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한마디! 봉준호 “인간 존엄 건드리는 면 있는 영화” <기생충>

2019-05-30|박꽃 기자 구독하기

[무비스트= 박꽃 기자] 


“부자와 가난한 자보다는, 인간 존엄에 관한 부분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안고 돌아온 봉준호 감독이 28일(화)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생충>(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언론시사회에서 영화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일가족 ‘충숙’(장혜진), ‘기우’(최우식), ‘기정’(박소담)이 IT 기업을 운영하는 ‘박사장’(이선균)과 그의 아내 ‘연교’(조여정)가 사는 저택으로 들어가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경제적, 사회적 입지가 전혀 다른 두 가족이 한 공간에 머물며 벌어지는 드라마를 뼈대로 웃음과 스릴, 풍자 요소를 곳곳에 집어 넣었다. 

봉준호 감독은 “칸에서는 주로 통역을 거쳐 해외 매체와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직접 눈을 보며 한국말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 좋다”며 “영화를 찍을 때도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써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사를 제안하기 쉬웠고,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배우들이 마치 강스파이크를 때리듯이 연기를 해줘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었다”며 운을 뗐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 후반 작업을 하던 2013년 <기생충>의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설국열차> 작업으로 인한 반작용이었을 것이다. 그 작품도 부자와 가난한 자 이야기지만, 기차 칸을 앞과 뒤로 나눈 형식의 SF 장르물이었다. 좀 더 주변 일상에 가까운 가족 중심 이야기를 펼쳐보면 어떨까 했다”며 기획 시점을 회상했다. 

그는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가구’, ‘가정’, ‘세대’같은 표현을 쓴다. 하지만 그 형편이나 상황은 서로 다르다. 부유한 4인과 가난한 4인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밀접하게 뒤섞이는, 우리 주변에 늘 있는 모습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했다”고 말을 이었다. 

한편으로는 “부자나 가난한 자 보다는, (송)강호 선배의 말처럼 인간 존엄에 관한 부분을 건드리는 면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서로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까지 지키느냐에 따라 영화 제목처럼 ‘기생’이 될 수도 있고, 좋은 의미의 ‘상생’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극을 추동하는 중요한 매개로 쓰인 ‘냄새’에 관해서 봉 감독은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프”라며 “아무리 가까운 사람끼리도 냄새에 관해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공격적이고 무례한 게 된다. 영화는 서로의 동선이 거의 겹치지 않는 부자와 가난한 자가 가까이서 서로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상황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냄새’는 그만큼 (영화적으로) 날카롭고 예민한 도구였다”고 설명했다. 

계단과 지하실, 마당이 한데 모인 저택에 관해서는 “백프로 세트다. 영화 보는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 칸영화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심사위원도 집을 어디서 구했냐고 하더라. 그럴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전체 촬영의 90%가 집 안에서 이루어졌다. 내 영화 중에서 공간을 가장 적게 활용한 만큼 세밀하면서도 다채롭게 공간을 보여줘야 했다. 이하준 미술감독과 미술팀은 내가 미리 주문한 구조와 간략한 스케치를 들고 실제 건축가를 만나가며 장인정신과 집요함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기택’역의 송강호는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고 변주된 듯한 작품의 느낌이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참신한 진행이 신기하기도 했다”며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끼리의 연기 앙상블을 통해 자연스럽게 설득력 있고 현실적인 전달법을 체득했다”고 말했다. 

‘기우’역의 최우식은 “송강호와 장혜진의 아들, 박소담의 오빠로 가족의 일원이 돼 즐거웠다. 가족끼리 연기한 장면은 피자 박스를 접는 신까지 모두 다 행복했다”고 답했다. 

‘기정’역의 박소담은 “대사를 굳이 외우려하지 않아도 입에 너무 잘 붙었다. 내 말과 내 목소리로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충숙’역의 장혜진은 “이렇게 큰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라 긴 호흡을 끌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한 장면 한 장면 소중하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사장’역의 이선균은 “존경하는 감독님,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던 첫날 그 어느 때보다 신인 배우로 돌아간 듯한 기분 좋은 떨림으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연교’역의 조여정은 “다른 역할을 연기할 땐 생각을 너무 많이 해야 했다. 이번에는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모르는 채 전업주부의 삶에만 집중했다는 점에서 즐거웠다”고 답했다. 

<기생충>은 5월 30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 장르 영화의 상상력과 기발함을 가득 품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빈자와 부자의 대조적인 면모를 촘촘히 박아 넣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를 거치며 빚어진, 장르 영화와 사회적 영화 사이의 황금비다. 쌉쌀한 웃음과 긴장감, 무기력감을 동시에 안긴다. 
(오락성 8 작품성 8)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9-05-30 | 글 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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