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뉴(Fun & New) IP 발굴의 최전선, 고즈넉이엔티 배선아 대표

2021-04-30|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의 글로벌 공룡과 왓챠, 웨이브, 티빙 등 토종까지 OTT 플랫폼들이 각축 중이다. 살아남기 위해, 콘텐츠 확보와 창의적인 크리에이터 영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콘텐츠 전쟁의 핵심 코어는 IP(지식재산권) 확보다. 검증된 IP의 확보와 재탄생에서 한 걸음 앞서 나가, IP의 발굴로 일찌감치 눈 돌린 이가 있다.



- IP 전문 개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개발에 특화된 출판사
- 척박한 국내 장르문학 시장, 더 많은 작가가 정당한 대접받기를
- 공동작가, 공동제작 시스템으로 작가계의 관행을 깨뜨리고자
- 창업 4년 차, 120편의 오리지널 스토리 & 35편의 2차 저작화
- 고즈넉 작가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명확한 비전
- 재밌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든 새로워야 한다



고즈넉 ‘출판사’가 아닌 ‘이엔티’



고즈넉이엔티(이하 고즈넉)는 기존의 출판사와는 출발도 전략도 차별화돼 보인다.
IP 전문 개발이 우리의 방향성이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개발에 특화된 국내 유일의 출판사라 할 수 있다. 고즈넉 ‘출판사’가 아닌 ‘이엔티’라 이름 붙인 이유다. 베스트셀러를 영화나 드라마로 영상화하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2차 저작물과 사업을 염두에 두고 도서를 출간한다. 2차 저작화의 분야 또한 특정하지 않는다. 소재에 따라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게임, 웹툰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한다.

언급한 고전적인 방식과 비교해, 확실한 이점은.
베스트셀러를 영상화할 경우, 유명세로 인한 인지도라는 이점이 있지만, 반면 영상화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을 수 있다. 또 원작의 팬이 실망하는 등 여러 변수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고즈넉은 애초에 영상화를 고려하고 작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영상과 방송 관계자들로부터 ‘적합’하다는 피드백을 대체로 받는다. 덕분에 출간 편수만 따진다면 메이저 출판사보다 2차 저작화 되는 비율은 월등하게 높다.

IP 확보 전쟁을 예측한 걸까. 과감하게 도전했다. (웃음)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확고한 원작이 있기에 탄탄한 영상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할리우드에서 검증된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면 좋겠더라. 그러려면 무엇보다 원천 IP가 중요하다. 이런 고즈넉의 비즈니스 방향과 장르문학에서 활동하지만 인정받지 못했던 작가의 니즈(욕구)가 잘 맞아떨어져 현재의 결과가 가능했다. 우린 역량 있는 장르작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국에는 독자가 인정하리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다. 그래서 우린 기획단계부터 작가와 함께 고민한다.

장르문학과 그 작가에 대해 평가가 야박한 것 사실이다.
알다시피 국내에서 장르문학 작가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왔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기욤 뮈소 같은 작가들이 한국에서 출발했다면 과연 지금처럼 성공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국내 환경은 척박했었다. 다행히 장르문학 활성화에 고군분투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어느 정도 싹이 튼 것 같다. 다양한 문학의 공존에 대한 공감도 점차 형성되는 추세이니 앞으로는 꽃이 필 걸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한다.


기획부터 작가와 함께한다는 작업 프로세스에 대해 좀 더 들려 달라.
단순한 편집자가 아닌 PD로서 기획과 개발에 관여한다고 보면 된다. 확장가능한 IP로서 오리지널 스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피드백이 오간다. 많은 경우 100회도 넘는다.(웃음) 그런 과정을 거쳐 스토리를 구축하고 완성해 나가는 개념이다. 우리 스탭들은 프로듀싱 과정을 거쳐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메인작가와 보조작가 또 그 아래 새끼 작가라는 위계적인 시스템이 관행처럼 행해진다.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더 많은 창작자가 정당하게 이익을 쉐어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공동작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동작가 시스템이란.
외국 드라마 제작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소설에서는 고즈넉이 최초로 시도하는 거로 올해의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다. (웃음) 로맨스 장르는 6명의 작가가, 스릴러 장르는 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에피소드별로 작가는 고유의 크리에이티브를 펼치고, 그 연결은 우리가 담당한다. 프로듀싱을 거쳐 전체적으로 하나의 유니버스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옴니버스와의 차이점은.
많이 받는 질문이다. (웃음) 공동작가(제작) 시스템의 핵심은 다음 화를 볼 동기를 얼마나, 강하게 유발하냐이다. 옴니버스는 비슷한 주제나 소재로 다른 이야기를 하므로 이 점에 있어 취약하다. 우린 옴니버스와 구조는 유사하지만, 세계관을 공유하고 연결된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구성해 나간다. 가령 이번 화의 마이너한 캐릭터가 다음 화에서는 메인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덕분에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전전전의 긴장감을 이어갈 수 있다. 다음 화를 보고 싶게 할 확실한 후킹 요소가 있는 거다. 이런 시리즈를 한 명의 작가가 맡아 하려면 그 밑에 보조 혹은 새끼 작가가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고즈넉의 시스템대로 한다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안에 가능하다.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또 공동작가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작가가 역량을 펼치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 2017년 창업한 고즈넉이엔티는 스릴러, 미스터리, 팩션, 역사·현대 로맨스 장르 120편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출간했다. 그간 <직필><현장검증><찾고 싶다> 등은 영상화 계약을, <사주팔자><구사일생 로맨스> 등은 웹툰화 계약을, <청계산장의 재판> 등은 해외 판권 계약을 완료해 총 35편이 2차 저작화 됐다. 이 중에는 <치정><별안간 아씨>처럼 영상과 웹툰이 동시에 계약된 작품도 적지 않다.



고즈넉의 전략과 시스템에 있어, 프로듀싱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외서가 주도하는 번역 위주의 시장에서 창작 작가와 함께 고민하는 편집자가 점점 사라지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프로듀서나 편집자나 그 스킬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린 판타지와 무협 등 장르문학에서 20년 이상 내공을 쌓은 윤승일 이사 덕분에 짧은 시간에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또 할리우드나 넷플릭스에서 제작되는 드라마의 원작을 굉장히 많이 연구한다.

윤승일 이사가 콘텐츠를 총괄한다면, 당신은.
작품이 잘 만들어지면, 그 후 2차 비즈니스는 내 몫이다. 어디선가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피칭 행사에 어플라이하고, 영화나 드라마 관계자들에게 어필해 비즈니스를 만든다. 내가 지원서 한 장을 써도 굉장히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쓰거든.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사들이 미팅에서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장르별 IP 리스트를 매우 잘 정리했다는 거다.(웃음) 우리가 출간한 도서가 한두 작품이 아닌데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힘들어, 리스트를 만들어 보이니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다고 좋아들 하신다. 그렇게 고즈넉의 작품을 알리려 노력하면서 네트워킹을 이어갔다. 결국 좋은 작품과 신뢰로 쌓은 네트워킹 덕분에 지금까지 잘해 올 수 있었다. 작년에 처음 회사 단독 IP 행사를 개최해 영화, 드라마 제작사 30여 곳이 참여했고, 올해도 기회가 된다면 신작 IP를 선보이는 비즈매칭 행사를 하려고 한다.

2차 저작화 된 작품도 여럿이지만, 많은 작품이 해외 판권계약됐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 (웃음)
해외 세일즈의 경우 통상 에이전시를 통하는데 우린 다이렉트 컨텍포인트를 갖췄다. 신간이 나오면 바로 검토를 요구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 속도가 빠르다.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업무가 마비된 곳이 많았음에도 오히려 이전보다 해외 계약이 더 많이 성사됐다. 다이렉트 창구가 열려 있었던 덕분이다. 또 한국에서 이미 영상화가 됐거나 영상화를 준비(검토) 중이라고 하면 해외에서 그만큼 관심도가 커진다. 대표적인 작품이 <행복배틀>이다. 드라마 < SKY 캐슬>을 제작한 HB 엔터테인먼트에서 드라마로 만든다고 하니, 작년에만 4~5곳에 판권이 팔렸다.

작가와 프로듀서, 인재풀 구성이 관건이겠다.
맞다.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라 할 수 있다. 피디에게는 작품 개발의 폭을 넓히고, 작가에게는 원하는 글을 쓰도록 끊임없이 독려한다. 혹자는 우리에게 너무 힘든 길을 간다고도 하고, 또 작가들이 이런 노력을 얼마나 알아줄 것 같냐고 고개를 젓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고즈넉 사이에는 창작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믿음이 있다. 고즈넉과 작가가 협업을 통해 작품이 향상되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면 서로를 인정하고 동등한 관계에서 함께 숙고하게 된다. 서로 신뢰하는 만큼 책임감도 강해서 고즈넉은 작가에게 어떻게든 돈을, 그것도 많이 벌어다주어야 한다는 막중한 압박감에 짓눌리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늘 이렇게 얘기한다. 고즈넉이 돈과 작가의 명예를 목표로, 그것도 국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움직일 테니 작가는 오롯이 글에 집중하라는 거다. 우린, 우리 작가가 고즈넉을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겠다는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작가 발굴은 어떻게 하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밀리의 서재 등 여러 기관과 공동으로 공모전을 진행해 왔는데.
완성된 작가 발굴도 중요하지만 잠재력을 지닌 작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공모전의 경우,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수상작으로 선정하지 않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완벽하게 잘 써진 작품이 아니라 좋은 기획과 트리트먼트를 지닌 작가를 찾기 때문에 작품 공모라기보다 작가 공모라는 표현이 적합하겠다. 또 공모전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 협업 상대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맞춤(?)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엔 웹툰 제작사와 함께했다.


# Fun & New



고즈넉의 작품 선택 기준은.
펀앤뉴(Fun&New)다. 일단 재밌어야 한다. 그리고 소재나 캐릭터 혹은 스토리, 어떤 면이든 새로워야 한다.

고즈넉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수입서를 다루는 출판사에서 오래 그리고 편하게 근무했었다. (웃음) 익숙한 업무 환경에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생활이었는데 프로젝트 하나를 끝낸 후 고민되더라.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맡으면 완료까지 1~2년은 꼼짝 못 하니, 다시 들어가는 것이 맞는지.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아무 대책도 없이 퇴사했다. 기획, 개발 쪽으로 이런저런 경력이 있다 보니 윤승일 이사의 출판사가 개발한 작품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피칭할 때 도와줬었다. 당시 작품이 좋았지만, 피칭도 훌륭해서 비딩도 스무 건이 넘게 들어와 최고의 판권료를 받고 넘겼다. 이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비즈니스모델로 개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즈넉의 출발이군.(웃음) 고즈넉의 신간과 향후 사업 전략에 대해 소개한다면.
판타지와 무협, 역사 팩션은 국내에는 적합하나 해외로 진출하기에는 장벽이 높다. 또 영상화 측면에서 비용과 기술 등 난도가 높다. 그래서 보편적인 장르인 스릴러에 주목, 케이스릴러를 키워왔다. 향후 시리즈화로 이어가면서 동시에 웹소설을 강화하려 한다. 이를 위해 신규레이블, 여성향 ‘블랙피치’와 남성향 ‘나인월드’를 론칭했다. 최근 신간은, 3월에 출간한 <한성부, 달 밝은 밤에> <독도함>, 그리고 로맨스 역사 소설 <용을 그리는 아이>가 곧 출간된다. <한성부, 달 밝은 밤에>는 조선시대 검시관의 활약을 그린 역사팩션이고, <독도함>은 일본에 맞선 잠수함 독도함의 함장과 승조원들의 사투를 그린 본격 잠수함 전쟁 소설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소소하게 즐거운 일은.
플랫폼과 콘텐츠의 융합, 산업과 장르 간의 융합 등 콘텐츠 업계가 참 다이나믹하게 움직이지 않나. 요즘엔 일하면서 이전 직장에서 몰랐던 재미를 많이 느낀다. 그리고 초창기에 우리가 찾아다녔다면, 지금은 방송사든 제작사든 먼저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 업계의 누군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구나 싶고 나름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소수 정예부대급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서로 합이 잘 맞는 고즈넉 직원들 덕분이다. 앞으로도 스태프가 지닌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전사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아가 그 능력이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진. 박광희 실장(Ultra Studio)

2021-04-30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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