 VFX 프로듀서(이하 ‘하승우’) : <승리호>에 사용된 전체 CG 컷이 2,000컷 정도다. 덱스터 스튜디오가 그중 가장 많은 분량인 1,300컷을 담당했고, 나머지 분량은 위지윅 스튜디오, 디지털아이디어, 매드맨 스튜디오 등 총 여덟 군데 업체가 나눠서 작업을 진행했다.

진종현 실장(이하 ‘진종현’) : 제작사 비단길에서 공개한 전체 CG 인력이 1,000명 정도 되는 거로 안다.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투입한 아티스트 그리고 우리와 가까운 관계로 일한 외주(협력) 업체 인원을 합치면 250명 정도 된다.


CG 1,300컷이 어느 정도 분량인지,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좀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나.

진종현 : 통상적으로 영화 한 편을 2,500컷으로 본다. 액션이 많은 작품의 경우 3,000컷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승리호>에 CG가 2,000컷 이상 투입됐다면, 영화 전체 분량의 7~80%가 CG라는 의미다.

하승우 : <승리호> 작업 기간은 2년 정도 걸렸다. 2018년 12월부터 콘셉트와 프리비주얼 작업을 진행하는 프리프로덕션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12월 포스트 프로덕션(후반작업)을 끝냈다. <승리호>는 후반 작업만 약 1년 정도 걸렸는데 다른 영화가 6~7개월 정도 소요되는 데 비하면 좀 길었다.

<승리호> CG 작업 중인 아티스트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하승우 : <승리호>가 전체 장면을 CG로 구현하는 ‘Full CG’ 분량이 많은 영화라서 그렇다. 대개는 영화 현장의 촬영이 끝나면 CG 작업을 들어가는데 <승리호>는 촬영 도중에 우리도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진종현 : 이유가 더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외적인 (개봉 시점) 조정이 있었고 그러면서 작업 일정도 늦춰졌다. 큰 틀에서 작업 내용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모든 내용을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하게 된 것 같다.


<승리호> 직전에 작업했던 중국 영화 <유랑지구>(2019)가 우주 비주얼을 구현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 송중기는 <승리호> 인터뷰에서 <유랑지구>에 참여한 VFX 스태프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의 CG 기술력이 꽤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진종현 : 사실 <유랑지구>는 제작 초기부터 참여한 작품은 아니다. 개봉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연락을 받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그동안 중국 프로젝트를 많이 했기 때문에 (급하게 연락할 수 있는) 연락 리스트 우선순위에 있었던 것 같다.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분량이 딱 우주 분량이었다. 우주 유영, 우주선 폭파 분량을 작업하면서 우주의 ‘룩’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고 각종 질감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습득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승리호> 작업 전 <유랑지구>를 통해 우주 장면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 된 상태였다.

아티스트 작업공간


그 뒤 <승리호> 작업을 위해 조성희 감독을 만났다. 최초 만남에서 서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진종현 : 첫 미팅이 생각난다. 조성희 감독님이 우리 회사에 찾아오셨다. 우리로서는 시나리오도 못 본 상태에서 “이런 내용이다”라는 이야기만 듣는 자리였는데, 그때 영화의 장르가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VFX로 표현할 게 많은 영화라고 단정 짓고(웃음) 감독님의 의견을 토대로 2차 미팅까지 이런저런 톤앤매너의 작품을 많이 준비했다.


여러 종류의 영상 레퍼런스를 준비했을 것 같은데.

진종현 : 주로 우리나라 작품 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 위주였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일단 <스타워즈> 시리즈가 포함됐다.

하승우 : 뿐만 아니라 <스타트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같은 레퍼런스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의 룩이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이슈가 있었던 만큼, <승리호> 작업을 진척시키면서부터는 앞서 언급했던 작품들과 여러 면에서 거리를 두려고 했다.

조성희 감독은 다른 영화인에 비해 CG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들었다.


진종현 : 맞는 말이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에 비슷한 장르의 영상물 제작을 여러 차례 시도한 것 같다. 우리가 쓰고 있는 3D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해 제작, 연출, 편집까지 해봤다는 걸 알고 많이 놀랐다. 그래서 <승리호>와 관련된 준비를 더 많이 할 수 있었구나 싶었다. 그가 연출한 단편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이 스타일리시하고 다이나믹한 액션이 가득한 우주 장르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승리호>의 대표적인 CG 시퀀스는 ‘승리호’가 우주 쓰레기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우주정과 다투는 도입부의 장면, 기동대가 ‘승리호’를 추격하는 후반부의 장면일 것이다.

하승우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퀀스들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배우의 얼굴 촬영 부분을 빼면 나머지 모든 신이 ‘Full CG’로 이루어졌다. 이런 시퀀스는 어떤 영화에서나 (노동력을) 갈아 넣게 마련이다.(웃음)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감독님의 의견에 따라 1차 편집을 거쳤지만, 디테일한 장면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수정을 거치게 된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룩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하승우 VFX 프로듀서


<승리호>에 걸맞은 ‘룩’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하승우 : 두 가지가 가장 어려웠다. 첫 번째는 기체의 메탈 질감을 어떻게 하면 잘 나타낼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우주라는 공간의 감각을 살리기 위한 콘트라스트를 어떻게 표현할까. 조성희 감독님과 <승리호> VFX 슈퍼바이저 사이에 여러 논쟁과 조율이 반복됐던 거로 기억한다.(웃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컷마다, 앵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20회 이상 ‘버전업’을 한 경우도 있다.

진종현 : 다른 영화를 작업 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독도 VFX 슈퍼바이저도 그 영화만의 특징을 살리고 싶어 한다. 미묘하게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 특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다. <승리호> 경우에는 한국에서 이런 종류의 SF영화를 처음 만드는 만큼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컨대 우주에는 대기가 없는데, 그렇다면 달은 어떻게 보일 건가? 태양광에서 나오는 불꽃은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각종 기계 장치들이 쭉 나열된 공간의 구조와 위치를 좀 바꿔보면 어떨까? 반사되는 빛의 질감을 어떻게 개선할까? 같은 지점들이다.

하승우 :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없었던 레이어가 후반 작업 과정에서 많이 추가되기도 했다. 최초 구상에는 없던 우주선이 뒤에 가서 많이 생겼고 공간감을 잘 드러내기 위한 수정도 많았다.

진종현 : 보다 ‘리얼’한 걸 찾아야 하니까. 실사 촬영본을 받아본 뒤에는 (실사 촬영 전에 진행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안 보였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물리적이고 구조적인 섬세한 설정을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진종현 실장


덱스터 스튜디오 외에도 외주 업체 여럿이 함께 작업했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하승우 : 작업 면에서 앞선 이슈가 있었다면, 관리 면에서도 힘든 지점이 있었다. 같은 ‘업동’(유해진) 캐릭터지만 다른 회사에서 작업한 컷을 합쳐 놓으면 서로 달라 보일 때가 있다. 회사마다 작업 툴과 파이프라인(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달라 보이는 거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덱스터 스튜디오가 설정한 룩에 맞춰 다시 렌더(기자 주: 실사 촬영본에 CG로 조명, 질감 등을 입혀 최종 영상으로 추출하는 과정)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업동’ 캐릭터는 <승리호>에서 유일하게 실제 배우가 아닌 CG로 구현된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배우 유해진의 목소리, 몸짓이 반영됐다. 어떻게 디자인됐나.

하승우 : 최초 콘셉트 버전만 20개가 넘는 거로 안다. 조성희 감독님과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특성을 정했다. 그런데 후반 작업 과정에서 여러 변경 사항이 있었다. 예컨대 ‘업동’이의 입 부분이 반짝거리는 걸 어떻게 확정할지에 대한 결정도 그때 이루어졌다.

진종현 : 배우가 캐스팅되기 전부터 ‘업동’ 캐릭터에 대한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진 거로 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활발한 아이디어 회의가 이루어졌다. 그러고 난 뒤 ‘업동’ 역에 유해진 배우가 캐스팅됐으니 CG와의 비교, 검토 작업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장에서 유해진 배우가 센서를 부착한 옷을 입고 연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영상)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기존에 CG로 구현해 놓은 캐릭터가 그 인물과 잘 어울리는지 아닌지도 살펴봐야 했다. 동작을 비롯한 어떤 요소가 더 추가되면 좋을지 같은 것들도 논의돼야 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 출연한 이시영과의 인터뷰에서 들은 바로는, ‘근육괴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얼굴에 센서를 붙이고 연기를 하면 촬영 카메라에 곧장 크리쳐의 모습으로 반영돼 나타난다고 하더라. ‘업동’도 그런 종류의 기술로 만들어진 건가.


진종현 : 그렇지는 않다. <라이온 킹>(1994) <정글북>(2016) 이나 <혹성탈출>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소위 돈이 많이 들어가는(웃음) 블록버스터급 해외 영화에 그런 기술이 많이 쓰인다. 감독이나 배우가 무형의 무언가를 상상하며 작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런 장치의 도움을 받는 사례가 많다. <스위트홈>도 엄청나게 다양한 크리쳐가 나오지 않나. 배우가 시선을 처리하거나 촬영 감독이 앵글을 잡을 때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는 기술이다.


<승리호>의 경우는 여러 크리쳐가 만나 격돌하는 류의 신이 필요한 건 아니었던 만큼, 필요성이 덜했던 모양이다.

진종현 : 맞다. 그렇지만 ‘업동’ 캐릭터를 촬영하기 위해서도 준비해야 할 건 상당히 많았다. 유해진 배우가 센서를 부착한 옷을 입었다고 해서 바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팔과 다리를 大자로 벌린) ‘티 포즈’를 취하고 촬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 포즈가 이후 CG 작업을 할 때 어떤 구분점이 되나보다.

진종현 : 그렇다. 다른 배우로서는 유해진 배우가 함께 있는 장면을 먼저 찍고, 그가 없는 상황에서 같은 장면을 다시 한번 찍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리가 유해진 배우의 실제 몸이 촬영된 장면과 (유해진의 실제 몸 대신) ‘업동’이의 몸이 나타나게 될 장면, 두 가지를 겹치는 형식으로 후반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티스트는 ‘업동’이가 진짜 유해진처럼 느껴지도록, 서로 체격이 다른 부분을 수정하고 실감 나는 질감을 부여했다. ‘업동’ 주변의 조명까지 물리적으로 설계한 뒤에 한 장씩 검토하면서 실제와 유사한지 검토한다. 그 뒤에 우리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최종 장면으로 출력될 수 있도록 컴퓨터가 연산을 하는데 그 과정이 소위 말하는 ‘렌더링’이다.


②에서 계속 [PC버전] [모바일버전]




사진_ 이종훈 실장(스튜디오 레일라)



2021-03-04 | 글 박꽃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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