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B에 이름 오른 배우 되고 싶어” <파이프라인> 이수혁 배우

2021-06-01|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꽃 기자]




이수혁은 인터뷰 내내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몇 번 강조하다가, 그렇게 말해온 것에 비하면 영화로 관객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가 <무서운 이야기2>(2013) 이후 모처럼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 등 액션, 누아르 작품으로 명성을 떨친 유하 감독의 신작 <파이프 라인>이다. ‘기름 도둑질’을 소재로 한 코믹오락범죄물에서 이수혁은 도유 전문업자들에게 의뢰를 맡기는 대기업 후계자 ‘건우’역을 맡았다. 언론과 인터뷰할 정도의 규모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고백하는 그는, 일요일 아침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는 시간이나 부모님과 비디오 대여점에 가는 일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IMDB에 등록된 배우, 감독, 작가들의 작품을 시간 순서대로 ‘도장 깨기’하듯 관람해왔다는 영화애호가의 면모를 드러낸 뒤에는 언젠가 자신도 IMDB 사이트에 이름이 오르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배우의 삶을 지속하겠다는 명확한 의지와 지향점을 드러낸 그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스크린에 무척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다.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그렇게 말한 것에 비하면 영화로 찾아뵐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는 내가 출연하는 영화를 극장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파이프라인>은 언론과 인터뷰할 정도의 규모가 되는 작품이고, 거기에서 메인 캐릭터를 맡아 극장 개봉한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꽤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인터뷰할 때 많이 떠는 편은 아닌데 오늘은 떨릴 정도다.(웃음)

<파이프라인> 출연 계기를 들려준다면.
유하 감독님의 신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캐릭터도 모르는 상태에서 책(시나리오)을 받았는데, 굉장히 설레고 떨렸던 기억이 난다. 유하 감독님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잡고 싶은 건 (배우라면) 다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 ‘받은’ 입장으로서 감독님의 신선한 시도에 주요 캐릭터로 함께할 수 있었다는 걸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신선한 시도라는 건, 액션이나 누아르보다는 코미디의 색채를 짙게 묻힌 작품의 방향성을 뜻하는 거겠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기존 본인의 장르와는 달리 관객이 쉽게 볼 만한 새로운 결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배우가 단체로 나오는 신이 많은 만큼 그 연기의 호흡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긴 시간 동안 따로 만나서 연기 연습을 할 정도였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처럼 결이 확실했던 감독님의 기존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관객의 즐거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나머지 출연진은 한 팀으로 땅굴 안에서 활동하고 ‘건우’만 홀로 대립 진영에 서 있는 까닭에 현장에서 접점이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외롭지는 않았나.(웃음)
도유 멤버 다섯 명이 팀플레이를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나타나 그들과 대립 구도를 형성해야 하는데, 가장 긴장되고 심리적으로 부담이었던 건 멤버들의 연기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지점이었다. 그래서 ‘건우’의 표현 방법에 대해서 감독님과 많이 논의하고 싶었고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 있으려고 했다. 영화의 주 활동 무대가 땅굴 같은 지하 공간이다 보니 굉장히 협소했고, (거기에서 연기하지 않은) 나는 상대적으로 고생을 덜 하기는 했지만 다른 배우들이 촬영하는 걸 자주 봐서 외롭진 않았다.(웃음)

유하 감독이 당신이 맡은 ‘건우’ 역에 원했던 건.
감독님은 캐릭터마다 원하는 지점이 정확하게 있었다. ‘건우’는 나머지 멤버들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인물이지만, 일반적인 악역과는 달리 너무 멋지기만 하기보다는 빈틈이 있어서 그리 무겁지 않아 보이는 캐릭터를 바라셨다. 오랜만에 영화에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니 드라마에서와는 다른 표정과 움직임을 원하셨다.

드라마에서와는 다른 느낌의 연기라면...
작가님들이 워낙 멋진 캐릭터를 많이 써주시다 보니(웃음) 굉장히 절제된 인물을 연기할 때가 많았다. 모델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드라마에서도 결이 비슷한 한정적인 역할을 많이 맡은 것 같다. 평소 모습이나 성격에 비하면 다양한 얼굴을 못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갈증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에서 상황에 맞는 과장된 연기도 해보고 감독님의 지시를 잘 이해하려고 했다. ‘건우’ 캐릭터는 대놓고 웃기지는 않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어쩐지 웃겨 보일 수 있도록 감독님이 여러 상황을 만들어 주셨다. 시사회에서 작품을 보고 나니 감독님의 주문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새로운 도전에 어느 정도는 만족하는지.
연기 부분에서 만족이란 걸 하기에는… 아직 훨씬 더 성장해야 한다. 단지 촬영이 끝난 뒤 감독님께서 본인이 원하는 ‘건우’에 근접하게 연기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기억에 남고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너무 수려한 외모(!)가 오히려 역할 확장을 어렵게 해온 측면도 있을 것 같은데.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어떤 한계를 두고 나를 바라보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살을 많이 찌우고 운동도 많이 했다. 내 여러 가지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드린 적이 없기 때문에 관계자분들도 (캐스팅 단계에서)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TV 예능프로그램 <끼리끼리>에도 출연했고, 최근에는 작품 홍보를 위한 여러 콘텐츠를 찍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 평소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도 생기더라.

업계 관계자나 대중의 반응은 어떻던가.
내 우려와는 달리 보는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다. 그래서 나도 즐겁다. 맡을 수 있는 배역의 폭만 넓어질 수 있다면 망가지는 역할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파이프라인>에 같이 출연하고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도 함께하는 서인국이 내 그런 모습을 특히 좋아해 준다. 더 드러내고 보여주라고 응원해줘서 고맙다. 한편으론 기존에 했던 역할을 나만의 뭔가로 더 세게 표현할 만한 기회도 좋을 것 같다. 유튜브 영상이나 팬들이 보내주는 영상을 통해 과거의 내 연기를 보면,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인터뷰 초반부터 ‘영화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는데.
배우를 먼저 꿈꿨고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인데 운이 좋게 모델이 돼 내가 가진 능력보다 예쁨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연기 초반에는 어떤 작품을 찍어도 ‘모델 이수혁’이라는 표현이 많이 따라붙었다. 최근에는 조금씩 ‘배우 이수혁’으로 불리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은 나도 조금 어색한 수식어긴 하지만.(웃음) <이파네마 소년>(2010)으로 내 얼굴을 처음 극장에서 본 뒤로 스크린에 내 얼굴이 걸릴 때마다 내 꿈과 목표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 같아 기분 좋다.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나.
식상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영화나 드라마 보는 걸 너무 좋아한다. 좀 재미없게 살아서…(웃음) 공부를 영상으로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도 자주 보고 촬영 기법이나 사람들의 표현법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요즘 좀 고민되는 건 유튜브, IPTV 등 플랫폼이 점점 많아져서 보는 시간보다 고르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 같다는 거다. 구독 서비스도 여러 가지를 이용하고 있는데 좀 줄이긴 해야 될 것 같다.(웃음)

다들 비슷한 생각일 거다. OTT 플랫폼 역시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끝도 없다.(웃음) 콘텐츠 고르기가 고민스럽다.
그럴 때 내가 택하는 방법은 ‘도장깨기’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배우, 감독, 작가가 생기면 시간 순서대로 그들의 작품을 관람했다. 그러면 그들이 성장하거나 생각이 변한 과정이 순차대로 작품에 드러나는 것 같다. 뭘 볼지 고민이 많이 된다면 좋아하는 이들의 작품을 순서대로 보기 시작하면 어떨까. 고민이 좀 덜해지지 않을까 싶다.

가장 최근에 본 작품 중 인상적이었던 건.
요즘 티모시 샬라메 도장깨기를 하고 있다. <더 킹: 헨리 5세>라는 넷플릭스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스토리라인도 좋고 티모시 샬라메와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티모시 샬라메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데 같은 배우로서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더라.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어릴 때 신문에서 영화 편성표를 살펴보거나 부모님과 비디오 대여점에 가는 일을 좋아했다. 일요일에는 이상하게 눈이 일찍 떠졌는데, 유치원은 제때 일어나서 못 가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는 아침에는 뉴스부터 보고 앉아있던 기억이 떠오른다.(웃음) 그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다. 최근에는 오래전부터 이용해온 IMDB 사이트에 한국 영화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서 너무 기분 좋다. 언젠가 나도 그 사이트에 이름을 올릴 날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고민 끝에 보고 싶은 영화를 골랐을 때. 그렇게 고른 작품이 재미있을 때.(웃음) 하나 더 있다. 예전에는 촬영장으로 가는 게 낯설고 떨렸는데 최근에는 즐겁다. 모니터도 한다. 촬영이 끝난 뒤 씻고 누웠을 때 행복하다.

사진 제공_YG엔터테인먼트

2021-06-01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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