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영도 깡깡이 마을 속으로! <마을영화프로젝트 깡깡이> 신나리 감독

2021-10-09|박은영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부산 영도구 대평동, 일명 ‘깡깡이 마을’. 망치로 깡, 깡, 깡 두드려 배를 수선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기술과 도구의 발달로 더 이상 망치소리는 들리지 않게 됐지만, 마을은 그 정서와 기억을 품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영화만들기 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깡깡이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스토리를 담아서 지역영화 <명자할매>를 만들었고, 신나리 감독은 그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메이킹 다큐멘터리 <마을영화프로젝트 깡깡이>를 완성했다. 11일(월) 첫 상영 후 오는 12월에는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부산’ 위크 기간을 통해 세계 무대에도 공개할 계획이다. 상영을 앞두고 마음도 몸도 분주한 신나리 감독을 만났다.

우선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부산에서 영화를 업으로 하고 있는 신나리입니다! (웃음) 영화의 전당과 독립영화협회가 진행한 시민 대상 영화 워크샵에 참석한 걸 계기로 영화의 길로 들어섰다.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뛰어들었고, 그간 여섯 편의 장· 단편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제작 지원으로 만든 최근작 <녹>을 곧 다큐멘터리 전용 플랫폼을 통해 공개할 것 같다.

DMZ영화제가 만든 다큐전용플랫폼 ‘VoDA(보다)’를 통해 공개될 <녹>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부산과 일본에 있는 ‘일광’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광산을 조명한다. 부산 일광 광산은 구리광산으로 일제 강점기 때 강제 징용되는 수탈이 자행됐던 곳으로 1980년대 한때 번성했으나 1990년대 들어서는 생산성 부족으로 폐광됐다. 일본의 일광 광산이 관광지로 개발되는 등 여전히 지역에 존재하는 것과 달리 부산 일광 광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그 폐쇄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

<마을영화프로젝트 깡깡이>는 <명자할매>의 메이킹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먼저 <명자할매>는 어떤 영화인가.
영도에 있는 대평동은 일명 ‘깡깡이 마을’로 불린다. 예전에는 망치질로 배를 수선했고 이때 깡깡 울리는 망치소리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망치질을 지역의 아주머니들이 주로 했는데 이 일을 오래하면 이명이 들리고 쇳가루를 마시기 때문에 몸도 안 좋아질 수 있다. 이제는 할머니가 된 억척스럽던 깡깡이 아지매가 동네에 새로 온 젊은 약사를 만나 서로 마음을 트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틱틱거리고 퉁명스럽게 행동하지만, 속정은 깊은 사람이 바로 ‘명자할매’(신을임)다.

깡깡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다큐멘터리를 보니 여러 연령층이 참여했더라. 옆에서 지켜본 세대 간 소통의 모습은.
비슷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어 소통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었다. 기본적인 수업을 진행한 후 영화작업에 들어갔는데 이 점이 매우 유효했다고 본다. 주민들이 시놉시스, 풀사이즈 등 이런 생경한 단어를 꼼꼼하게 필기하며 공부하는 과정에서 청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거리가 생기더라. 수업 초반의 어색했던 관계가 점차 풀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나이와 성별의 구분없이 목표지점을 향해 평등하게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합류했을까. (웃음)
제안받고 너무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도 한 5년 전에는 깡깡이 마을 주민들과 똑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수업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직접 만든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그분들이 어떻게 그 과정을 겪어 나갈지 궁금하더라. 또 마을 안에 들어가서 마을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전 과정을 처음으로 보기 때문에 직접 카메라로 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염두에 둔 지점이 있다면.
단순한 메이킹 영상이 아닌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서 처음에는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영화의 일부이면서도 아닌, 한 발쯤 떨어진 관찰자로 그들을 담다 보니 주민들이 어느 순간 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순간이 있는 거다. 그렇게 그간의 시간이 엮이면서 비로소 뭔가 방향을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명자할매를 연기한 (신)을임 선생님은 주인공이다 보니 다큐 안에서도 자연히 분량이 많기 때문에 마을 주민 중 특히 약사를 연기한 (이)종렬 선생님, 명자할매의 친구를 연기한 (이)춘희 선생님에게 분량상으로 더 많은 자리를 내주려 했다. 이 두 분이 다큐멘터리를 찍는데 뒷정리나 간식과 식사 챙기기 등 티가 잘 안 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을 거의 제작부처럼 해 주셨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를 통해 도시를 재생하고 부흥을 꾀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프로젝트의 참여자이자 관찰자로서 도시재생에 있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 지점을 짚는다면.
마을 안에서 주민들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자기들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 유사 프로젝트와 차이점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관객 및 외부인도 그 안에 담긴 동네 고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들어 보는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영화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상업영화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독립영화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렇게 직접 만들어 보는 작업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경험은 영화를 더욱더 보고 싶게 하고, 지금까지 관심을 덜 기울였던 작은 영화나 다양한 영화를 향한 관심을 촉진시킨다. 또, 영화를 통해 마을에 대한 애착을 높이고, 바로 옆에 존재하는 공간인데도 그간 미처 몰랐던 동네의 공간을 환기시키는 데 주효하다고 생각한다.

‘깡깡이 마을’의 특색이나 고유 정서 등을 소개한다면. 또 외지인에게는 생소한 ‘깡깡이 마을’이 부산 시민들 사이에 인지도가 어떤지도 궁금하다.
지금은 영도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깡깡이 예술마을’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부산 사람들도 ‘깡깡이’라는 표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 타이틀에 ‘깡깡이’를 포함시킨 것도 있고 명자할매가 젊은 약사에게 마을을 구경시켜 주면서 ‘니는 깡깡이도 모르나’ 이런 대사를 의도적으로 넣기도 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알도록 말이다. 말했듯이 예전에는 깡깡이 아지매들이 배를 수선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는 가정이 많았는데 지금도 배를 수선하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그 수가 훨씬 줄었고 이제는 망치 대신 그라인드를 사용한다.

작업하면서 사람들과 정도 많이 들고 매우 다사다난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약사 역의 이종렬 씨가 기회가 있다면 또 연기하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종렬 선생님은 작업하는 동안 가장 조용히 있던 분이라 마지막 날 찾아봐서 너무 재미있었다고 또 하고 싶다고 표현하는 데 놀랐고 이후 메이킹 다큐의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대체로 영화라고 하면 상업영화를 생각하지 않나. 처음에 깡깡이 주민분들도 그런 규모가 큰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오셨던 것 같더라. 막상 와보니 작은 영화라 실망하는 모습이었고, 특히 다큐멘터리에도 나오듯이 어떻게 조명없이 찍냐는 의심(?)도 있었는데 배우는 과정에서 흥미와 재미를 많이 느끼셨다. 청년들과도 점차 마음 붙여가는 것이 보였고 나중에는 또 보고 싶을 거라고 털어놓는데 뭉클하더라.

<명자할매>와 <마을영화프로젝트 깡깡이>를 홍보나 자랑할 강력한 한마디는? (웃음)
한마디로 ‘정’이다! 영화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 정을 느끼는 것, 사람 사는 맛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낀다. 마을영화프로젝트는 바로 이런 ‘정’을 느끼게 하는 프로젝트다. (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일은.
작업하면서 ‘안된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기다리다 보면 진심이 통해 ‘오케이’를 받을 때도 있다. 늦은 나이에 영화를 시작해서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던 중 다큐멘터리를 만났다. 첫 작품으로 장의사 할아버지를 찍었는데 그분을 설득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오는 순간, 앞으로 잘 할 자신은 없지만 진심과 꾸준함이라면 끝까지 가져갈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큐에 푹 빠졌다. 아, 요즘 기쁜 일은 (카메라에) 담고 싶은 분이 ‘오케이’하셔서 얼마 전에 작업 나갔다 온 일이다.


사진제공_<마을영화프로젝트 깡깡이>/신나리 감독

2021-10-09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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