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배급사가 지역에서 살아남는 법’ 씨네소파 성송이 대표, 최예지 이사

2021-10-13|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박꽃 기자]




최예지 이사, 성송이 대표 (왼쪽부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지역 배급사 씨네소파

2017년 부산 영도 배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으로 14편 배급

이듬해 기차 타고 전국 순회하며 극장 담당자 발로 뛰며 만나

지난 7월 사회적기업 인증, 지원 정책 이후의 고민은 자생력 확보

‘매월 한 편씩’ 영화 정기구독 플랫폼 ‘소파섬’ 내년 중 선보일 것





6일(수)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부산지역 배급사인 씨네소파는 어떤 역할로 참석하나.

성송이 대표(이하 ‘성송이’) : 개인적으로는 커뮤니티 비프에서 김보라 감독님의 <벌새> 상영 토크를 맡아 진행한다. 팀 자격으로는 마켓 배지를 발급받아 다 같이 행사를 둘러볼 예정이다. 사실 가까운 데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오히려 많이 참여하지 못하고,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련 미팅이 더 많다.(웃음)



2017년 <그럼에도 불구하고>(2015)를 시작으로 14편을 배급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성송이 대표, 최예지 이사 두 명이 일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팀원이 5명까지 늘었다.

성송이 : 처음에는 정말 배급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기억니은 배우듯이 일을 진행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장족의 발전을 이루긴 했지.(웃음) 현재 개봉 시장에서 배급사가 으레 하는 역할은 우리도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을 갖췄다. 물론 극장과 너무나 오랫동안 일해온 배급사들의 역량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있기도 해서 네트워킹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최예지 이사(이하 ‘최예지’) : 서울의 배급사와 공동 배급을 해보기도 하고 오프라인, 온라인 마케팅사와 같이 일하기도 하면서 현재 배급 시스템을 배운 것 같다. 하지만 영화마다 상황과 전략이 너무 다르고, 코로나19까지 있다 보니 작품마다 매번 어렵긴 하다. 일 자체는 익숙해진다고 해도 언제든 새로운 상황 안에서 결정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지난 5년 동안 전국 극장과의 관계는 많이 닦았을 것 같다. 이제는 씨네소파가 이러이러한 영화를 배급하겠다고 하면 극장 문은 쉽게 열어주나.

성송이 : 개봉작이 정해지면 멀티플렉스 3사는 상영관은 많이 열어주지는 않아도 웬만해서는 틀어는 주는 정도…인 것 같다.(웃음) 두 번째 배급작인 <파란 입이 달린 얼굴>(2015) 배급을 끝냈던 2018년 기차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지역 극장을 만났고 멀티플렉스 3사의 본사도 찾아갔었다. 그런 식으로 발로 뛰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한 번 얼굴을 뵙고 나니 연락하기가 편하더라.

최예지 : 그때 크게 마음을 먹고 전국을 순회하고 난 뒤로는 시사회나 GV가 있을 때처럼 일이 있을 때 상황에 맞춰 만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 가면 한 번에 미팅을 세네 개씩 잡게 된다.(웃음)



서울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출장을 와서 하루에 일정을 세네 개씩 잡는 것과 비슷한 마음인 것 같다.(웃음) 팀원이 늘었는데 각각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

성송이 : 우리 두 사람이 씨네소파 운영 및 관리를 맡는다. 좀 더 자세히는 내가 배급 쪽을, 최예지 이사가 마케팅 쪽을 담당한다. 다른 두 분은 각각 배급과 홍보를 지원해주는 역할이고, 나머지 한 분은 디자이너다.



배급사 내부에 디자이너가 있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최예지 : 외주 형태로 윤재호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마담 B> 포스터를 맡겼던 디자이너인데 코로나19 이후 서로 너무 힘든 상황이 되면서 힘을 나누기 위해 같이 일하게 됐다. 최근까지 <여름날> <요요현상> 포스터를 맡아 작업하셨다. 홍보사나 포스터사와 따로 계약을 맺고 배급을 진행할 때는 SNS 홍보 콘텐츠의 디자인을 작업해주시기도 한다.

성송이 : 지금은 극장 개봉 위주로 작품을 선보이지만 씨네소파라는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분명한 역할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마담 B>를 연출한 윤재호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뷰티풀 데이즈>(2017),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파이터>(2020)를 선보이며 승승장구 중이다. 올해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송해 선생님의 인생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송해1927>도 개봉한다고 한다. 씨네소파가 배급한 작품 연출자 중 가장 유명한(웃음) 분이 되신 듯한데.

최예지 : 처음에는 윤재호 감독님의 <레터스>라는 영화를 배급하고 싶어서 제작사에 접근했었다. 부산에 있는 제작사이기 때문에 서로 잘 알고 있기도 했고. 그런데 <레터스>를 배급하고 싶으면 일단 <마담 B>부터 먼저 배급해달라고 하더라.(웃음) 운 좋게도 <뷰티풀 데이즈>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전작인 <마담 B>를) 배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그간 관객 앞에 선보인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 영화를 손꼽아 본다면.

성송이 : 모든 감독님이 강한 인상을 남기셔서…(웃음)

최예지 :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박영임 감독님의 <기억할 만한 지나침>(2018)이다. 일단 러닝타임이 166분으로 굉장히 길었다. 감독님이 워낙 감정이 풍부한 분이시기도 했다. 배급 계약서를 쓰던 당시에 정량적인 목표 대신 정성적인 목표를 적어보자고 요청하시더라. 어떤 마음으로 배급을 할 건지 적어보자는 거였다. 일을 할 때 사람의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인 것 같았다. 당시 내가 계약서에 굉장히 긴 문장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작품을 배급하면서 온 마음을 다하며 일하는 게 좀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작품으로 인해 다시 마음을 많이 기울이면서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성송이 : 씨네소파의 경험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유은정 감독님의 <밤의 문이 열린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배급 제안이 무브먼트와 씨네소파에 공동으로 들어왔고,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님이 그걸 안 뒤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주셨다. 역할을 나눠 같이 배급을 하면서 그쪽 시스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좀 폐쇄적인 경향도 있었다면 그때 이후로 좀 더 외부성을 띠게 된 것 같다. 감사하게도 유은정 감독님이 씨네소파를 주변에 많이 추천해주셔서 다른 감독님들의 작품 배급 의뢰도 많이 받게 됐다. 그 작품 덕분에 주변에 우리를 어필할 수 있었다.



최근 배급한 한선화, 이완 주연의 <영화의 거리>는 인지도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최예지 : 그만큼 인지도 있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처음이었다.(웃음) 물론 ‘순도 백프로 부산 영화’라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영화 배경이 부산인 데다가 영화 제작사 눈(NOON), 개봉지원을 해준 영화의 전당, 배급사인 우리까지 모두 부산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부산이라는 지역의 도움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송이 : 영화의 전당에서 부산 영화를 지원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이왕 부산 영화를 선보이는 거면 그 영화에 좀 더 애정을 갖고 배급해주는 배급사를 원하는 것 같다. 그동안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부산 영화 배급 지원정책을 실행해오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영화의 전당도 그 역할을 함께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

최예지 : 그래서 우리가 두 기관을 매칭해드렸다.(웃음) 함께 출자해서 부산 영화 배급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배급사를 아직 찾지 못한 부산 영화가 지원을 하는 형식이다. <영화의 거리>는 그렇게 선정된 작품이고 씨네소파와 만나게 됐다.



직접 배급 작품을 고를 때는 어떤 기준으로 접근하나. 아무래도 감독이 부산 출신이거나 영화 배경이 부산, 거제 등 경상도 지역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성송이 : 지역만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로컬 영화 배급 제안이 많이 들어오긴 한다. 그런 경우에는 여건이 좀 더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배급할 수 있도록 궁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다만 공통적인 건, 보고 났을 때 관객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어떤 작품이 ‘관객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영화인가.

최예지 : 그 기준에 대해서는 둘 사이에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답이 정해져 있다고 말하는 영화보다는 관객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영화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고민스러운 지점도 생기더라. 우리가 어떤 카피를 만들어 직접 영화를 홍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문장들이 관객의 생각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성송이 : 영화가 가진 힘보다 더 작은 프레임을 씌워서 영화를 홍보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가 정한 카피가 그대로 관객의 리뷰 글에 담기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좀 두려운 마음도 든다. 그런 면에서 보면 홍보하는 방식을 더 ‘잘’ 고민해야 하겠지. 또 지금 사회가 지닌 편견이나 혐오를 공고하게 만들거나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부분이 있는 영화는 웬만하면 소개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서 편견, 혐오,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완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예지 : 한편 우리가 좋다고 해서 극장에서 무조건 개봉할 수 있는 건 또 아니니까… 외부적인 요인도 생각하게 된다.

성송이 : 늘 고민스럽다. 극장을 순회하던 시절에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인 인디스토리, 시네마달도 찾아갔었다.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님은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고르는지는 이제는 본인도 잘 모르겠고, 그저 하나 이상의 ‘배급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배급한다고 하시더라. 그게 지금 인디스토리의 색깔이 된 것 아닌가 싶다. 씨네소파도 조금씩 구성원이 많아지고 있는데 모든 구성원이 좋아하는 작품을 배급하고 싶기도 하고, (확고한) 취향이나 색깔이 생겼으면 좋겠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드는 시점이다.



최근 영화배급사로는 이례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인증받았다고 들었다.

성송이 : 인증까지 오는 길이 매우 험난하긴 했지만(웃음) 지난 7월 사회적기업이 됐다. 가장 좋은 점은 인건비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다는 거다. 극장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 배급 상황은 신생이자 지역에 있는 배급사가 버텨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봤다. 사회적 기업은 하나의 운영 전략으로 택한 길이다. 그럼에도 자생이 (최종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다른 프로젝트도 항상 고민하고 있다.



영화배달서비스 ‘소파킷’ 소식을 전했던 게 기억에 남아있다. 텀블벅 형태로 키트를 구매하면 온라인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QR코드와 영화 굿즈를 제공하는 일종의 배달 형식이었다. 이외에도 또 다른 모델을 고민하고 있나.

성송이 : 영화향유플랫폼 ‘소파섬’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빠르면 내년부터 소파섬을 통해 정기 구독을 신청하고 영화를 한 편씩 받아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매개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놀이의 장을 생각 중이다. 사실 코로나19 이후에는 실험적인 배급을 거의 하지 못했다. 부산에서 쇼케이스를 했던 <밤의 문이 열린다>처럼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병행하면서 관객과 영화가 만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게 막혀버리니까 진짜 전통적인 극장 중심 배급밖에 하지 못한 것 같다.

최예지 : <파란 입이 달린 얼굴> 배급 과정에서 일어났던 모든 이야기를 모아서 책으로 만든 적도 있다. 영화만 보고 딱 끝나는 게 아니라 관객이 어떤 식으로 그 영화를 더 즐길 수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면서 여러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생존에 대한 고민 때문에(웃음) 한동안 그런 도전을 못 한 것 같아 아쉽다.

성송이 : 올겨울이나 내년부터는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배급 라인업은.

최예지 : 12월에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라는 작품을 배급한다. <야근대신 뜨개질>(2015)을 연출한 박소현 감독님 작품이다. 내년에는 우리의 두 번째 배급작이었던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을 연출한 김수정 감독님의 신작 <평평남녀>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 제공_ 씨네소파

2021-10-13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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