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부터 ‘라야’까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최영재 애니메이터

2021-03-09|이금용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공주에서 전사로 거듭난 ‘라야’(켈리 마리 트란),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 ‘시수’(아콰피나)를 찾아 미지의 세상에 발을 내딛는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받은 ‘겨울왕국’ 시리즈부터 이달 4일 개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하 <라야>) 제작에 참여한 디즈니의 최영재 애니메이터와 나눈 흥미로운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CG 애니메이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소개 부탁한다.
CG 애니메이터는 캐릭터의 근육과 관절을 조절하고, 그 움직임을 통해 보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사물이나 배경은 물론 옷이나 머리카락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표정 등 캐릭터들의 모든 움직임을 담당한다.

어떤 작품들에 참여했나.
텍사스 댈러스에 있는 DNA 프로덕션 컴퍼니에서 애니메이터 일을 시작했다. 4년 후 픽사로 이직했고, 디즈니가 픽사와 합병하며 최종적으로 디즈니에서 근무하게 됐다. 올해로 디즈니에서 일한 지 14년차인데 그간 참여한 작품으로는 ‘겨울왕국’과 ‘주먹왕 랄프’ 1, 2편, <볼트>(2008), <라푼젤>(2010), <빅 히어로>(2014), <주토피아>(2016), <모아나>(2016) 등이 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외에도 디즈니랜드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에 참여할 기회도 종종 있었다.

애니메이터로서 느끼는 디즈니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일단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다. 장·단편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여력이 충분하고, 디즈니플러스와 같이 그걸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도 갖춰져 있다. 그리고 콘텐츠를 연계해서 보여줄 수 있는 테마파크가 있다는 것 역시 디즈니만의 특징이다.

<라야>로 돌아와서, 이번엔 동남아시아가 배경이다. 음식이나 복식 등 고증을 꽤 철저히 했다는 게 눈에 보이더라.
예전부터 디즈니는 다양한 문화와 국가로부터 정서적인 영감을 얻어왔다. 세미 피플(북부 원주민)에게서 영감을 얻은 <겨울왕국>이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를 배경으로 삼은 <모아나>가 그 예시다. 이 모두가 백인 문화권 중심이 아닌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을 많이 표현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겠다.

<라야>의 경우, 동남아시아 배경의 영화는 처음인 데다 디즈니에는 동남아 출신 감독도 없었다. 그래서 디즈니 스태프들이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7개국에 답사를 가서 현지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정보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디즈니는 감정과 문화를 영화 속에 올바르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에도 스토리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디즈니 내 동양인들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Q&A를 진행했다. 나를 포함한 디즈니 내 아시아 출신 아티스트들의 의견이 다수 반영됐다. 예를 들어 신전을 들어갈 때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는 모습 등이 그렇다.

또 동남아시아 출신 인류학 교수님의 협조를 받았다. 싱가포르, 미얀마, 베트남 출신 제작진들 역시 많이 도움을 주기도 했고. 감독들은 직접 해당 지역을 방문해 건축 양식과 의상, 무술, 음식 등을 조사했다. 그렇게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애니메이터)가 최대한 해당 지역의 정서에 맞고 진정성 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디즈니 사상 최고의 전사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액션물인 만큼 격렬한 액션 시퀀스가 많았다. 작업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내가 주로 액션 신을 담당했는데 솔직히 많이 어려웠다. (웃음) 액션이 많을수록 애니메이션이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쉬운 애니메이션은 없지만, 실루엣과 스피드 등에 집중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무에타이, 펜칵 실랏 등 실제 동양무술을 하는 무도가와 액션 연기자들을 스튜디오에 초청해 싸우는 장면을 촬영하고 이를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그렇게 쉽지 않았던 만큼 굉장히 많이 기억에 남고, 여태까지 참여한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간다.

코로나19가 제작환경에도 변화를 줬다고.
이번 작품의 경우 총 450명의 아티스트가 뿔뿔이 흩어져서 작업했는데 스튜디오에서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진 못했지만 전부터 재택근무를 옵션으로 하고 있었다.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바로 재택근무로 전환이 가능했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장점은 출퇴근이 편하다는 점이다. (웃음)

다만 집에서 회사에 있는 개인 컴퓨터를 원격 조종하면서 작업하니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 외에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리는 작품을 창조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작업할 때마다 동료들끼리 서로서로 도움을 많이 주고받는다. 그런데 이번엔 그러기가 어려우니 객관적으로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웃음) 애니메이터에게 재택근무란 각자가 ‘집’이라는 조그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과 같아서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해결해야하는 등 오히려 전보다 일이 많아졌다.

디즈니에 10년 이상 몸 담그면서 업계 내 트렌드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거 같다.
아무래도 어느 제작사보다 변화에 앞장서온 디즈니다보니 당연히 여러 변화가 많겠지만, 애니메이터로서 최근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2D에서 3D로의 전환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디즈니에 막 입사했을 당시에는 현업에 있는 2D 애니메이터가 꽤 많았다. 화가를 떠올리면 파이프 담배를 물고, 와인잔을 든 채 빵모자를 쓰고 다니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지 않나. 딱 그런 착장과 모습을 한 할아버지 애니메이터들이 회사에 정말 많았다. (웃음)

디즈니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평소 디즈니 입사를 바라는 청소년들에게 자주 연락을 받는다. 대체로 지금부터 무엇 준비하면 디즈니 애니메이터가 될 수 있는지, 어떤 소프트웨어로 연습을 하면 되는지 묻더라. 물론 CG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능숙하게 툴을 다뤄야하는 것도 맞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툴은 매년 개발되고 새로운 것이 나와서 그들이 입사할 때가 되면 전혀 다른 툴을 쓸 수 있다.

그 시기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같은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공부하고 교우관계를 폭넓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쌓은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은 작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좋은 애니메이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나아가 좋은 감독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거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하고 싶은 쪽이 따로 있는데 그걸 디즈니에서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웃음) 우선은 내후년 100주년을 기념해서 나올 작품을 비롯해 앞으로 디즈니에서 나올 여러 작품에서 관객들이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사진제공_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21-03-09 | 글 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NO.1 영화포털 무비스트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

관련영화

관련영화인

관련뉴스

구독하기

이메일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