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하되 후지지는 말자!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이제훈 배우

2021-06-04|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안방극장에선 ‘모범택시’를 타고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의 복수를 대행하고(SBS 드라마 <모범택시>), OTT 플랫폼에서는 세상을 떠난 이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한다(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상반된 결을 지닌 드라마에서 전혀 다른 얼굴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배우 이제훈 이야기다.

이제훈은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를 작업하며 배우란 결국 작품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좋은 작품’에 나왔던 배우로 남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교훈과 메시지만을 좇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되, 다만 후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한 문장에서 그의 연기관이 읽힌다.


<무브 투 헤븐>이 공개 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어떤 면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삶과 죽음을 조명하는 이야기라, 보면서 누구나 그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것 같다. 그래서 국가나 문화가 다르더라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지 않나 싶다. 또 ‘그루’(탕준상)가 유품을 정리하면서 고인의 마지막 시간을 추리해 사건을 해결하고, 이면의 메시지를 유추하는 일련의 행동이 억지가 아니라 매우 자연스럽다. 덕분에 관객이 충분히 납득하게 되고 더불어 공감도 역시 커진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접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좀 더 깊어진 것 같다.

당신은 작품의 어떤 면에 끌렸나.
<무브 투 헤븐>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다. 남겨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 점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는 마음이 묘하게 북받치면서 눈물이 나더라. 이후 차분히 다시 보니 역시나 공감이 되면서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엄청나게 스펙터클하기보다 작고 소소하지만, 개인적으로 아껴주고 돌봐 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할지. 이 착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게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많은 분들 또한 (내가 공감했던) 마음을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기쁘다. 자극적이고 센 이야기가 많은 요즘,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스트리밍 서비스뿐만 아니라) 여러 채널을 통해 많이 보여지면 좋겠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나 리뷰가 있다면.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눈물이 난다는 반응이 많은데 그 마음을 잘 알겠더라.

연기하면서 가장 공감되거나 인상 깊었던 장면, 그리고 대사를 꼽는다면.
에피소드 모두가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어떤 하나를 특정하긴 힘들다. 다만 사고사한 청년노동자, 데이트 폭력, 해외입양인 등 사회면에서 접했던 이야기를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 특히 공감이 많이 갔다. 비록 드라마지만, 그들의 사연을 접한 이들이 주변인들을 잠시 떠올리고 한 마디라도 힘이 되는 말을 전하는, 이런 작은 배려가 모인다면 각박한 현실에 따뜻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 힘을 받지 않을까. 주제넘지만, 작품을 통해 그런 기운이 퍼졌으면 한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상구’(이제훈)는 ‘그루’(탕준상)를 만나 여러 사연을 접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연기할 때 주안점은.
‘그루’는 전혀 때묻지 않고 순수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나 정직한 인물이다. 그루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은 상구는 “너는 세상을 몰라, 세상이 얼마나 험악하고 힘든 곳인데.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면 언젠가는 크게 다칠 거야”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근데, 이렇게 말한 상구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의심하고 증오하는 마음보다 상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따뜻하게 포용하는 마음이 필요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혼탁한 현실을 살지만, 그루 같은 순수한 시각도 필요한 거지. 드라마에 녹아 든 이런 정서가 상구라는 캐릭터의 변화를 통해 전해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초반에는 더 세고 네거티브하게, 그루라는 존재로 인해 변할 것이기에, 하드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당신도) 변한 점이 있을까.
음, 이전에는 작품을 보는 데 있어 내가 얼마만큼 잘 할 수 있는지, 연기적인 관점이 주요했다면 이제는 작품이 어떻게 남겨질지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된다. 작품이라는 게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다시 보여지고, 회자되지 않나. 그때 ‘좋은 이야기네’ 혹은 ‘의미 있는 이야기네’ 이렇게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했으면 한다. 배우란 결국 작품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렇다고 꼭 의미를 지닌 작품만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교훈과 메시지만 좇는다면 배우로서 족쇄 혹은 어떤 울타리에 갇힐 수 있기에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싶다. 말이 길어졌는데 하고 싶은 것은 하겠지만, 다만 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기존에 맡은 캐릭터들과는 다른 '상구'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상구는 등장부터 매우 네거티브한, 부정적인 시각을 지녔고 또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런 면이 기존의 역할과 다른 점이다. 또 처음부터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극이 흐르면서 지지를 받은 캐릭터다. (말했듯) 그가 ‘그루’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을 알기에 초반에는 더 강하게, 못된 말도 서슴지 않고 했던 것 같다.

탕준상과 홍승희 배우, 두 후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살뜰히(?) 챙겼다는 소문이… (웃음)
두 친구를 보며 좋은 선배님들 틈바구니에서 열심히 (내) 연기만 하면 되었던 신인시절이 생각나더라. 이젠 나이도 들고 경력도 그렇고 현장에서 리드하는 입장이 됐다.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내가 이끄는 방식에 따라 촬영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긍정적으로 파이팅을 주도하게 되더라. 준상과 승희가 상대적으로 신인이라 힘이 돼 주고 싶은 생각에 형이나 오빠같이 편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솔직히 나이 차도 많지만. (웃음) 다행히 두 친구가 나를 편하게 대해줘서 극 중의 케미스트리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들에게 고맙다. 열정적인 데다 인성적으로도 아주 좋은 친구들이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처음엔 내가 이끌어가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면, 촬영이 진행되면서는 ‘상구’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고, 그들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헤어스타일 등 비주얼적으로도 변화를 준 것 같다. 어떻게, 당신의 의견도 좀 반영돼 완성한 건가. (웃음)
캐릭터 자체를 외양적으로도 좀 더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도 좋겠더라. 그래서 김병지 컷이나 맥가이버 헤어 등 요즘 젊은 세대는 잘 하지 않는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는 올드한 컨셉으로 ‘그루’와 대조적으로 갔다. 그루가 순수하고 맑고 단정한 이미지라면 상구는 수염, 거친 피부, 험블한 의상 등 정반대로 보이도록 말이지. 성격도 외양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함께 유품정리를 한다? 잘 그려지지 않는 그림을 그려 나가는 과정에서 둘의 케미를 형성하려 했다. 이런 식으로 상구라는 캐릭터에 내외적으로 의견을 많이 내면서 즐겁게 인물에 다가갔던 것 같다.

상구는 불법 격투기 선수다. 몸을 만들고 액션을 준비하는 게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아무래도 외적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일주일에 6일은 기본에, 근력운동 등 하루 2시간 이상 트레이닝했었다. 액션 준비도 녹록하지 않았다. 더 처절하고 더 과감하게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 연기적으로 아쉬운 점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정말 몸과 마음을 온통 쏟아 준비했기에 만족한다. 이번에 몸을 만들고 액션을 준비하고 인내하는 그 고통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 경험은 값진 자산으로 남을 듯하다. 그런데 또 하라고 한다면, 못할 것 같기도. 아니… 못할 것도 없지, (웃음) 하겠다!

<무브 투 헤븐>뿐만 아니라 방영 중인 <모범택시>의 인기도 뜨겁다. 매우 결이 다른 두 작품인데, 캐릭터 간에 선 긋는 게 어렵지는 않던가. 또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데뷔하기 전부터 어떤 캐릭터를 맡을 때, 어떻게 표현해 보여줄지를 나름의 카테고리로 정의해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하는 편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와서 그런지 이번에도 분위기가 다른 작품이지만 덕분에 잘 해낸 것 같다. 고착화된 이미지로 남기보다 ‘별로’라는, 그러니까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식상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거든. 또 배우로서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는 게 재미있다.

다만 두 작품이 너무 비슷한 시기에 (사실은 겹쳐서) 공개돼 시선이 분산되지 않을지 우려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두 작품 모두 관객으로부터 공감한다고, 잘 보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어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촬영하면서 많이 몰입해 열정적으로 쏟아붓다 보니 고갈되고 지치는 순간이 있었는데, 이런 응원에 힘을 받고 덕분에 에너지가 다시 생긴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든 지금 받은 응원이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무브 투 헤븐>과 <모범택시>의 작가님과 감독님, 함께한 배우와 여러 스태프분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한다.

두 작품 다 사회적인 이슈를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담될 법도 한데, 어땠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드라마에 담은 거라 부담이나 우려는 없었다. 배우는 사람을 연기하고 표현하는 직업이라 인간과 사회에 관해 탐구하고 공부하면서 그 상황(인물)에 빠져들게 된다. 시선을 가족과 친구에서 사회 나아가 세상으로까지 확장하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영향을 받게 된다. 요즘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무엇에 관심이 있고 또 삶의 환경이 얼마나 다양한지 등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가질수록 배우로서 (역할에)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또 이후의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말이다.

시즌2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진행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시즌2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다. 10부작으로 구성된 이야기인데도 오히려 짧게 느껴졌거든. 더 많은 삶과 죽음,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은 크지만… (알다시피) 결정하는 입장은 아니라서. 그러니 많은 응원 바란다. (웃음) 이번 상구는 철없고 안하무인에, 외양도 지저분한 모습이었지만 (시즌2가 나온다면)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개인적인 바람이다! 하하


사진제공_넷플릭스

2021-06-04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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