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도, 여전히 해외로 아이를 보내는가 <포겟 미 낫>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

2021-06-10|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선희 엥겔스토프(한국 이름, 신선희) 감독은 생후 4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이다. 덴마크의 작은 마을에서 성장한 그는 운이 좋게도 좋은 양부모를 만나 ‘잘’ 자랐으나 백인들 사이 항상 ‘아웃사이더’였다고 전한다. 친부모를 찾아 한국을 찾은 그는 엄마의 이름과 나이 등 정보를 접하나 만날 수는 없었다. 엄마가 만남을 원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는 제주도에 있는 미혼모 지원시설 ‘애서원’에 머물며, 그곳을 찾은 미혼모들의 모습을 담아 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이하 <포겟 미 낫)>을 완성한다. 2012년 기획해 개봉까지 근 10여 년이 걸린 셈이다. 개봉을 준비하며 한국을 찾은 엥겔스토프 감독을 만났다. ‘왜 지금도 여전히 해외로 아이를 보내냐”고 묻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1일 KBS 방송 ‘아침 마당’에 출연했다고 들었다. 여러 사람과 만났을 텐데 어떤 인상을 받았나.
덴마크에 한국입양인이 대략 8천 명 가량 있다. 덴마크 내에서는 소수 그룹에 속하는, 매우 이질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지 항상 소수자로서 그 정체성에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일반인이라고 느꼈다. 이런 감정을 지닌 채 대중 앞에서 이야기한 셈인데 소속감 자체가 달랐다. 사실 한국문화를 잘 몰라서 이 정도로 관심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많은 관심에 격앙되기도 하고 훈훈하기도 하다. 방송에서도 말했지만, ‘한국 해외입양인 20만 명’이라는 내러티브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떻게 말인가.
전 세계에 한국 해외입양인이 20만 명이 있다가 아니라 한국에 아이를 빼앗긴 20만여 가족이 있다로 말이다. 입양은 단순히 엄마-아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가족 전체가 그 삶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에 아이를 잃은 가정이 무려 20만여 가구에 달한다는 관점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포겟 미 낫>을 보니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자제한 인상이었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토해내기보다 삼킨다고 할지.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점은.
<포겟 미 낫>은 결코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수천 명의 해외입양인이 친생부모를 찾아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은 해외로 아이를 입양 보내고, 해외입양인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계속 돌아오고 있다.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그리움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에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의도하지는 않았다. 다만 제주도에 있는 미혼모 돌봄 시설 ‘애서원’에서 머물면서 내가 보고 들은 것에 대해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몇 가지 알게 된 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충격이었다.

어떤 점에 충격받았나.
어릴 때부터 한국여성(엄마)들은 아이를 쉽게 입양 보낸다는 뉘앙스의 말을 들어왔다. 아마도 한국에서 온 입양아가 많기 때문일 거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자라면서 진짜로 그런지,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일(입양)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한국에 와서 애서원을 찾은 이유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자 했다. 그런데 직접 마주해 보니, 엄마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관여해 내린 결정이더라. 또 다른 충격은 내가 만난 미혼모들 중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는 엄마는 없었다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직접 키우려는 의지가 분명했다.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민감한 질문일 수 있다. 혹시 아이를 입양 보낸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적은 있나.
엄마와 아기가 분리될 때 양쪽 모두에게 영원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입양인으로서 그런 상처를 간직하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입양을 보낸 엄마 역시 마찬가지일 거로 생각한다. 아이와 엄마는 너무 밀접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아닌가. 엄마가 비록 그 상처와 기억을 묻고 살 수는 있겠지만, 그 감정이 온전히 사라지는 것도 기억을 영원히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목 ‘포겟 미 낫’은 서로에게 전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엄마도 아이도 서로를 영원히 잊을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입양인이 친생부모를 찾는다고 해도 상대방이 만남을 거절하면 개인정보 보호법상 연락할 방법이 없다. 입양인은 두 번 버림받고, 친생부모는 두 번 버리는 상황인데 만남이나 연락을 거부하는 그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지. 과거의 비밀을 현재로 끌어와 밝히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말했듯 입양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남는다. 비밀을 끌어안고 있는 것만으로는 그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를 더 깊게 할 수도 있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잃어버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통은 어려워질 것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입양인은 만나거나 연락하는 것 자체를 떠나서 입양을 왜 보냈는지,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졌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친생부모와)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연결을 지속할지는 그 이후의 문제다.

영화는 2012년 기획해 2013년~2015년에 걸쳐 촬영한 거로 알고 있다. 제주도 애서원에서 몇 달간 머물렀는데 당시의 기억은 당신에게 어떻게 남았을까.
제주도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한국어도 못 하지만 매우 많은 것들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시사회를 진행하면서 영화를 보니 당시에 만났던 어린 엄마들과 그들의 삶이 떠올랐다. 그들도(미혼모) 처음 경험인지라 모든 것을 다 호기심을 갖고 바라봤었다.

애서원의 미혼모들은 당신에게서 자신이 입양 보낸 아이를, 당신은 그들에게서 친모를 파편적이나마 만났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나. 또 그들은 당신을 어떻게 대하든가.
애서원의 어린 엄마들은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면 자신을 찾아오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어린 엄마들은 처음에는 나를 보고 어려워하는 듯했지만, 점차 마음을 열어줬었다. 밤에 살짝 문을 열고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곤 했다. 그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어린 나이지만, 그럼에도 빠르게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스로 준비한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그런데 동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울기도 많이 울어서 지켜보면서 가슴이 아팠었다.

영화를 통해 미혼부는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대체로 배제된다는 것을 알았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정확하게 봤다. 입양을 보내고 나면 아빠의 존재는 투명인간처럼 사라져 버린다. 어린 미혼부는 아이를 입양 보내고 나면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니 편하게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아이를 낳으면서는 과거 자신이 보냈던 아이의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미혼부의 존재나 역할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후속작에서는 미혼부를 다루려고 한다.

후속작도 다큐멘터리인가.
후속작은 극영화로 준비 중이다. 미혼부를 만나기도 힘들고, 만난다 해도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할 미혼부는 없을 것 같기 때문에 극영화로 개인적인 판타지를 실현하려고 한다. 지금 초고가 나왔다. 프로듀서와 작가 팀은 구성했고, 한국인 작가와 프로듀서를 찾고 있다. 캐스팅 과정이 매우 흥미로울 것 같아 기대 중이다.

시사회에서 무엇이 엄마이기를 포기하게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입양은 공동의 비밀 같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의미를 짚어주면 도움될 것 같다.
영화를 찍기 전에는 입양의 결정은 엄마의 몫이라고만 생각했다. 한데 한국에서 본 현실은 다르더라. 엄마, 조부모, 친척, 의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결정을 내리고 비밀을 공유한다. 그래서 ‘공동의 비밀’ 같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조부모는 내 존재를 알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만이 아니라 삼촌, 이모, 고모 등 친척이나 다른 가족의 존재에 대해 상상하게 되더라.

그런데 문제는 엄마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고 입양 과정에서 기관, 보육원, 경찰 등 여러 사람과 단체가 관여하는데 책임은 엄마의 몫으로 남는다. 이것은 옳지 않다. 공동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인데 내 인생의 절반 가까이 엄마를 찾는 데 보냈다. 거의 20년 정도를 찾았지만, 엄마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국은 굉장히 비밀을 지키는 데 능한, 혹은 매우 조직화된 사회가 아닌가 한다. (웃음)

덴마크에서 미혼모와 입양에 관한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는 어떤 편인가.
덴마크도 한부모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화두였다. 아마도 덴마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일 것이다. 다만, 덴마크는 그사이 복지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고, 여러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발전시켰다. 한국은 시스템이나 제도 개선에 투자하기보다 아이를 해외에 보내는 것으로 해결해온 것 같다. 사회적으로 제도화하고, 시스템을 개선해 미혼모 혼자서도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길 바란다. 또 하나는 민감한 주제라 말하기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이 기회에 평소의 견해를 솔직하게 꺼내도 좋을 것 같다.
덴마크는 (5만 불 정도의) 일정 비용을 (한국에) 지불해야 한국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인 데다 더욱이 출산율도 매우 낮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왜 계속 아이를 해외로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입양과 관련한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정부 차원에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는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해외 입양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해외입양인은 약 50만 명인데 그중 20만 명이 한국 출신이다.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덴마크국제영화학교 출신이다. 영화를 택한 계기가 있다면.
원래는 건축과에 가려고 했었다. (웃음) 설명하기 어렵지만,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후부터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사진을 전공하게 됐다. 양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암에 걸린 후 생각해 보니 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없다는 것을 문득 알았다. 그때부터 사진 대신 영상을 찍기 시작했고, 돌아가시기 전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모아 단편영화로 만들었다. 이렇듯 사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는데 그게 내가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인 것 같다. 내게 잘 맞는 방식이다.

덴마크에서의 일상과 최근 소소히 행복한 일을 전한다면.
코펜하겐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한국계 입양인 친구들과 자주 만나 김치, 떡볶이 등 한국음식을 함께 해서 나눠 먹기도 하고 시간을 많이 보낸다. 덴마크와 한국 양쪽 문화에 걸친 (내) 정체성을 공유하는 친구들과의 사회적 관계(교류)는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이다. 개봉을 하게 돼서 기쁘고 감사하고… 참 이번에 충격받은 게 또 있다. 한국에 오기 위해 비자를 받는데 코로나로 인해 발급이 아주 까다로워졌더라. 순간 한국에 다시는 못 올 수도 있다고 상상하니 공포스러웠다.(웃음)


사진제공.커넥트 픽쳐스

2021-06-10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NO.1 영화포털 무비스트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

관련영화

관련영화인

관련뉴스

구독하기

이메일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